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한 분투기”

전직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변웅재의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2025-06-29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소비자가 된다.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 심지어는 잠자는 순간에도 소비자다. 하지만 그 소비자로서의 행동이 드러나는 것은 극히 한정적이다. 기다리던 택배 물품이 잘못됐을 때, 치료를 받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와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나 의무를 챙겨보기 마련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변웅재 변호사의 책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는 우리에게 소비가 얼마나 가깝고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책이다.

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변웅재 지음|안타레스 펴냄|264쪽|1만7000원

저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1993년 운명적으로 YMCA 시민중계실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소비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2022년 초부터 국내 소비자 문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언가를 소비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 소중한 권리를 힘을 다해 지키는 일이기에 매우 중요한 임무라고 확신했다.”

로펌의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지인들조차 잘 알지도 못하는 조직을 맡은 저자는 국내 소비자 분쟁의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6장에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 의료, 금융, 집단분쟁 등 꼭 필요한 소비자로서 현장의 기록을 중심으로 담았다. 마지막 장은 당대 가장 중요한 화두인 AI, 플랫폼, 고령화, 기후 위기 시대에 소비자 정책의 방향을 제언하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앞의 각 파트 후반에는 소비자, 사업자, 정부에 필요한 조언을 담아서 단순한 비판서가 아니라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책은 소비자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을 배제하고 기업, 정부가 같이 안정적인 소비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응모권을 얻기 위해 대량으로 음반을 구매하고 7일 이내 반납하는 방식으로 악용하는 등 소비자라고 항상 선한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좋은 습관에도 공을 들인다. 가령 ‘신발’의 경우 치수나 피팅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때, 전자상거래보다는 직접 매장을 이용하길 권하는 방식 등도 포함된다. 또 할인 받은 후 환불하기 애매한 헬스장 사례 등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책의 백미는 6장이다. 저자는 우리가 봉착한 고령화, 경기 침체, 패권전쟁의 종국이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니라 급박하게 올 수 있다는 다양한 경고를 모았다. 이런 위기가 파죽지세로 이 나라를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에 대한 대비와 고령화에 대한 준비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