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먹사니즘 성장’ 기대…국가부채에 의존 말기를 [쓴소리 곧은 소리]

‘강력한 권력’ 잘 쓰면 경제성장률 0%대 쇠락하는 나라 운명 바꿀 수 있어 “둥지를 넓히고 파이 키우겠다” 약속 지켜야…노란봉투·양곡관리법안은 철회가 답

2025-06-05     김영욱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강한 대통령’이 출현했다. 양날의 검이다. 독재 우려도 있지만 성공한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 덫에 걸려 있다. ‘피크 코리아(peak Korea)’가 단적인 예다. 국민의 삶이 정점을 지나 쇠락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는 2020년 정점에 달했고(5183만 명) 이후 줄어들고 있다. GDP(국내총생산)도 2020년 세계 10위(1조6382억 달러)였지만 2023년엔 14위로 밀렸다. 브라질, 러시아, 호주, 멕시코 등이 우리를 추월했다. 세계 10등이란 순위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세금도 줄고 있다. 국세 수입은 2022년이 피크였다(396조원). 경제성장률도 5년마다 1%포인트씩 낮아지고 있다. 2023년부터는 성장률이 1%대였으며 올해 예상 성장률은 0%대로 내려앉았다.

우리 경제가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우리는 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걱정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가 잘하던 캐치업(추격) 전략은 한계에 달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은 성숙산업화됐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서는 한참 뒤처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월4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시 계양구 사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포용적 혁신’보다 ‘혁신의 결과’로서 포용을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방증이다.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이 1%대로 낮아진다. 10년 후에는 0%대, 2046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경제’가 시작된다. 어떻게 해야 극복할지 대부분이 안다. 시스템 개혁이 포인트다. 경제 시스템을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바꾸는 개혁 말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힘 있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우선 ‘과거의 이재명’과 달라졌다. 무엇보다 성장을 얘기한다. ‘혁신 성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찐’성장론이다. 이 대통령의 경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한다. “우리 경제가 1%대 저성장에 진입한 지 오래”라며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우자”고 한다. ‘우클릭’했다고 하지만 사실 지금은 한가하게 ‘좌냐 우냐’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먹사니즘’을 이야기하고 성장을 우선시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대통령은 ‘A2G(AI, Bio, Culture, Defense, Energy, Factory, Global)’를 제시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문화, 방산, 에너지 등 6대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산업 전반에 AI를 융합하자는 혁신 성장론이다. 부동산·감세·토목 중심의 ‘가짜 성장’이 아니라 기술 주도의 ‘진짜 성장’을 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긴 지 오래”라면서 한국형 마더 팩토리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생산기지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모체공장 얘기다.

그가 말한 대로 실행했으면 한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과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혁신 성장을 밀어붙이기 바란다. 물론 걱정되는 점도 있다. ‘혁신 성장’이란 말 앞에 ‘포용’이란 말이 붙은 건 이상하다. 또 하나의 중심 공약인 ‘기본사회’의 실현 때문에 그런 듯하다. 하지만 ‘포용적 혁신 성장’이란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둥근 사각형’이란 말을 연상케 한다. 혁신 성장은 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했듯이 ‘창조적 파괴’다. 파괴하지 않으면 창조가 없다. 혁신 성장의 과정에 포용이 있어선 안 된다. 포용은 성장의 결과여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철회했으면 한다. 혁신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으로 빛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 대선 공약집에 다시 들어갔다. 

이 개정안에는 문제가 많다. 가령 지금은 이사가 회사에 충실(忠實)의무를 다하면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들은 주주에게도 충실의무를 다해야 한다. 충실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지금은 이사가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만, 앞으로는 주주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상관없다. 모든 주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 소송이 빈번할 게 자명하다. 주가가 하락하거나 주주 중심 경영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고 주주가 생각할 경우 ‘충실의무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혁신이 위축되는 건 불문가지다.

노란봉투법도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2조와 3조의 개정안이다. 내용은 세 가지다. 하도급 노동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했다(2조 개정안). 또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개별적으로 물어야 하고, 신원보증인은 책임지지 않도록 했다(3조). 역시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가 불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들은 수많은 하청 근로자와 단체교섭을 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외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도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향한 노무현의 ‘비전 2030’과 슈뢰더의 ‘어젠다 2010’

농민을 보호하고 쌀 생산을 보장하겠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혁신을 저해한다. 시장 거래를 왜곡하고 재정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서다. 차제에 농업을 근본적으로 개혁했으면 한다. 영농을 대규모화하고 영농의 기계화를 촉진하기 바란다. 그래야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식량안보가 가능해진다.

끝으로 증세와 전방위적인 개혁을 당부한다.

증세는 해야 한다. 그래야 ‘저부담 저복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중부담 중복지’로 바꿀 수 있다. 이 대통령도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다. 말 많은 호텔경제학은 그 방증이다. 문제는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국가부채에 의존해선 안 된다. 정부 기능과 역할은 강조하면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하지 않으면 국가부채는 순식간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전면적인 개혁 추진도 절실하다. 역동적이고 유연한 경제 시스템으로 나라가 재탄생하려면 특정 미래를 목표로 한 사회 전 분야를 망라하는 개혁이 필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개혁을 강조했다. 임기 말에 ‘비전 2030’을 수립해 제도 혁신을 강조한 까닭이다. 노동과 연금, 복지 개혁의 방안도 세세히 기록했다. 1998년 집권한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도 ‘어젠다 2010’으로 독일의 운명을 바꿨다. 이 대통령도 쇠락해 가는 ‘피크 코리아’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꾼,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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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