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뛰어난 재상감이란…김민석의 경우

2025-06-27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지금은 거의 사어(死語)가 되어버렸지만 군주 시대에는 논상(論相)이라는 말이 있었다. ‘바람직한 재상감을 논한다’는 뜻이다. 한나라 때 육가(陸賈)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천하가 안정되어 있을 때는 재상을 주시하고 천하가 위태로울 때는 장군을 주시합니다.”

흔히 왕후 장상(將相)이라고 할 때의 장이 장군이고 상이 재상이다.

그런데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북송 때 정치인 소순(蘇洵·1009~1066)은 ‘재상을 임용할 때는 예로써 하라[任相]’는 글에서 장군과 달리 재상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옛날에 다른 나라를 잘 살필 줄 아는 사람들은 오직 그 나라 재상이 어떤 사람인지만을 살필 뿐이었다.

이 문제를 평하는 사람들은 늘 ‘장군과 재상은 그 중요도가 같다’고 하는데 장군은 단지 한 사람의 큰 관리일 뿐이요, 재상과는 같을 수가 없다.

나라에 정벌과 같은 전쟁 등이 있고 나서야 장군의 권위는 무겁게 되지만 정벌이 있건 없건 재상은 단 하루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재상이 뛰어나면 모든 관리가 뛰어나게 되고 장군 또한 뛰어나게 된다.

장군이 뛰어나고 재상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도 장군을 재상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장군은 단지 한 사람의 큰 관리일 뿐이요, 재상과는 같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 이유를 소순을 이렇게 말한다.

“장군이 된 자는 대개 재주는 많지만 모두가 절조 있고 염치가 있으며 예(禮)를 좋아하여 사람들이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그래서 반드시 예로 우대하지 않는다. 강하고 방종해서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것은 실로 장군의 일반적인 태도다.

한 무제가 대장군을 대할 때 종종 평상에 걸터앉은 채로 대했고 이광리(李廣利)가 대완국(大宛國)을 쳐서 승리했을 때 많은 군졸을 희생시킨 죄에 대해서는 들추지도 않고 불문에 붙였다. 이것이 장군을 임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재상의 경우에는 반드시 절조 있고 염치가 있으며 예(禮)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강하고 방종해서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천자는 재상에게 예를 갖추어 우대하고 책임을 엄중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에 재상을 임명할 때 재상감인지부터 잘 짚어야 한다. 사사롭게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대신하여 중망(衆望)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잘 골라야 한다는 말이다. 덕망은 물론이고 나라를 이끌 능력을 반드시 갖춘 인물이라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이한우 옮김 21세기북스)에 나오는 말이다. (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이 이윤(伊尹)에게 물었다.

“삼공, 구경, 이십칠 대부, 팔십일 원사를 (뽑아 씀에 있어) 알아보는 데 어떤 도리가 있는가?”

이윤이 대답해 말했다.

“옛날에 요임금은 사람을 보는 순간 알아보았고 순임금은 일을 맡긴 다음에 알아보았고 우왕은 일을 (맡겨) 이룬 다음에 그를 들어 썼습니다. 무릇 세 임금이 뛰어난 이를 들어 쓴 것은 모두 도리는 달랐지만 공업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여전히 잘못된 것이 있었는데 하물며 아무런 법도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자기 뜻에 맞는다고 사람을 쓰게 되면 반드시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은 신하에게 자기가 가진 능력을 바치게 한다면 만의 하나라도 잘못됨이 없을 것입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누가 보아도 대통령이 보은 차원에서 사사로이 지명한 듯이 보이며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은 도덕성도, 능력도 심지어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