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김문수, 윤석열 정리한 뒤 한동훈 끌어들여야

2025-05-16     전영기 편집인

윤여준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지도자의 자질은 도덕성과 유능성이 핵심인데, 이런 비상시국엔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유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이 후보의 단점은 ‘도덕성 부족’이라고 읽은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유능한 권력은 날 선 칼과 같아서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쓰면 모두가 좋아한다. 반면 부도덕한 권력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수많은 사람을 소리·소문 없이, 혹은 꼼짝 못 하게 묶어놓고 해칠 수 있는 무서운 흉기가 된다. 따라서 ‘유능하고 부도덕한’ 권력이 ‘무능하고 부도덕한’ 권력보다 더 무섭다는 점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지난 윤석열 정권은 대표적으로 무능하고 부도덕한 권력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그가 무능했기에 총선에서도 지고, 끊임없이 당정 불화만 일으키다 마침내 비상계엄 소동으로 임기 중 파면됐으니 말이다.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의 민주당, ‘사법부 접수’ 코앞

이재명 후보가 집권한다면 유능하고 부도덕한 정권이 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처럼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지 않을까 근심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 다수 권력으로 내각을 식물 행정부로 만든 지 오래인데 이번엔 자기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사법부까지 손아귀에 쥘 각종 입법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집권이 어찌 두렵지 않겠나.

삼권분립의 한 축인 현직 대법원장을 추정 혐의만으로 강제 수사하는 특별검사법을 만든다든가 ‘대통령에겐 진행 중인 재판을 전부 중지하되 무죄를 내릴 경우에 한해서만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전대미문의 법까지 진지하게 추진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행동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소름이 돋는다. 문제는 이 후보 말고는 이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권력자의 ‘선의’ 외에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사회를 1987년 이래 한국인들은 살아본 적이 없다. 윤석열처럼 자기 마음대로 임금놀이를 즐긴 대통령조차 거대 야당의 입법 권력에 사사건건 견제를 받았다. 사실상 입법·사법·행정 3권 장악이 예상되는 이재명 시대에 대한 우려는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라는 유행어가 잘 담아내고 있는 바와 같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양대 변수로 ①이재명 포비아가 어느 정도 확산되는가 혹은 희석되는가 ②지리멸렬한 보수를 김문수의 정치력이 어느 정도 묶어낼 수 있는가를 꼽는다. 일련의 여론조사들은 이재명 포비아가 유권자 사이에 퍼져 있지만 보수진영이 이리저리 찢긴 바람에 포비아 반사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35세 김용태, 후보가 못 하는 일 대신해

현재 김문수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은 ‘윤석열 비호감’과 ‘한동훈의 비협조’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진영의 결집을 바탕으로 중도층 표심을 끌고 와야 하는데 윤 전 대통령이 ‘제 죽은 줄 모르는 귀신’처럼 김문수 주변을 배회하고 있으니 캠프는 혼란스럽고 중도에선 혐오가 크다. 한동훈은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 호오가 뚜렷이 갈린다 해도 중도층에 호소력이 있고, 보수의 세대 교체 혹은 시대 교체를 상징하는 측면이 있기에 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문수 후보로부터 상당한 재량권을 위임받은 35세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결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정치는 의외의 곳에서 1%의 가능성에 도전해 성공에 이르는 ‘희망의 예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윤석열을 읍참마속(泣斬馬謖·눈물을 흘리면서 목을 베다) 하듯 정리하면 한동훈이 김문수 캠프에 합류할 명분이 생긴다. 후보의 손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비대위원장이 함으로써 ‘친윤 지지자’들의 이탈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거리다. 

전영기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