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분법은 유교적 습속이다”

정치 양극화 해법 제시…채진원 교수의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

2025-04-27     조철 북 칼럼니스트

최근 환갑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고교 동창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판하자 그 말을 들은 ‘조국 지지자’인 동창생이 “조국 책 읽어봤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조국 욕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조 전 대표를 비판하려면 그의 세계관을 알아야 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채진원 교수가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을 펴내 이런 현상을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채 교수는 이 책을 펴낸 계기에 대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조국 사태’를 통해 드러난 586 정치인들의 세계관을 전근대적인 ‘유교적 습속’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진단하면서, 국민 통합의 핵심적 가치인 민주공화주의에 부합하도록 ‘586의 재민주화’를 촉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2019년 7월 한일 갈등 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부르자면서 ‘반일 아니면 친일이고, 애국 아니면 이적(利敵)’이라고 선동한 것과 자신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서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 것을 두고 586 정치인의 세계관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최근 죄짓고 수감 중이면서도 정의와 진리의 사도인 양,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악마화·마녀사냥 하면서 훈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혐오적 언행을 통해 드러난 조국의 훈계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성인군자적 세계관과 유교적 습속을 닮았다.”

채 교수는 이런 조국 전 대표의 세계관에 대해 586 정치인들이 다수 공유하고 있는 ‘운동권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위정척사론으로 상징되는 ‘소중화적 주체철학’의 세계관이라고 명명하고, 상대를 ‘토착 왜구’나 ‘적폐 세력’으로 악마화하는 이런 세계관은 병자호란 이후 ‘선(善)=중화=문명, 악(惡)=청=오랑캐’로 차별하는 송시열의 ‘소중화론’과 ‘북벌론’을 계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도덕 지향성과 이분법적 선악 구분은 조선시대 유교인 주자학과 성리학적 습속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시대 상황과 정당 간 경쟁을 상정하는 민주주의 규범과 충돌하는 것이어서, 채 교수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다.

“극단적 진영 대결로 한국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586 정치인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소중화적 주체철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화와 계몽의 주체에서 내려와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한 ‘동감의 원리’에 기반한 ‘공감과 상식의 정치’에 천착해야 한다. 즉, 자신의 기득권과 선민의식을 내려놓고 국민 정서에 흐르는 도덕 감정에 맞춰 공감하고 소통하는 ‘공감과 상식의 정치’에 열중할 때 대립과 분열의 정치 양극화가 극복되어 민주주의가 정상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