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바로 서야 절대 권력을 막을 수 있다 [쓴소리 곧은 소리]

‘尹 파면’이 ‘이재명식 공포정치’ 정당화 못 해…민주당의 사법부 침탈 우려 지리멸렬 보수, 6·3 대선에서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대결 펼쳐야

2025-05-23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6·3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12·3 계엄과 윤석열 탄핵에 따라 보수 궤멸의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승패에 따라 보수의 생사가 갈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여론조사 판세는 1강 1중 1약의 3파전 속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리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양자의 지지율을 합쳐도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같은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이재명 주도의 판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5월19일 S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는 55% 이상 득표를 받는다. 최종적으로 60%(이재명) 대 30%(김문수) 대 10%(이준석)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최근 김문수 후보 쪽으로 결집 효과가 나타나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들도 있지만 보수 후보의 양립, 국민의힘의 내분 등으로 보수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가 반대 진영보다 뜨겁지 않은 건 사실이다. 보수진영이 궤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대선은 진보진영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보수진영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느냐, 지리멸렬 정계개편을 당하느냐 하는 절박한 기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5월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서 보수후보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권력자 거스르면 검사·판사 파면 가능

보수진영은 이번 대선에서 ‘위기에 빠진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안을 내놓고 치열한 정치적·정책적 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위헌·위법 행태를 조목조목 짚으며 그를 파면하면서도 민주당을 포함한 입법권력의 절제를 강조한 바 있다. 헌재는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헌재의 이런 경고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앞세워 절대 권력을 향한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대법원이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민주당의 사법권 침탈은 본격화됐다. 민주당은 대선 후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이 면소(免訴)되도록 허위사실공표죄를 개정해 본회의에 올렸다. 또한 선거법 외 대장동·위증교사·대북송금·법인카드 유용 등 나머지 4개 재판도 모두 중단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똑같이 올렸다.

사법권 침탈 즉, 민주공화국 정체성의 핵심인 삼권분립을 무너트리는 민주당의 폭주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 5개는 모두 중단된다. 이 법에서는 ‘무죄, 면소, 형의 면제,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때’는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계속할 수 있게 했다. 이 조항대로라면 현직 대통령 재판은 무죄 결론을 정했을 때만 진행하고 유죄일 때는 진행할 수 없다. 황당하다. 둘째,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이 후보가 유죄를 받은 허위사실 혐의 자체가 없어져 이재명은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셋째, ‘검사 파면제’로 이재명을 기소하는 검사는 비록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해도 파면되는 법적 근거가 된다. 넷째, ‘법 왜곡 판사 처벌법’으로 이재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는 ‘법 왜곡 죄’로 처벌되는 근거가 된다. 다섯째, ‘법원 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이재명에게 유죄가 내려지지 않도록 대법관이 100명으로 늘어난다. 여섯째,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이재명의 유죄 판결은 4심제가 되어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히게 될 것이다. 일곱째, ‘조희대 특검법’을 통해 이 후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장은 피고인이 될 것이다.

이대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실현되면 선거 절차를 통해 헌정사상 초유의 입법, 사법, 행정의 권력을 모두 움켜쥐는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이재명 후보가 당과 의회를 장악하고,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점만 보자면 구소련의 스탈린, 러시아의 푸틴 못지않다.

특히, 이 후보의 폭거 행태는 프랑스 혁명기 ‘공포정치’를 자행한 자코뱅당의 로베스피에르를 닮았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입법·행정·사법은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9월부터 국왕을 처형함으로써 촉발된 대외 전쟁과 국내 반란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본격 시작했다.

로베스피에르의 공안위원회는 1794년 6월10일 ‘프레리알 22일 법’(공포정치법)을 제정해 혁명재판소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사법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법에 따라 체포되면 바로 재판으로 넘겨져 증거 없이도 배심원 심증만으로도 유죄를 만들어 시민들을 처형했다.

 

보수주의는 ‘로베스피에르식 공포정치’를 막기 위해 탄생

견제 없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법이다. 인류가 절대 권력을 막기 위해 선택한 체제가 민주공화국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란 세력 척결, 적폐 청산 등 반혁명 분쇄를 명분으로 혁명재판소와 공안위원회를 앞세워 반대파를 숙청하는 ‘로베스피에르식 공포정치’를 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극체제와 절대 권력 및 공포정치법은 민주공화국과 양립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특별하다. 위기에 빠진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체제 경쟁 성격의 선거’라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내란에 대한 ‘응징 투표’를 명분으로 ‘이재명식 공포정치’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윤석열 내란에 대한 응징 투표냐’ 아니면 ‘이재명식 공포정치에 맞서는 저항 투표냐’가 대한민국의 미래 운명을 가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민주공화국을 유지시키는 삼권분립, 법치주의, 민주주의를 거세하는 ‘이재명식 공포정치’를 허용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면 ‘국민적 저항’ 이외에 그를 견제하거나 비판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보수주의는 로베스피에르식의 좌파극단주의를 막기 위한 성찰에서 탄생했다.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가 쓴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에서 헌정체제를 수호하는 보수주의의 주요 가치로 신조와 규범 존중, 보존, 절제, 균형을 강조했다.

이전과 다른 이번 대선의 가장 선명한 적수는 ‘거대한 절대 권력’이다. 이에 이번 선거는 절대 권력과 공포정치를 ‘내란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보는 세력과 반대로 ‘공화주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고 보는 세력 간 정책 대결로 치러질 필요가 있다. 이에 비(非)이재명 단일화는 정치적 이합집산의 차원을 넘어 민주공화국 체제를 수호하는 중대한 사활적 과제가 됐다.

유죄를 받은 윤석열의 계엄과 파면이 ‘이재명식 공포정치’를 정당화하도록 면죄부를 주는 건 결코 아니다. 이에 이번 대선은 중도 확장을 통해 중도층과 연합하는 보수가 ‘민주공화국 수호자’로서 거듭나고 바로 서는 기회이니만큼,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절대 권력과 공포정치에 맞서 싸우고 견제하면서 투표하는 게 마땅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