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허황된 꿈 아냐… 상법·자본시장법으로 길 뚫는다”
[인터뷰] 與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상법 개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 “주가조작 방지책 총동원…부실 상장사 ‘퇴출’ 쉬워지고 AI 감시 도입한다” “채무 탕감은 취약계층에게 새출발 기회…도덕적 해이 방지할 장치 마련돼”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렸다. 약 4년여 만이다. 계엄·탄핵 국면이 지난 뒤 한국 증시에 훈풍이 불자 ‘이재명 정부에서 코스피가 어디까지 오를까’라는 기대감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여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강조해온 ‘코스피 5000’을 임기 내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여당은 새 정부 출범 3주 차 만에 ‘상법 개정-자본시장법 개정-주가조작 방지책’ 로드맵 구상에 손발을 맞췄다. 이를 앞장서서 추진 중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6월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 로드맵을 설명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었다. 이 부의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나 물적 분할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봐서 회사들이 능력에 비해 저평가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도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이 있었지만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으면서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가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주가조작 방지책’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의장은 6월23일 출범한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오기형 위원장)에서 당정 간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논의를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해 △금융투자 상품 거래 제한 등 비금전 제재 도입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큰 부실기업에 대한 상장 폐지 기준 강화 △인공지능(AI)·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적발 시스템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주가조작 방지 정책도 대거 포함되면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코스피 5000 달성의 단·중·장기 로드맵은
“단기적으로는 상법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 회사 운영의 궁극적 문제는 이사회에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는 배제하고, 최대주주 입장만 고려해 결정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기업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또 상법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하다. 상법은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다 적용되는 통칙이라면, 자본시장법은 상장 회사들에 대한 각칙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조작 등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적발 시스템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장 관련 규율을 손볼 계획이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됐는데 어떤 차이가 생기나.
“저희가 야당이던 시절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크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등 두 가지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외에도 ‘사외이사→독립이사’ 명칭 변경이나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도 함께 다뤄야 한다. 다만 해당 내용을 한 번에 개정하려면 1~2개월은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논의가 이뤄진 주주 충실의무 확대 부분을 먼저 통과시킬지를 당내에서 고민 중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의 핵심은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을 통해 공정한 자본거래를 유도할 생각이다. 우선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한다. 또 인수합병 가액을 결정할 때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를 고려해) 공정가액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가조작 방지 및 처벌에 대해 정부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나.
“여당이 된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입법을 넘어 기관별로도 내부적인 통제·적발 시스템 개발이나 시행령 개정 등 여러 방안을 함께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코스피 5000 특위에 참여해 크게 5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 대통령의 공약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①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②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큰 부실기업의 경우 상장 폐지를 좀 더 쉽게 하고 ③금전적 제재(과징금 등) 외 비금전 제재(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등) 도입 ④임직원·대주주의 미공개 정보 이용 시 엄단과 단기 차액 환수 강화 ⑤인공지능(AI) 혹은 비정형 데이터 등 신기술 적발 시스템 검토 등이 있다. 해당 내용은 당정 간 협의를 통해 검토 중이다.”
코스피 5000 달성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은 대표 시절부터 한국의 경제적 체력과 잠재력을 토대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해 왔다. 앞으로 5년이라는 이재명 정권의 대장정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출범 2~3주 만에 코스피는 전 정권의 2000대에서 현재 3000대까지 올라서지 않았나.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자신한다.”
지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총평과 새 정부의 방향성은.
“윤석열 정부도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밸류업 정책을 추진했고, 초기엔 상법 개정안 추진에도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나중에 입장을 바꿨고,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 부재 속에서 밸류업 정책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추경안을 평가한다면.
“우선 과거 정부와 비교했을 때 추경이 매우 빠르게 추진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추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 민주당이 당초 1차 추경에서 30조원 이상의 규모를 제안한 만큼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통해 이 대통령의 철학도 잘 담겼다.”
소비쿠폰에는 어떤 철학이 담겼나.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이란 두 축을 모두 실현한 추경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국민들이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예산이 분배돼야 한다는 대통령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 보편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특히 어려운 분들에겐 더 두터운 지원을 추가함으로써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재정 건전성에 따른 선별 지급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그렇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정부 재정 상황을 직접 들여다본 후 일차적으로 보편 지급을 해도 차질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소비쿠폰을 두고 ‘소비 쏠림’ 문제도 지적된다.
“민생지원금은 예전부터 지급 방식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사안이다. 다만 코로나19와 내란 사태,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해 민생 어려움이 커진 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반적인 경기 진작과 낙수효과를 위해선 보편 지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소비 쏠림 우려에 대해선 정부가 이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소비 시기와 지역, 업종 간 균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3차 추경 가능성도 있는가.
“대외적인 변수가 생기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아직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남아있고, 지방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동시에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오는 10~11월 내년도 예산 심의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3차 추경 편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단 지금으로선 예측 수준일 뿐 단정하긴 어렵다.”
채무 탕감 관련 도덕적 해이 문제도 제기된다.
“배드뱅크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경제적 여건이 악화된 취약 계층에 다양한 방식으로 새출발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정부도 그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들어놨다. 가령 채무 탕감 대상자의 선별 기준을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동안 장기 연체한 차주를 대상으로 했다. 만약 논란이 이어진다면 해당 기준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성실하게 상환한 차주에 대해선 이자율 감면 등 인센티브로 형평성도 맞췄다. 일부러 탕감을 위해 빚을 연체하기엔 오히려 불이익이 더 큰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