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론’ 핵심엔 중도층 민심…보수 분열이 키우고, 尹이 확산시켜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李 50% vs 金 36%…중도층에선 李 61% vs 金 23%, 38%p 격차  ‘부정선거’ 영화 관람한 尹, 찢어진 ‘보수 원팀’에 중도층 민심 악화 부추겨

2025-05-23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선 시계가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계엄 선포와 탄핵심판으로 이어진 ‘정권 심판론’ 성격이 강하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찌감치 ‘중도보수론’을 외치며 외연 확장 전략을 시도했다. 그 결과 중도층 선점은 물론 보수층 일부도 흡수하며 압승을 노리고 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불발에 따른 파장을 안고 뛰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탈당까지 하고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원팀’ 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원 유세를 주저하다 ‘따로 유세’로 불편한 동행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5월21일 부정선거를 주제로 한 영화를 관람했는데, 김문수 후보의 중도층 흡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 ‘이재명 대세론’은 지속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의 의뢰를 받아 5월18~1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내일이 대선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생각인지’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는 이재명 후보 50%,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6%로 나왔다. 이 후보가 김 후보를 14%포인트 앞서는 결과다. 중도층에서는 이재명 후보 61%, 김문수 후보 23%, 이준석 후보 8%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 1~2위 간 격차는 무려 38%포인트나 된다. 

김문수 국민의힘·권영국 민주노동당·이준석 개혁신당·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부터)가 5월18일 서울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PK에서 ‘압도적 우위’ 못 보이는 김문수

이번 대선은 이재명 후보의 영남권 공략과 국민의힘 단일화 파장으로 인해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 판세가 더욱 중요해졌다. TK에서 이재명 후보 30%, 김문수 후보 58%로 나타났다. 김 후보가 더 앞서지만, 이 후보도 선전하는 모습이다. PK는 보수진영에 빨간불이 켜진 곳이다. 이번 조사에서 PK는 이 후보 43%, 김 후보 44%로 별 차이가 없다(그림 ①).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된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부산과 울산에서 1위 득표를 했고 경남에서 홍준표 후보와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보수 후보가 영남표를 싹쓸이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는 언감생심이다. 

‘굳히기’에 들어간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김문수 후보가 ‘뒤집기’ 반전을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몇 가지 카드가 있다. 그중 하나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다. 지지율 열세인 김 후보에게 단일화는 산술적으로 지지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여기에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무산으로 누리지 못했던 단일화 시너지 효과와 컨벤션 효과(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별다른 이슈가 없는 선거전에서 막판에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이준석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단일화 질문에 선을 그어왔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에 선을 긋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대선 같은 큰 정치적 이벤트에서 끝까지 후보 자리를 가져갈 경우 정치적 경륜과 입지가 확보될 수 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경험이다. 두 번째로 선거비용 보존도 변수가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10% 이상 득표를 하게 되면 선거비용 절반, 15% 이상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 전부를 환급한다. 

金, 이준석과 단일화·TV토론으로 반전 기대

단일화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떨까.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은 ‘단일화를 해야 한다’ 37%, ‘단일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 45%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개혁신당 지지층의 판단인데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가 무려 77%로 나왔고, 개혁신당 지지층에선 ‘후보 단일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가 57%로 ‘해야 한다’보다 더 높았다(그림 ②). 국민의힘 지지층은 김 후보가 뒤집기 반전을 위해 노려볼 수 있는 카드로 후보 단일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위협하며 중도층을 확보하고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셈이다.

남은 선거 판세는 이 후보의 ‘굳히기’일까, 아니면 김 후보의 ‘뒤집기’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5월12일부터 21일까지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먼저 이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지지하다’ ‘호소하다’ ‘비판하다’ ‘논란’ ‘우려’ ‘신뢰’ ‘위기’ ‘범죄’ ‘기대’ ‘의혹’ ‘희망’ ‘혐의’ ‘위반’ ‘갈등’ 등으로 나왔다. 김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지지하다’ ‘호소하다’ ‘논란’ ‘비판’ ‘신뢰’ ‘기대’ ‘희망’ ‘갈등’ ‘우려’ ‘위기’ ‘범죄’ ‘진심’ ‘부정선거’ ‘진정성’ 등으로 나타났다(그림 ③). 

이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에서는 ‘혐의’ ‘위반’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해소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그래도 남아있는 변수라고 볼 수 있다. 김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갈등’ ‘우려’ ‘위기’ ‘범죄’ ‘부정선거’ 등으로 나타나 한덕수 전 총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시장의 선거 지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부정적 요인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따른 부담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리 중간 판세가 이재명 대표의 우세 흐름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선거의 결말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거 판세 ‘굳히기’와 김문수 후보의 선거 막판 ‘뒤집기’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 지켜보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