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막 내릴 때 됐다”가 민주당의 공감대인가 [쓴소리 곧은 소리]
민주연구원 간부의 섬뜩한 발언…당의 손에 삼권 집중시키겠다는 뜻 대법관 증원하면 추가 임명권 행사할 대통령이 사법부 좌지우지하게 돼
역대 대선은 대한민국의 정치뿐 아니라 경제나 사회,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화의 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 앞서 항상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 21대 대선을 앞두고 과거에 찾기 어려웠던 새로운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삼권분립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근심이다.
민주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사실상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국회 독주로 인해 ‘입법 폭주’ ‘제왕적 국회’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현재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에는 사실상 견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권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안 그래도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해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지칭되고 있는데, 그러한 대통령과 국회 과반 의석이 합쳐진다면, 이를 누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더욱이 최근에 민주당이 대법관을 30명 또는 100명으로 증원하겠다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들을 보면, 사실상 삼권 모두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삼권분립, 절대 군주 무너트리는 과정에서 탄생
비판이 거듭되자 이재명 후보가 한발 물러섰지만,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다시금 추진할 것이라는 걱정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삼권분립은 절대 군주제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탄생했으며, 그 뿌리는 고대 그리스에서 논의된 혼합국가형태론에 있다. 즉, 군주정이 참주정으로, 귀족정이 과두정으로, 민주정이 중우정으로 타락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여러 정치 체제의 혼합을 통해 서로 견제함으로써 부패와 타락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삼권분립론이 근대 입헌주의와의 결합을 통해 등장한 것이다.
근대적 권력분립론은 당시 군주 세력에게 정부를, 시민 세력에게 의회를, 귀족 세력에게 법원을 맡기는 방식의 세력 균형 이론이었다. 어느 하나의 세력이 과도하게 강해질 경우에는 부패와 타락에 의한 권력의 오남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세 세력이 각기 일정한 지분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18~19세기 시민혁명을 통해 국민주권이 관철된 이후에는 세력 균형의 이론이 존속할 수 없었다. 군주 세력과 귀족 세력이 사라진 상태에서(설령 영국 등의 국가처럼 형식상 왕이나 귀족이 있다 하더라도) 세력 균형에 기초한 삼권분립은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루소나 쉬에스 등 정치사상가들에 의해 삼권분립을 부정 내지 경시하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했다. 국민주권으로 모든 것이 귀결되므로 삼권의 분립은 사실상 국민 또는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우월성 앞에 그 힘을 잃게 되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주권의 의미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라 하더라도 국민의 뜻에 반해 권력을 오남용할 위험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 곧 확인되었다. 대한민국의 짧은 헌정사에서도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권력을 오남용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현대적 권력분립은 이러한 경험을 거울삼아 세력 균형의 이론이 아닌 법치의 실현 구조에 맞춰 국가 기능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법치의 첫 단계로서 국가 질서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는 입법, 그다음 단계로서 헌법과 법률의 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집행, 그리고 최종 단계로서 입법이 헌법에, 집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다시금 확인하고 판단하는 사법이 구분되는 것이다.
현대적 권력분립은 엄밀한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지는 못한다. 정당국가화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결합되는 현상, 행정국가화를 통해 정부의 조직과 인력, 업무량 등이 입법부와 사법부에 비해 크게 확장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업무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 외형적 균형은 아니어도, 권력의 오남용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대적 권력분립의 핵심이다.
국회의 과반 의석과 대선 결과는 국민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겠다는 것은 사법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삼권분립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교훈 새겨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현재 14명의 대법관을 2배 이상으로 증원할 경우에는 새로운 대법관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대통령이 사실상 사법부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코드 인사가 재현될 것이고,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국회를 지배하는 민주당이 정부와 법원까지도 장악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 박진영 부원장은 “사법부가 나라 망쳐, 왜 필요하냐…삼권분립 막 내릴 때 됐다”고 섬뜩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정말로 삼권분립 없이 권력의 오남용을 통제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더욱이 이러한 발언에 대해 민주당에서 아무도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은 이것이 민주당 내의 공감대인가 하는 의혹까지도 자아낸다.
실제로 민주당의 행보는 삼권의 분립이 아닌, 민주당의 손안에 삼권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특검, 탄핵소추 등의 압박은 시법부의 독립에 대한 침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욱 크게 한다.
설령 형식상 삼권분립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하고, 나아가 사법부까지 그 앞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면 이것이 삼권분립의 무력화가 아니고 또 무엇일까? 그런 상황은(비록 헌법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을 뿐) 유신 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권력의 독점이 될 것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절대적 권력의 탄생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19세기에 영국의 액튼 경이 인류 역사의 경험을 통해 갈파한 명언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권력은 부패로의 경향이 있고,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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