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포비아’는 왜 생겼을까…李가 넘어야 할 5개의 허들 [박동원의 시시비비]
‘절대권력’ 쥔 李에 대한 불안감…비호감도와 말 바꾸기 논란 넘어야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2030의 비토와 거야의 독주 향한 지적도 장애물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시작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로 조기 대선 전에 최대 걸림돌이 소멸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제 8부 능선을 넘어 마지막 ‘깔딱 고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모든 상황과 지표에서 앞서 나가며 ‘이재명이냐, 아니냐’ 구도의 선거가 예견된다. 국민의힘 경선이 아직 남아있고 1대1 구도가 되면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순 없다. 과연 2007년 BBK 의혹 등 온갖 도덕성 논란과 정치 공세 속에서도 무난하게 당선된 이명박처럼 높은 비호감도에도 대세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이 대표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허들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봤다.
①높은 비호감도: “이재명이냐, 아니냐”
역대 대선후보 중 가장 논란을 많이 일으키는 이재명 대표는 드라마틱한 삶만큼이나 전과, 범죄 혐의, 가족 문제, 여성 문제, 거짓말 등 도덕적 자질부터 재난지원금, 무상복지, 기본소득 같은 포퓰리즘 정책까지 지난 10여 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5개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이 대표는 이슈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노이즈 행보와 거침없는 언행의 선동가적 기질로 고정 지지층이 두터운 반면 비호감 정서도 그만큼 높다.
선거는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한다. 유권자도 지지뿐만 아니라 반대하기 위해 투표한다. 지난 대선 사후 조사에서 ‘내가 싫어하는 특정 후보 당선을 막고 싶어’ 투표했다는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 비율이 49.8%였다. 한국갤럽의 3월 4주 정권 교체 여론이 48%인 데 반해 이재명 지지율은 34%다. 의견 유보층이 37%로 아직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2007년 이명박과 정동영이 맞붙은 17대 대선처럼 높은 정권 심판 여론과 후보 지지율이 굳어지면 비호감 정서도 무용지물이다. 그때와 달리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반대투표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호감 정서가 얼마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다.
②말 바꾸기 논란: 불신의 근원
2010년 7월 이 대표는 당시 경기도 내 재정건전성 1위였던 성남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당시 인천 시민 1인당 부채가 390만원, 성남은 약 70만원에 불과해 ‘가짜’ 논란이 일었다. 친형과의 갈등도 이 모라토리엄 선언이 ‘거짓 쇼’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은 전국적 지명도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검사 사칭 전과가 있는 이 대표는 위증교사로 재판을 받고 있고, 허위사실 공표로 두 번이나 재판에 회부되었다. 전부 거짓말과 관련된 범죄나 혐의들이다.
지난 대선 때 “존경한다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란 말이 계속 패러디되고 있듯 말 바꾸기도 늘 논란거리다. 기본소득 번복, 재벌 해체, 한미 외교 등 최근까지도 상황에 따른 말 바꾸기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거짓말과 말 바꾸기 논란은 비호감과 불신의 근원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재명 망언집-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라는 책을 발간했다. 과연 불신론으로 대세론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③포퓰리즘 논란: “일 잘한다” vs “빚잔치”
기초단체장이 유력 대선후보에 오른 사례는 한국에서 이 대표가 유일하다. 이슈를 잘 포착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노이즈 마케팅, 성남시의 높은 재정자립도와 세수를 기반으로 한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다. 청년 현금 배당을 필두로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 기본소득 등 각종 무상 정책을 통해 ‘일 잘한다’는 이미지와 ‘약자 배려’ 이미지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를 기반으로 경기지사에 이어 대선후보, 제1야당 대표 자리에까지 올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선 직전 ‘일산대교 무료화’처럼 포퓰리즘은 경기도에서도 지속됐고 미국 타임지에 광고까지 게재했다. 경기도의회 이혜원 의원은 이재명 전 지사의 성과용 재원 남용 등으로 20여 년간 채무 상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6000조원을 훌쩍 넘는 국가총부채는 2030세대가 갚아야 할 채무다. 이 대표의 현금 지원 정책들은 특히 2030이 반대한다. 3월3~4일 여론조사공정 조사 ‘가장 위험한 정치인’ 물음에서 20대(18~29세) 41.8%, 30대 42.2%로 이 대표는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현재 2030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좀 더 높은 게 현실이다.
④이재명 포비아: 권력 독점 견제심리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당 안팎의 비판에도 공백 없이 바로 국회의원에 이어 당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당헌까지 고쳐가며 사법 리스크를 사전 차단했다. 지난 총선에선 ‘비명횡사’ 공천을 밀어붙였고, 최고위원 8명을 친명 일색으로 만들어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자신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에 강경한 태도도 보였다. 박용진 전 의원 등 지난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인사들과의 통합 행보 와중에도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내 일부가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며 뒤끝을 보였다.
이런 집요함과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저돌성으로 인해 대통령이 되면 170석의 강력한 입법권력을 가지고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권력 행사는 잔인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은 이 대표의 집권 이후 보복정치에 대한 공포, 즉 ‘이재명 포비아’는 상대 후보 입장에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지점이다.
⑤동반 책임론: 거야의 폭주 논란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임기 3년도 안 된 정부에서 탄핵 30번은 세계 최다, 20대 국회 7건에 불과했던 국회 상임위 ‘일방 표결’이 민주당이 장악한 21대에는 64건, 22대에서는 벌써 117번이라며, 취임 이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25번 행사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당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있지만 거대 야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2017년 탄핵으로 보수에서 진보로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보수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해 무리하고, 진보는 커진 힘의 무게와 책임을 주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균형이 무너지며 정치는 이성을 잃었다. 탄핵 과정에서 국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 탄핵과 국무위원 전원 탄핵 발언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해 역풍도 일었다.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한쪽에만 일방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여론도 강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서 ‘이제는 이재명 차례’란 주장이 나온다.
이런 변수들이 이 대표의 일방 독주를 제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건 국민의힘 때문이다. 여론 지형이 불리한 상황에서 후보 상황도 여의치 않다. 김문수의 중도 확장성, 한동훈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거부감, 오세훈과 홍준표는 명태균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안철수와 유승민은 존재감도 없다. 더구나 계엄으로 인해 강성 보수들의 당내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탄핵 인용은 보수의 분열마저 예견케 하고 있다. 17대 대선 투표율은 1987년 직선제 이후 가장 낮은 63%였다. 이명박의 압승이 예견된 상황에서 상대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해서인데,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도덕성과 포퓰리즘 논란에도 심판 여론과 지지율이 굳어지면 네거티브 공세도 무용지물이다. 과연 국민의힘이 단합과 치밀한 전략으로 단기간에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