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판 연기’ 사법부 굴종 논란, 삼권분립 파괴로 이어질까 우려 [쓴소리 곧은 소리]

여당의 사법부 압박 우려···진정한 통합은 억압이 아닌 공감의 통합이어야 국민통합 내세우는 이재명 정부, 반대와 비판 전제한 대화와 타협으로 통합해야

2025-06-13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의 정치 상황을 두고 기대와 함께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이상으로 우려가 큰 것은 무엇보다도 제왕적 국회와 대통령이 결합한, 민주화 이후 초유의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는 이재명 정부의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더욱 자극하는 것이 정부·여당의 사법부 압박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로 판결했던 것을 5월1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민주당의 대법원에 대한 공세는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위해 목을 축이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맨 오른쪽)이 이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국회에서 대법원장 청문회가 열렸으나 대법원장은 출석하지 않았고, 그 밖에도 대법원장 특검, 대법원장 탄핵소추 등이 거론되었다. 대법원 전체에 대한 압박으로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며, 나아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재판을 중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계속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은 5월15일에서 6월18일로 미뤘던 재판기일을 다시 연기하면서, 기일도 정하지 않고 추후 지정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정치권력에 굴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곧 극심한 여대야소 정국에서 대통령이 사법부까지 사실상 장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특히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는 16명의 대법관에 대한 코드 인사를 통해 사법을 장악할 수 있고, 그 결과 삼권분립이 사실상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민주당이 6월12일 처리하려 했던 ‘대통령 재판 중지법’ 등을 일단 보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집권 세력의 현재 상황은 박진영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5월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삼권분립이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한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정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계획적으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불거지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새 정부의 제1과제로 꼽히는 국민통합 측면에서 이러한 우려가 매우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권을 모두 장악하고, 심지어 내란 연루를 문제 삼으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 무엇을 가장 우려하고 있을까.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이 흘렀지만, 그 이전을 기억하는 국민은 또다시 유신 시절과 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정권의 탄생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신체제도 한국적 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최악의 독재헌법, 독재정권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가.

인류 역사 속에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부패하고 타락하는 모습은 수없이 확인되고 있다. 그로 인해 영국의 액튼 경이 “권력은 부패로의 경향을 갖는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물론 국민의 선거에 의해, 국민의 지지에 의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민주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의 지지를 통해 정권을 얻었다는 점이 권력을 오남용하지 않는다는, 독재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되지 못한다. 과거 히틀러의 나치당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도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고, 역사에 남는 전체주의 독재정권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통합을 앞세우고 있으며, 새 정부의 제1과제로 국민통합을 들고 있는 전문가도 많다. 그런데 권력 집중 속의 국민통합은 어떤 것일까.

 

힘의 논리 아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앞서야

히틀러의 나치당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도 국민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체주의의 통합은 민주적 통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정부가 국론 분열을 우려하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했고, 이를 근거로 정부에 대한 반대와 비판을 억압했던 것과 유사하게 전체주의적 통합은 국가가 주도하는 이념과 정책에 대한 찬성과 추종을 위한 통합, 반대와 비판의 억압을 통한 통합이다.

반면에 민주적 통합은 반대와 비판의 자유를 전제한 통합이며, 억압이 아닌 공감을 통한 통합이다. 즉 다양한 목소리를 누르고 하나의 목소리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이 소통하는 가운데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적 통합의 기본적 전제는 반대와 비판을 전제한 대화와 타협이다.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보면, 집권여당이 지금 대법원을 압박하는 모습은 민주적 통합의 방향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관한 이견에 대해 귀 기울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 힘과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상황은 결국 정의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삼권분립을 막 내리려는 것이 정당한가. 수천 년 인류 역사의 산물이며 현재의 다수를 뛰어넘는 역사적 다수의 판단이라고, 그래서 다수결의 한계로까지 인정되며 헌법의 근본가치로 인정되는 삼권분립, 사법부의 독립 등을 그렇게 부정하고 포기할 수 있는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그런 의도는 아닐 것으로 믿지만, 만약 사법부에 대한 공격과 압박이 실제 강행된다면 그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게 만든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정부가 힘의 논리가 아니라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즉,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삼권분립을 어떻게 형성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따져야 할 것이며, 그런 기본 구조하에서 대법관 증원 문제 등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안했던 것처럼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도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공론화가 성공할 수 있는 전제조건들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 선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특정 성향의 시민이 다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공론화 과정에서 서로 대립되는 입장들을 설명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균형이 잘 맞춰져야 한다. 한쪽은 최고의 전문가가, 다른 쪽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밖에 공론화 과정의 절차 진행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극심한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국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대한민국의 활로이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