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장에 지원금 언제 꽂힐까…3대 허들에 달린 ‘이재명표 추경’

3대 특검·尹 구속 기로에 정국 격화…野, “당선 사례금이냐” 반발도 ‘법사위 충돌’ 볼모 된 추경 골든타임…‘예산-원 구성’ 빅딜 가능성도

2025-06-27     박성의 기자

“‘경제는 타이밍’이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추경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에 여당은 박수와 환호로, 야당은 침묵과 야유로 응답했다.

추경에 대한 찬반을 떠나 여론의 주된 관심사는 민생지원금을 언제 받을 수 있느냐다. 소비쿠폰으로 지급될 민생지원금은 여당이 단독으로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면, 국회 통과 후 2주 정도면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즉 6월 안에 추경안이 통과되면, 7월 내 지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의 마중물이고, 야당 입장에서는 포퓰리즘이자 재정 악화의 시작이다. 

이 대통령은 과연 자신이 강조한 ‘추경의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을까. 추경의 필요성을 두고 공감대를 이룬 여야지만 그 방향과 방식 등을 두고는 날 선 대립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이 두드리는 계산기가 단순히 재정 셈법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에 제동을 거는 데는 다른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대통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안 6월 내 통과 시 지원금 7월 내 지급

여야는 모두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30조원 규모의 ‘매머드 추경’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5월2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취임 당일 오후에 바로 여야 원내대표 연석회의를 열어서 30조원 민생 추경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빠르고 큰 규모의 추경을 강조했던 국민의힘이다. 그러나 정작 ‘이재명표 추경’에는 연일 제동을 걸고 있다. 요약하면 ‘돈을 푸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소비쿠폰 형태로 나눠준다고 경제가 살아날 리 없고 △지방정부와의 협의 과정도 없었으며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채무 탕감에는 역차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은 추경을 막아세우고 있는 것일까. 정부·여당이 기존 추경안을 고수한다면 야당과의 관계는 파국을 맞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야권 물밑의 분위기가 미묘하다. 야당 지도부는 추경을 거듭 비판하면서도 정부·여당을 향해 ‘포용과 협치’를 거듭 주문하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각에선 추경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강행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을 보이콧하거나 피켓시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경 투쟁보다는 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야당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이재명 정부를 도와줄 부분은 협치 차원에서 돕는다는 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즉, 야당은 추경을 비롯해 이재명 정부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 조건으로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협치의 징표로 법제사법위원장 등 공석인 상임위원장 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법사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5개 상임위원장 자리 재분배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기재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이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의장을 1당이, 법사위원장을 2당이 맡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던 데다, 6·3 대선 승리로 여야가 바뀐 만큼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심사와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이 맞물리면서, 두 사안이 여야의 협상 카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PK(부산·경남)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생지원금은 사실상의 이 대통령 당선사례금”이라며 “무엇보다 거대 여당의 상임위 독점을 막기 위해 당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견제권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의 이 같은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6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4선 이춘석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3선 한병도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3선 김교흥 의원을 내정하면서다. 법사위원장을 사수하지 못한다면 야당이 정부 추경안에 협조할 명분은 퇴색된다. 이렇게 되면 여당이 단독으로 추경안 통과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지고, 민생지원금은 7월 내에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 사진)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野, 추경·김민석·법사위 다 걸고 ‘빅딜’할까

그러나 정부에도, 여야에도 ‘일방통행 추경’은 분명 부담이다. 일말의 협상 가능성은 남아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추경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거대 여당에 맞선 소수 야당으로서, 당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경 심사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 카드라는 것이다. 특히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이 본격 가동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야권 전체로 전이되면서 당 전체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국민의힘은 3대 특검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내란 특검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해당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통제 및 봉쇄, 국회 표결 방해 시도 등 수사 대상만 11개에 이른다. 그중 친윤(親윤석열)계 중진 의원 일부는 계엄 해제를 방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등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구속 갈림길에 놓인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국민의힘으로선 부담이다. 내란 특검은 수사 개시 엿새 만에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에 나서는 등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향후 수사 진행 과정이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란 특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특검은 6월28일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서초동과 여의도에서는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추경뿐 아니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문제와 특검 수사 방향, 상임위 배분 문제를 모두 엮어 여당과 ‘빅딜’을 시도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지금 추경까지 여당 뜻대로 통과시켜주면 이후에는 아무런 협상 지렛대도 남지 않는다”며 “실제 추경에 반대하는 민심도 적지 않다. 지금은 싸워서라도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기 때문에 추경을 둘러싼 대립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철학이 충돌하는 이념적 대결”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힘의 불균형 속에서 원칙만을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석수와 정당 지지율이 밀리고 있어 전략적으로 추경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보수의 기본 노선도 현실 정치 앞에서는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