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직접수사 진행할 때 제3 기관의 승인받도록 해야 한다”

[인터뷰]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보는 지금의 검찰과 ‘검찰 개혁’ “검찰, 정치권력과 한 몸 돼…이념·정파성에 몰두한 개혁은 경계해야”

2025-05-30     이태준 기자

대선이 다가올수록 서초동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집권 후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하고 나섰다. 5월28일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정책 공약집을 공개했는데, 여기에선 검찰을 수술대에 올리고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한편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를 실질화하고 △검사 파면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심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5월23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공개한 대선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 개혁 즉각 착수’는 모든 연령과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조직의 최대 위기” “검찰 스스로 자정해야”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수사지휘부까지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에는 착잡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사저널이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을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 전 감찰관은 1997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조직범죄과장,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 주재하에 계엄 이후 상황에 대한 대책회의가 소집됐을 때, 박 장관에게 반헌법적인 계엄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통고하며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사의를 표명했다. 류 전 감찰관은 지금의 검찰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 쇠락과 몰락, 스스로 자초한 결과”

만약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검찰은 대대적인 개혁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검찰 조직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수 있지 않을까.

“검찰 내부에서 ‘검찰 개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위급 간부 이외에는 없을 것 같다. 현재 검찰 고위층은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을 정도의 신망을 잃었다. 이들이 검찰 개혁에 반대하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반발한다’는 비판만 받을 것이다. 검찰은 국민적 신뢰도 잃었다. 지금껏 검찰권 행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형평에 맞게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정치권력자와 검찰은 한 몸이 됐다. 최근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단 한 건이라도 수사했었는가.”

지금 검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나는 검찰 일부 구성원의 정치적 편향성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자기편만 챙기는 인사를 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조상원 4차장 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인적 구성을 확실하게 척결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검찰이 자신들의 판단이나 처분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권 행사가 옳고, 법에 부합하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정해진 수순일까.

“직접수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제가 검찰에 있었을 땐, 특별수사가 소수에 불과했다. 모든 인원이 일반 형사사건 처리를 위해서 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수사의 범위가 제한적임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과거엔 특수부 검사도 3~4명밖에 없었다. 부서도 3부까지만 존재했다. 지금은 특수부 보강을 위해 다른 지검에서 인원을 파견받고 있다. 일반 사건 처리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당해 송치사건의 적정한 처리가 기소권 행사 본연의 임무임을 망각하고 있다.”

‘검찰 힘빼기’만이 능사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많다.

“힘을 빼긴 해야 하는데, 잘 빼야 한다.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기 위해선 제3 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못 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선배들은 직접수사할 사안이 있어도 필요한 만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지금은 직접수사에 있어 검찰이 자제력과 판단력을 잃은 모습이다.”

검찰 개혁의 여파로 경찰의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직접수사 권한을 가지는 기관은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그런 조직을 견제하는 기관으로서 권한 오남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송치받는 사건의 적정 처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권한의 일정 부분을 보장해 주되, 오로지 이것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는가.

“그렇다. 1997년 제가 검찰에 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검찰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검찰의 내일은 어제보다 못했던 것 같다. 검찰 조직의 쇠락과 몰락은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잘못된 검찰권 행사가 그 시발점이다.”

이재명 후보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우려는 없나.

“대법관 300명 증원처럼 국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입법 추진은 개혁 취지에서 빗나갈 수 있다. 사법제도는 보수적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가면서 ‘확실하게 알아보고 가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사법은 사회가 혼란의 격변 시기에 있더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최후의 보루다. 개혁이 급박하게 이뤄지거나 신중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념적 편향성과 정파성에 몰두한 개혁을 경계해야 한다. 취지에 벗어나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다.”

 

“검찰에 몸담았던 입장에서 국민께 죄송”

과거 초년 검사 시절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과거 선배들은 신중했다. 비판을 받더라도 객관성을 띠려고 했다. 정파적 편향성이 있으면 이를 드러내지 않고 불식시키려 애썼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후로 검사들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숨기지 않기 시작했다. 과거 선배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과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을 구속하면서도 대통령의 신임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국민과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사건 처분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제가 초년 검사 때의 검찰과 요즘 검찰 조직은 너무나도 다르다.”

검사 후배 중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도 있을 듯하다. 주로 어떤 고민을 토로하나.

“‘검찰 조직의 미래는 없는 것 같다’며 고민한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검찰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도 실망하는 것 같다. 또 자기 업무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조직 전체가 비판을 받다 보니 그나마 사명감도 생길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앞으로 검사들은 어떤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보나.

“‘한 개인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야망이 아니고, 시민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검사라는 직업을 열망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직업을 통해 국민에게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 검사는 사건 처리를 통해 시민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 자신의 판단이 가져올 후폭풍과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괴물이 나오게 된다는 의미다. 법리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법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이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형사사건의 수사 절차에 있어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받고 지켜질 수 있도록 사법 절차 개선이 잘 이뤄지는지 국민들께서 지켜봐주셔야 한다. 나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