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령자’ 아닌 ‘최고 설득자’가 돼라”

언론인 박성원이 정치 현장에서 대한민국 국정 리더십을 성찰해 쓴 《대통령의 성공조건》

2025-06-08     조철 북 칼럼니스트

“탈권위주의 시대의 대한민국에서는 한 사람이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국정을 이끄는 리더십에도 끊임없는 변화와 유연성, 개방성, 포용성이 요구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탄핵의 정치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대통령을 뽑는 일이라고 지적하는 박성원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펴냈다. 박 위원은 한국 정치 리더십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근본부터 성찰하기를 바란다. “역대 정권들의 국정과제나 해결해야 했던 주요 현안은 저마다 차이가 있었다. 가령 대북정책은 보수정권의 ‘원칙론’을 내세운 강경 정책과 진보정권의 ‘포용론’을 내세운 유화 정책이 뒤집고 뒤집히기를 반복했다. 같은 당에서 정권 재창출이 이뤄진 정부 사이에도 전임 정부 지우기는 종종 벌어진다.”

대통령의 성공조건|박성원 지음|나남 펴냄|388쪽|2만3000원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최전선을 취재해온 박 위원은 이 같은 정책의 단절과 불안정성이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반복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속성과도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되면 5년 동안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막상 대통령이 임기 내에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붙여 성과를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참여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 실용주의 기조 아래 경제위기를 극복한 이명박 정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 촛불 민심의 기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각기 어떤 정책을 시도했고 어떤 방식으로 국정의 한계에 부닥쳤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명분과 철학을 내세웠지만, 실제 국정 운영에서는 소통의 단절, 정무적 감각 부족, 불통과 분열, 진영 편향 등 서로 다른 형태로 통치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핵심은, 권위적 통치와 폐쇄적 국정 운영의 구조적 관성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단순한 리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 전반이 내는 구조적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위기를 ‘리더십의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진단하는 박 위원은 ‘최고 명령자’가 아닌 ‘최고 설득자’로서의 대통령상을 제시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은 단순한 명령자가 아니라, 국정의 복잡성을 조정하고, 갈등을 완화하며, 사회적 신뢰를 설계하는 설득자로서 역할을 재정립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