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세상에 하나뿐인 민박, ‘기안적 낭만’ 느끼러 오세요”
《대환장 기안장》으로 돌아온 ‘예능캐’
많은 예능인이 입을 모아 말한다. 몇 날 며칠 고민한 아이디어가 기안84의 툭 던지는 한마디와 상상, 그 이상에 결코 범접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좌절하게 된다고. 재능도 아닌 노력도 아닌 존재 그 자체가 ‘예능캐’인 기안84를 빗대 하는 말이다. 그래선지 기안84의 예능에는 별다른 ‘콘티(각본)’나 계획이 없다. 그저 기안84의 행동과 생각을 따라갈 뿐이다. 그것이 가장 재미있고 기발하니까.
이번엔 제목도 《대환장 기안장》이다. 기안적 낭만이 가득한 울릉도 기안장에서 기안84, BTS 진,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펼치는 기상천외한 신개념 민박 버라이어티다. 민박집 설계도 기안이 ‘기안스럽게’ 했다. 《효리네 민박》으로 민박 버라이어티 장르를 개척한 정효민 PD, 윤신혜 작가와 기안84가 탄생시킨 작품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공개하자마자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6위에 진입하며 예능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기안적 발상이 글로벌에서도 먹힌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 국가의 TOP10에 오르고, 2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는 등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물론 직원으로 출연한 글로벌 슈퍼스타 BTS 진과 《SNL 코리아》의 떠오르는 예능 신예 지예은의 시너지도 한몫했다. 진은 기안84가 사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기안84의 상상이 현실화된 ‘세상에 하나뿐인 민박’ 기안장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한참 비껴난 비일상적 경험을 선물하며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조금은 고생스럽고 환장하게 만들지만, 기안장 곳곳에 숨겨진 낭만을 만끽하다 보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을 얻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도 ‘기안적 낭만’ 삼아 즐기는 숙박객들의 다채로운 사연, 이들의 잊지 못할 추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안장 패밀리의 ‘케미스트리(조화)’ 역시 유쾌한 웃음을 더한다.
정효민·이소민·황윤서 PD는 “‘기안84가 《효리네 민박》 주인장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됐다. 민박 버라이어티는 사장님의 라이프스타일·생각·철학까지 녹아들 수밖에 없는 장르인데, 기안84는 시청자들이 누구보다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출연자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상상한 것은 모두 없고 상상하지 못한 모든 것이 있는 ‘기안적 낭만’과 즐거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1위에 오른 소감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에 재밌는 작품이 많아 1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버라이어티로 1위를 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황윤서 PD 역시 “숙소에 대해 신선하면서 대리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즐겨주시는 것 같아 인상 깊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된 《대환장 기안장》 기자간담회에서 기안84를 만나 민박집 운영 비하인드를 들었다.
어느 것 하나 뻔한 것은 없는 ‘기안장’이다.
“정효민 PD가 과거 《효리네 민박》을 연출했었다. 그것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보통 민박집은 손님들이 편안하게 쉬다 가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반대로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려 했다. 그러면 새롭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최대한 불편하면서 낭만적인 것들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기안장’을 내가 상상한 그대로 만들어줄 줄은 몰랐다.”
숙소를 설계할 때 가장 공들인 것은 무엇인가?
“편안하고 좋은 숙소는 굉장히 많다. 기안장은 그 반대이면서 낭만적인 숙소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벽에 매달려서 잘 때 달과 별, 윤슬을 볼 수 있으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 침실 설계에 가장 공을 들였다.”
실제로 ‘기안장’은 예측을 벗어난 요소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전장치를 해야 하는 야외 침대부터 암벽등반 코스로 꾸며진 입구,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내부 설계 등 기존의 민박집에선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다. 심지어 바다에 둥둥 떠있는 민박집이다.
직원을 거느린 민박집 사장이다. 힘든 점은 없었나?
“예은씨가 4~5일 지나니까 힘들다고 울더라. 다들 몰랐겠지만 저도 이틀 지나니까 너무 힘들어서 울었다. 책임감은 큰데 부담은 되니까 서럽더라. 그에 비해 석진씨(BTS 진 본명)는 굉장히 강한 친구였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상황에서 월드스타인 이 친구는 끝까지 비를 맞으며 밖에서 자더라. 왜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느냐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친구가 조교 출신이어서 그런지 군인정신으로 모범을 보였다. 사장인 저보다 실세였다.”
정효민 PD는 “기안84를 모를 때는 피터팬처럼 사는 인물로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생각이 깊고 여린 부분이 있었다”면서 “프로그램 안에서 시청자분들도 기안84의 새로운 모습을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은 “알고리즘을 점령한 기안84씨에게 인간적으로 호기심이 생겼다. 실제로는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지 궁금해져 《대환장 기안장》 출연을 결정했다. 직원과 숙박객의 건강과 위생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도 생겼다”고 밝혔다. 지예은 역시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이 많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프로그램에 책임감이 강한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관전 포인트를 말해 달라.
“첫 영업 3일 동안은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등을 하느라 숙박객과 소통하지 못했다. 2주 차 영업부터는 조금 안정되면서 숙박객과 소통할 수 있어 이야기들이 생긴 것 같다. 그 와중에 직원들이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무너져가는 저와, 지예은을 지키는 진의 케미스트리, 임직원과 숙박객들의 소통을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