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오징어 게임》 시작 자체가 모험…작품 완전히 떠나보낼 준비 중”
장대한 이야기의 피날레로…시즌3 완성한 황동혁 감독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 많이 와…일단 좀 쉴 것”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을 시작한 지 6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22개 에피소드를 만들며 어떨 땐 지치고, 어떨 땐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 순간들조차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찍고 나서 해외 캠페인을 다니고 상을 받았던 순간들도 기억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와 함께했던 기억, 같이 작품을 만들어 나가면서 느꼈던 즐거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지게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면서 감격한 순간들이 오래 그리워지고 또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 물망에 오른 《오징어 게임》 시즌3가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1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단 하나의 시리즈로 놀라운 기록을 쓰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이 장대한 이야기의 피날레는 더욱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한 스토리, 상상력과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게임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충격 속으로 이끈다. 시즌2에서 게임을 멈추려는 ‘기훈’의 노력과 이를 막으려는 ‘프론트맨’의 대립을 그렸다면, 시즌3에선 모든 노력이 실패한 ‘기훈’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기훈의 변화와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황 감독은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이 점점 발전하고 진화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희망을 지켜내고 세상과 맞설 의지가 남아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과 고민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내 안에 좋은 가치,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는가’를 돌이켜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정재 외에도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이진욱 등이 출연했다.
이정재는 황 감독에 대해 “천재”라는 짧은 작업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이 낳은 감독과 스태프, 대한민국의 배우들이 만든 대한민국의 콘텐츠”라며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의 긴 여정과 세계적인 주목도 때문인지 홀가분함과 함께 지친 기색도 보이는 황 감독을 만나 6년간의 제작과 역대급 흥행까지의 비하인드를 들었다.
길고 긴 여정이었다. 마무리한 소감부터 듣고 싶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하면서도 언제 또 이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섭섭하기도 하다. 사실 이 이야기는 시작 자체가 모험이었다. 이미 거절당하고 외면받았던 작품 아닌가. 2009년에 썼던 시나리오를 10년 만에 다시 꺼냈고, 긴 시간이 흘러 큰 성공을 거두고 마무리하는 자리에 서보니 제 인생에서 몇십 년 동안 겪을 일을 지난 6년 동안 한꺼번에 다 겪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과정에서 느낀 교훈과 얻은 것을 혼자서 차분히 정리해 보고 싶다.”
늘 그렇듯 반응에선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마지막 시즌 역시 그렇다.
“첫 시즌 때는 기대도 없었는데 공개된 후 난리가 났다. 어떤 사람은 게임에 열광했고, 어떤 사람은 메시지에 집중했다. 다음 시즌이 연이어 나오면서 기대도 커졌고, 팬들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대했다. 그래서 긴 호흡의 작품은 팬덤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왕좌의 게임》도 그러지 않았나. 원래 반응을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이번엔 안 그랬다. 스트레스 받을까봐 찾아보지 않고 있다. 그저 이 작품을 완전히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어떤 반응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게 행복할 뿐이다. 결국 창작물은 창작가가 아니라 팬들의 것이 된다.”
결말에 대한 후기도 듣고 싶다.
“애초엔 해피엔딩을 생각했다. 한데 집필하면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희망적인 이야기로 끝낼 수 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불황, 기후재앙, 정치 혼란 그리고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암울하다. 기훈(이정재)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희생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등장한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아이는 극 중후반의 상징적인 존재다. 개인적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을 좋아한다. 모든 인간이 불임이 되는 근미래의 이야기인데, 아무도 출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한 명 태어난다. 그 아이가 인류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자 미래처럼 그려진다. 그 이야기를 작품에서 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 세대의 이야기 말이다.”
속편을 만들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인기 있는 캐릭터를 다 죽여놔서 기댈 데가 없었다. 인기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장기적으로 작품을 끌고 나갈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살려둘걸 싶었다(웃음).”
이정재는 어떤 배우인가.
“이정재 배우는 1년을 넘게 찐 채소만 먹었다. 밥도 안 먹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극한의 다이어트를 했다.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참 고마운 존재다. 아마 평생 그와 함께했던 시간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역배우가 연기했고, 목소리도 AI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온 건 사실이지만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좀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