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살아있는 카드”…‘이재명 대권’ 위해 사법부 흔드는 민주당
‘조희대 특검’부터 ‘대통령 되면 재판 중지’ 추진까지…巨野의 ‘입법 폭주’ 법무부 “대통령직 범죄 도피처 전락 우려” 국힘 “李, 유죄금지법 제정해라” 민주 “‘사법 폭주’로 사법부가 불신 초래”…사법 리스크에도 李 지지율 ‘굳건’
“훌륭한 정치인 조봉암도 사법살인, 이번엔 반드시 살아남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5월6일 충북 유세 중)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는 이재명을 제거하려는 사법살인 시도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5월7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국민들은 대통령도 2명씩이나 탄핵시켰다. 대법원장이 뭐라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 5월5일 김어준 유튜브 출연해)
‘사법 쿠데타’에 대한 마땅한 응징일까,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사법 유린’일까. 5월1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앞세워 응수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과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 모두 ‘미래권력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끊기 위한 권력의 남용이자 위헌적 내란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민주당 역시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탄핵 단두대에 세운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줄줄이 발의하면서다. ‘헌법 수호’라는 미명하에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이재명의 민주당과 사법부, ‘6·3 장미대선’ 표심은 과연 어느 권력에 힘을 실어줄까.
“대통령도 2명 탄핵,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재명 후보는 현시점 가장 유력한 미래권력이다. 그의 정적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 당내는 물론 보수진영 내에서도 이재명의 대항마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국민의힘이 단일화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이 후보는 50% 내외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 이 기세대로면 6월3일 ‘여의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관건은 서초동이다. 대통령도, 여당도 막지 못한 이 후보의 독주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법원이 대선 정국에서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결하면서 이 후보는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어려워졌다. 물론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5월15일로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하면서, 대선 전에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법원이 계속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경우의 수는 유효하다. 만약 이 후보 재판이 계속 진행될 경우 1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 가능성이 높고,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직이 박탈될 수 있다.
민주당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이 같은 ‘이재명 제거 작전 밑그림’을 그린 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자신들을 임명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충정, 민주당을 향한 반감으로 이른바 ‘사법 쿠데타’를 자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자신의 현재 처지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와 유사하다고도 주장했다.
이 후보는 5월6일 충북 증평군의 한 전통시장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든 훌륭한 정치인 조봉암도 사법살인이 됐고, 김대중은 왜 아무 한 일도 없이 내란 음모죄로 사형을 받았나”라고 반문한 뒤 “이번에는 반드시 살아서 반드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외쳤다. 사법부의 판결이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며, 자신 역시 바로 그 ‘정의롭지 못한 판결’의 희생자라고 강조한 셈이다.
이 후보가 자신을 변호하는 사이에 민주당은 창과 방패를 동시에 집어들었다. 우선 입법권력을 장악한 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탄핵 카드’를 또다시 빼들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의원총회 등을 거치며 파기환송 당일 ‘조희대 즉각 탄핵’을 거론했던 입장에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대법원장 탄핵’은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5월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보류라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 부분도 아직 죽은 카드가 아니라 살아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같이 출연한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원칙적으로 (탄핵) 사유는 살아있다고 본다”고 했다.
李, 본인 판결을 조봉암 사법살인·DJ 사형 선고에 빗대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및 대법관 9명을 직권남용을 비롯해 부정 선거 운동,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나아가 국회 법사위원회는 5월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동시에 이른바 ‘조희대 특검’도 실시하겠다는 각오다. 사법부를 향한 이 같은 총공세 이유로 정청래 의원은 “벌할 것은 벌해야 다른 판사들이 사법 쿠데타를 꿈꾸지 못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동시에 국회 과반 의석을 앞세워 이 후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법을 일제히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우선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됐을 경우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5월7일 민주당 단독으로 법사위 소위에서 의결됐다. 해당 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비롯한 5개 재판은 대통령 임기 내에 열리지 않는다.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을 손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제250조 허위사실공표 구성요건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역시 이 후보 재판을 의식한 개정안이다. 앞서 대법원은 이 후보 공직선거법 상고심에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법이 개정된다면 이 후보가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는,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민주당에서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해당 법안들을 대선 이후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이 아닌 이재명 1인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5월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차라리 ‘이재명 유죄금지법’을 따로 제정하라”며 “법안에 이재명 주민번호 넣고 ‘이 사람은 신성불가침 존재이니 무조건 무죄’라고 쓰고 일방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독재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며 “의회권력으로 행정부와 사법부를 폭압적으로 지배하는 이재명 독재는 이미 시작됐다. 국회는 범죄자 이재명을 위한 면죄부 발급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젠 이재명을 히틀러, 스탈린에 비유하는 것도 아깝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고발하는 이재명 세력의 행태를 보면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표현 이후의 자유는 보장해줄 수 없다’고 했다던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엽기적 독재가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국힘 “李 면죄 입법” vs 민주 “사법 남용 방지”
법조계와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입법 과속’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패싱’한 채 대권 시계만을 의식해 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의 내용은 국민적 의견 수렴 후 헌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5월6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법이 문제였다면 진즉 (개정안을) 만들었어야지 (이 후보가) 걸리니까 법이 문제라 한다”며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은 보편적 적용을 위한 것이지 자기들의 특수한 이익에 따라 이리 만들고, 저리 만들고 하는 게 아니다”며 “결국 민주당도 헌법 84조에 의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재판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이다. 이걸 막으려 법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입법부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도, 법관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게 만든 당사자도 모두 사법부라는 입장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후보의 피선거권과 직결된 판결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빠르게 내린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해석이다. 이에 최근 발의되는 개정안 역시 이 후보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법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응급수술’이라는 게 이재명 캠프의 주장이다.
5월8일 이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단회의에서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법원의 결정(파기환송심 기일 변경)으로 조희대의 난, 사법 쿠데타는 1차 진압된 모양새”라며 “중앙선관위도 후보자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대선에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도록 사법부의 대선 개입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강훈식 민주당 종합상황실장은 “사법부가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길은 단 하나. 바로 정치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한 이상 차기 정부에서 대대적인 ‘사법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법조인 출신 한 의원은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한 끝에 개혁의 심판대에 섰듯, 내란 종범임을 (파기환송으로) 자백한 대법원도 개혁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며 “법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아닌 대법원이 유력한 대선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한 뒤 “이재명 후보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옹호하겠지만 그들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대법원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대선을 앞두고 ‘사법 폭주’와 ‘입법 폭주’ 논쟁이 동시 발화된 지금, 민심은 누구의 편에 서 있을까. 우선 최근까지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표심은 여전히 ‘어대명’(어치피 대통령은 이재명) 추세다. 정권 교체를 향한 열망이 이 후보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한 정권 교체 우위 여론…“李 사법 리스크, 여론에 선반영”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월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3%, 한덕수 무소속 대선후보 2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12%,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5% 등 순으로 나타났다. ‘태도 유보’ 응답은 15%였다(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22.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2%,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존 여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9%로 조사됐다. 대법원의 이 후보 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5%,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7%로 비등했다. 답변은 정치 성향에 따라 크게 갈렸다.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각각 75%, 54%)가 높은 반면, 보수층에서는 ‘공감한다’(75%)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선거법 유죄 취지 판단으로 이 후보를 향한 중도층의 근심은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중도층은 ‘돌발 변수’로 표심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번 대선의 메인 프레임은 여전히 ‘계엄 심판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여론에 선(先)반영되어 있다”며 대선 변수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민주당은 이럴 때일수록 중도층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민주당이 ‘오버’해 탄핵을 여러 번 시도하면 중도층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대선 정국에)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