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망론’, 보수의 히든카드일까 궁여지책일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한덕수 대망론 왜 나오나…경제 위기 속 ‘트럼프 파트너’ 이미지 부각 범여권 후보 지지도 1위…단일화·빅텐트 성사가 관건 ‘尹 탄핵 책임론’은 부담…빅테이터 분석에선 부정적 연관어 많아

2025-04-25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6·3 대선이 이제 4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안 봐도 비디오다.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혹은 ‘구대명’(90%대 득표율의 이재명) 흐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등이 누가 될지가 더 주목되는 선거라고 하는데, 억지로 의미를 찾는 수준이다. 이 후보는 조용하고 심심한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본선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네 번째)이 4월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국민의힘은 ‘4강’에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가 진출했고 결선 진출을 위해 자웅을 겨루고 있다. 선두 그룹은 윤곽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경선은 4월29일 결정되는 결선에 올라갈 두 명의 후보가 누가 될지 관심을 받고 있다.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오히려 이 경선이 최종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대선후보 경선으로 보수의 간판 후보가 결정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누구도 이재명 후보의 파괴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항마’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4월18~1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사항은 그래프에 표시)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대결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범보수 진영의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자 중 한 대행 28%,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2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7%, 홍준표 전 대구시장 16%,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6%,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5%로 나왔다(그림①). 한 대행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서는 결과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프레임 전환에 적합

한 대행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제’다. 선거에선 후보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선후보는 어떤 시대정신을 대표하는지가 중요한데, 한 대행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의 파장과 내란 혐의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게 유권자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상기현상’이 작동하게 된다. 한 대행도 국정 운영과 계엄 국면과 무관하지 않지만 각인되는 이미지는 ‘경제’와 강하게 연결된다. 오랜 경제관료 이력을 가지고 있고, 줄곧 무역협상 등에 관여해 왔기 때문이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의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미국 중앙정보국장을 지냈고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한 당시 부시 대통령은 국민의 영웅이었다. 반면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보잘것없었다. 그런데 선거는 구도였다. 클린턴 후보는 선거 구호로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들고나왔다. 클린턴 후보는 선거인단 538명 중 370명을 가져가며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부시 현직 대통령을 격파했다. 승리의 가장 큰 동력은 참모 딕 모리스가 조언한 경제로의 프레임 전환이었다.

‘한덕수 대망론’이 급부상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역시 프레임 전환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번 대선을 ‘이재명 프레임’으로 가게 된다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다. 반면 ‘트럼프 프레임’으로 치르면 승산은 커지게 된다. 트럼프는 4월8일 밤 한 대행과의 통화에서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물었다고 전해진다. 한 대행은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한 대행에게 ‘아름다운 영어(beautiful English)’를 쓴다고 칭찬하며 협의 분위기도 띄웠다고 한다. 이런 흐름 속에 한 대행이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적극 나서면서 한덕수 대망론이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마에 따른 ‘국정 공백’ 비판도 걸림돌 

빅데이터 분석으로만 본다면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은 정보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인물은 대선후보들이 아니라 트럼프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4월1일부터 23일까지 트럼프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언급량을 파악해 보았다. 트럼프에 대한 언급량은 15만9864건이고 이 후보에 대한 언급량은 7만3155건으로 나왔다(그림②). 트럼프가 이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더 많다. ‘트럼프’로 프레임이 전환될 경우 새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렇다면 ‘한덕수 대망론’에는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 대행이 대선후보로 출마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고차방정식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무탈하게 단일화가 가능해야 하고, 제7공화국 개헌을 전제로 외부 세력과 보수 대연합 즉 ‘빅텐트’를 현실 속에 구현해야 한다. 여기에 대통령 파면에 대한 책임은 최소화돼야 하고 프레임 전환으로 인한 경제와 트럼프 관계성은 극대화돼야 한다. 

2017년 대선 직전 혜성처럼 대선후보로 떠올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미지만 극도로 부각되다가 형체도 없이 정치판에서 사라졌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큰 까닭이다. 빅데이터는 한 대행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한 대행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우려’ ‘기대’ ‘비판’ ‘논란’ ‘신뢰’ ‘천연(가스)’ ‘위기’ ‘혼란’ ‘희망’ ‘범죄’ ‘반발’ ‘강세’ ‘알려지다’ ‘의혹’ ‘1위’ ‘견제’ ‘의문’ ‘관리하다’ ‘갈등’ ‘노욕’ ‘흥행’ ‘최선’ ‘러브콜’ ‘지지하다’ ‘부정적’ ‘졸속’ ‘충격’ ‘체포’ ‘만장일치’ 등으로 나온다(그림③). 한 대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우려’ ‘비판’ ‘논란’ ‘위기’ ‘혼란’ ‘범죄’ ‘반발’ ‘의혹’ ‘견제’ ‘의문’ ‘갈등’ ‘노욕’ ‘부정적’ ‘졸속’ ‘충격’ ‘체포’ 등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대망론의 명암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