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름 생활…온열질환 예방법 [신현영의 건강 주치의]
올해도 빠르고 긴 여름 예상…노인과 만성질환자 건강 위협
올해도 빠르고 긴 여름이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부터 고온 현상이 시작되어 7~8월에 무더운 여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에는 체온이 40도까지 상승한 48세 남성이 편의점에서 쓰러져 여러 차례 응급실을 오가다 결국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폭염 속 건설현장에서도 60대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는데, 쓰러질 당시 체온 역시 40도였다. 작년 온열질환자는 3704명, 사망자는 34명으로 전년 대비 31.4% 증가해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을 일컫는다. 우리 몸은 체온 유지를 위한 항상성 기전을 작동하는데, 체온이 상승하면 땀을 흘리고 혈관이 확장되어 열을 방출한다. 고온 환경에 오래 노출되는 동안 땀 배출이나 혈관 확장이 원활하지 않으면 체온이 계속 상승해 온열질환으로 이행된다.
온열질환은 종류에 따라 발생 기전과 중증도가 다르다. 과도한 땀 배출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면 어지럼, 피로, 두통, 더 나아가 구토와 실신 등의 증상으로 열탈진이 나타난다. 전해질 손실이 심해지면 근육 경련과 함께 열경련이 발생하며,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의식 혼미를 동반해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으로 진행된다.
온열병 환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 78.5%를 차지했고, 65세 이상 노년층이 30.4%였으며, 그중 80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실내보다 3.7배 많았고 특히 실외 작업장, 논밭, 길가 순으로 나타났다.
기온 확인 후 고온일 때는 외출 자제해야
따라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는 철저한 여름 더위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노인, 어린이, 당뇨 및 혈관질환 등 만성 질환자 등은 고온 노출에 취약하므로 외부 활동 전에 날씨 예보를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일하는 농업인과 현장 건설노동자의 온열질환 위험이 더욱 크며,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온이 높고 땀 배출 능력과 체온 조절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고온의 낮 시간대에는 과도한 햇빛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이나 물, 얼음 등으로 몸을 닦거나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낮추는 조치가 중요하다. 물이나 전해질 음료와 같은 수분 공급도 도움이 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즉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하며, 의식 저하가 있을 경우 119를 통해 긴급 이송이 필요하다. 이때 억지로 물을 먹이려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폭염에 대비하는 현명한 습관은 외출 전 기온을 확인하고, 폭염 날 더운 시간대 외출을 자제하며, 햇볕을 차단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검은색보다 밝은색의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고온에 노출되면 시원하게 샤워를 자주 하며, 외출 때에는 모자·양산·선글라스 등 햇볕을 차단하는 복장에 신경을 쓰는 센스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4월에 꽃샘추위와 눈, 그리고 갑작스러운 더위가 번갈아 나타나는 날씨가 이어졌고, 5월에도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이례적 고온 현상을 경험했다. 이상기후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 기후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명한 건강 습관으로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