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박증에서 나온 지분형 모기지 꼼수 괜찮을까

2025-05-16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인 지분형 모기지는 정부와 공동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 자기 돈 1억원이 있다면 4억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그래도 모자라는 돈 5억원은 정부가 낸다. 집값의 절반을 정부가 냈으니 그 집 지분의 50%는 정부 몫이다. 만약 집값이 2억원 오른다면 시세차익 2억원도 정부와 반씩 나눈다. 그러나 집값이 2억원 하락하면 하락분은 정부가 모두 떠안아준다는 게 특징이다.

채권 시장 불확실성으로 은행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의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그렇다고 대단히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다. 사례로 든 지분형 모기지 방식으로 집을 구매한 사람은 은행 대출 4억원의 원리금과 함께 정부가 낸 돈 5억원에 대한 사용료(5억원의 연 2% 정도)를 내야 한다.

다른 나라라면 이처럼 복잡한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자기 돈 1억원이 있으면 그냥 9억원을 대출받아 10억원짜리 집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9억원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월세 대신 내면서 산다. 미국이나 영국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집값의 80~90%를 대출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이처럼 복잡한 지분형 모기지 같은 정책이 자꾸 등장하고 있을까. 그건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과도한 강박증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우리나라는 지금도 6억원 이하의 집을 구입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겐 집값의 80%까지 대출해 준다. 지분형 모기지도 서울은 10억원 이하이고, 지방이나 수도권은 그보다 더 저렴한 주택에만 적용할 계획이어서 그 대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주택 구입 희망자들은 왜 집값의 80%를 대출받아 집을 사지 못하고 지분형 모기지 같은 꼼수를 써야 할까.

집값의 80%를 대출받아 집을 사면 매월 갚아야 할 돈이 대출금의 이자에 그치지 않고 대출금 원금의 일부까지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 이자만 갚아나가다가 집을 팔고 이사를 갈 때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자만 내는 대출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제는 어떤 대출을 받아도 원금을 30년 안에 다 갚아야 하다 보니 이자보다 원금 상환 부담이 더 커졌다. 원금 분할 상환 부담 탓에 웬만한 소득으로는 대출을 많이 받기가 어려워졌고 집을 구매하는 일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지분형 모기지라는 것도 결국 매월 상환해야 하는 원금 부담을 줄여준 것에 불과하다.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 정부가 5억원을 내주면 구매자는 5억원에 대해서는 연 2%의 낮은 사용료만 내면 된다. 만약 그 돈을 은행에서 빌렸다면 5억원에 대한 이자뿐 아니라 5억원에 대한 원금 상환도 함께 해야 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포기하고 지분형 모기지를 선택하는 구매자들은 모두 이 원금 상환 부담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차라리 지분형 모기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원리금 분할 상환이 아닌 이자만 내면 되는 대출을 허용해 주는 게 어떨까. 이렇게 대출을 열어주면 물론 주택담보대출 총량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내 집 마련을 도와주기 위해 정부가 개인 주택의 지분을 사들이고 지분 사용료를 받는 복잡한 꼼수를 쓰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일은 그 어떤 경우라도 안 된다는 강박증 때문에 우리가 지금 어떤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