한강벨트의 정치학…‘상속세 개편’ 치고 나간 이재명, ‘토허제’ 후폭풍 맞은 오세훈 [최병천의 인사이트]
2022년 대선 때 한강벨트 12곳 중 11곳 패배한 李의 절치부심 吳는 反시장 정책 10배 더 큰 규모로 집행…291곳 해제→2200개 단지로 확대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석패했다. 24만7077표 차이, 즉 0.73%포인트 격차로 패배했다. 0.73%포인트라는 초박빙 격차를 고려하면, 어떤 지점이든 ‘조금 더’ 잘했으면 승리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서울 지역에서의 패배다.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는 31만766표 격차로 패배했다. 전국적으로 약 24만7000표 격차로 졌는데, 서울에서 약 31만1000표 격차로 졌다. 서울에서 대략 13만 표만 더 가져왔어도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다(이재명 후보가 13만 표를 더 가져오면, 윤석열 후보 표에서 13만 표가 빠지게 된다).
2022년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이슈는 여러 가지였는데 ①집값 상승 ②대출 규제 ③종합부동산세(종부세) ④양도세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 ‘종부세 이슈’였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구(區)별 득표율 격차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프 [1]은 2022년 대선에서 구별 평당 가격과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을 비교한 그래프다. 서울에는 25개 행정구가 있다. 윤석열 후보는 14곳에서 승리했고, 이재명 후보는 11곳에서 승리했다. 평당 가격이 비싼 곳과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지역은 대체로 일치한다. 집값이 비쌀수록 종부세 부담이 많아진다.
文 정부 4년 만에 15배 오른 종부세
윤석열 후보는 한강벨트 지역 대부분에서 이겼다. 한강을 끼고 있는 행정구는 강남 3구인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를 포함해 서울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강동구, 광진구, 성동구, 용산구, 마포구, 동작구, 영등포구, 양천구, 강서구다. 한강벨트 총 12개 구 중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 곳은 강서구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에선 다 졌다. 한강벨트에서 1승 11패를 했다.
한강벨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종부세에 화가 나 있던 것일까? 부자들이어서 저항한 것인가? 그렇게만 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기간이었던 2017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3배 늘고, 종부세 세액은 약 15배 늘어났다. 대상자는 33만 명에서 약 95만 명으로, 금액은 39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종부세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4년 만에 15배나 오르는 세금이 또 있을까 싶다. ‘부자들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발상이 깔려 있던 게 아닐까. 2021년 기준 종부세 대상자는 서울 아파트 4채당 한 채까지 늘어났다. 2022년 대선에서 종부세는 ‘한강벨트 초토화세(稅)’이자 동시에 ‘정권 교체 촉진세’로 작동했다.
상속세 개편안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진일보한 정책공학’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유권자 타기팅이 감탄스럽다.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안은 면세 대상을 10억원 이하에서 18억원 이하로 바꾸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에게 의뢰해 정책이 적용되는 아파트 지역을 추정했다.
그래프 [2]는 상속세 개편안이 적용되는 지역별 아파트 비중을 보여준다. 총 17곳 중에서 경기도는 세 곳이다. 과천, 성남 분당, 성남 수정이다. 서울이 14곳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12개 지역과 종로구, 중구가 포함된다.
흥미롭게도 서울 지역 14개 구는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던 곳과 정확히 일치한다. 서울 14개 구의 대부분은 스윙보터 지역이다. 2020년 총선과 2024년 총선은 민주당이 승리했고, 2022년 대선은 민주당이 패배했던 곳들이다. 상속세 개편안은 민주당이 정책공학에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유권자 타기팅과 정책공학을 시도했다. 지난달에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아파트 291곳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 언론에서 ‘잠·삼·대·청’이라고 보도된 지역들이다. 이 지역은 원래 가만히 있어도 6월에 해제될 예정이었다. 오 시장은 ‘굳이’ 4개월을 당겨 해제했다. 대선을 의식한 게 분명하다.
오 시장의 목적은 두 가지였을 것이다. 하나, 지지층에게 보답한다. 이곳은 모두 국민의힘 초강세 지역이다. 둘, 토지거래허가제는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임을 주장하며 이념적 선명성을 보여주려 했다.
첫 구(區) 단위 지정이란 부메랑…吳의 오판
그러나 사태는 오 시장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3월24일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 2200개 단지에 해당하는 약 40만 가구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를 확대 적용했다.
오 시장의 갈팡질팡 정책은 여론의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 첫째, 291곳을 해제해 가격이 급등하자 ‘2200개 단지’로 확대 적용했다. 대상자가 무려 10배 늘어났다. 애초에 안 하는 것만 못한 해제가 돼버렸다. 둘째, ‘동(洞)’ 단위로 적용됐던 것을 ‘구(區) 단위’로 확대 적용했다. 구 단위 적용은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셋째,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10배 더 큰 규모’로 집행한 꼴이다.
종부세, 상속세, 토지거래허가제는 모두 ‘한강벨트 정치학’의 일환이다. 2022년 대선에서 종부세는 한강벨트 초토화세이자 동시에 정권 교체 촉진세로 작동했다. 최근 상속세 개정은 한강벨트 탈환을 위한 민주당의 반성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오 서울시장도 토지거래허가제에서 정책공학을 시도했다. 그러나 서투른 집행으로 재산권 침해는 더 심해졌고, 행정적으로 무능하다는 비난만 받게 됐다.
여당과 야당 모두 ‘정책을 매개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것, 그 자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게 ‘정책정당’의 원래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