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TK·PK가 김문수에 몰표 주길 주저했다…중도층도 외면
尹은 지난 대선 때 TK·PK에서 모두 70% 넘게 득표…金은 60%대 그쳐 김문수·이준석 득표 합산 시 李보다 0.07%p 우세…절묘한 견제 심리
6월3일 실시된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국에서 49.42%의 득표율(1728만7513표)을 기록하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새로 썼다. 김 후보는 41.15%(1439만5639표)에 머물렀고, 양자 간 격차는 8.27%포인트(p), 289만1874표에 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를 득표해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변수는 김 후보에 대한 보수층과 중도층의 이탈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년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 0.73%p(24만7077표) 차로 패배했던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선 서울·대전·충북·충남 등에서 뒤집으면서 판세를 굳혔다. 이 지역들은 중도층의 이동이 전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전국 선거에서 승부처로 꼽히는 곳들이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를 서울에서 5.58%p, 대전에서 7.92%p, 충북에서 4.25%p, 충남에서 4.42%p 격차로 따돌렸다. 선거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폈던 중도 확장 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 진영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초박빙 승부였던 20대 대선과 비교했을 때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선 각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1~3%p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모두 80%를 넘긴 호남 지역에선 1%p 내로 미세하게 감소했으나 전체 득표율(20대 대선 47.93%)로 비교해도 1.49%p 상승했다. 이 대통령이 집토끼는 철저히 지켜냈고, 거기에 중도층의 일부를 흡수하면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이재명, 서울·충청 잡고 승기 굳혀
반면 보수 지지층은 이번 대선에서 흔들렸다. 특히 ‘보수 텃밭’으로 평가되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가 과거와 같은 결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TK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두 지역 모두 70% 넘는 득표를 했던 곳이지만, 이번에 김 후보는 60%대에 그쳤다. PK 역시 윤 후보는 모두 과반 득표에 성공했던 지역이지만, 김 후보는 이번에 울산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질타가 표심으로 드러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대선 득표율과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 후보를 택하지 않은 표심의 다수는 이준석 후보에게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이 후보는 6~9%대 득표를 하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득표를 합산하면 49.49%로 이 대통령의 득표보다 0.07%p 더 높다. 물론 두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단순 합산된 득표가 나왔으리라 단언할 순 없다. 다만 계엄 사태에도 이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이 후보와 거대 의석의 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표심으로 작동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