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오만해서는 안 될 이유…6·3 대선에서 ‘진보-보수’ 대결은 ‘초박빙’ [최병천의 인사이트]

22년 대선 ‘李+심상정’ 50.20%, 25년 대선 ‘李+권영국’ 50.40% 22년 대선 ‘윤석열’ 48.56%, 25년 대선 ‘김문수+이준석’ 49.49%  한국 정치 여전히 51:49 구도…李, 열린우리당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2025-07-04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6·3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압승했다(이하 후보 명칭 생략). 이재명 49.42%, 김문수 41.15%로 8.27%포인트(p) 격차였다. 이 경우는 ‘후보’끼리 비교한 경우다. 그런데 만일 진보와 보수라는 ‘구도’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그 결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6·3 대선은 ‘초박빙’ 구도였다. 2025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을 ‘정치 구도’라는 프레임으로 비교해 보려 한다. 우선 전국적인 득표율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자.

먼저 2022년 대선 결과다. 득표율을 살펴보면 윤석열 48.56%, 이재명 47.83%, 심상정 2.37%였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0.73%p 격차로 이겼다. 그런데 범진보와 범보수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결과가 달라진다. 범진보 후보인 이재명과 심상정의 득표율 합계는 50.20%다. 윤석열에 비해 1.64%p 앞섰다. 

2025년 대선 득표율은 이재명 49.42%, 김문수 41.15%, 이준석 8.34%, 권영국 0.98%였다. ‘이재명+권영국’의 범진보 합계는 50.40%, ‘김문수+이준석’의 범보수 합계는 49.49%였다. 범진보가 범보수에 비해 0.91%p 많았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범진보와 범보수의 격차가 2022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범진보 합계 득표율에서 범보수 합계 득표율를 뺀 수치가 2022년에는 1.64%p였다. 2025년에는 0.91%p가 됐다. 0.73%p 줄었다. 범보수가 오히려 격차를 좁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범진보 득표율’ 2022년과 2025년 거의 비슷

2022년 대선과 2025년 대선 비교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범진보 득표율 합계가 거의 그대로라는 점이다. 이재명 득표율만 보면, 2022년 대비 2025년에 1.59%p 더 높아졌다. 그런데 증가한 표의 대부분이 ‘심상정 대비 권영국의 득표율 격차’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심상정은 2.37%였고, 2025년 대선에서 권영국은 0.98%였다. 심상정 대비 권영국의 격차는 1.39%p였다. 이 격차의 대부분이 이재명 후보에게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범진보 득표율 합계는 50.20%였고, 2025년 범진보 득표율 합계는 50.40%다. 범진보 입장에서 ‘증가한 지지율’은 0.2%p에 불과하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 캠페인 기간에 ‘중도보수론’까지 주장하며 중도 확장을 시도했다. 중도 확장 캠페인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는데, 득표율만 놓고 보면 실제 넘어온 중도표가 많지 않았던 셈이다. 

6·3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민주당도, 언론도 이 부분을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경우도 ‘정치 구도’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면 그 결과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2022년 대선, 2025년 대선의 이재명 민주당 후보 득표율을 비교해 보자. 부산에 국한하면 2022년 38.15%, 2025년 40.14%였다. 경남도 비슷했다. 2022년 37.38%, 2025년 39.40%였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증가한 이재명 득표율의 대부분은 심상정 표의 ‘이동’ 효과다. 

2025년에는 ‘이재명+권영국’ 합계를 범진보 후보로, 2022년에는 ‘이재명+심상정’ 합계를 범진보 후보로 간주했다. 부산은 2025년 40.95%, 2022년 40.33%였다. 울산은 2025년 43.79%, 2022년 43.71%, 경남은 2025년 40.40%, 2022년 39.85%였다. 2025년의 범진보 득표율과 2022년 범진보 득표율을 비교하면 실제 상승한 득표율은 0.08~0.62%p 수준이다. PK와 충청권, 수도권을 모두 비교하면 1%p 이상 오른 곳은 충남 1.22%p, 세종 1.94%p, 인천 1.01%p밖에 없다. 심지어 서울은 0.13%p 하락했고, 경기 역시 0.19%p 낮아졌다.

범진보와 범보수라는 정치 구도를 중심으로 두 대선을 비교하면 구도가 팽팽함을 알 수 있다. 범진보 득표율 합계는 0.2%p 상승한 것에 불과했고, 범진보와 범보수의 득표율 격차만 놓고 보면 오히려 격차가 줄었다. 이재명의 PK 상대적 선전 효과도 대부분은 심상정 표 이동의 착시효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PK를 중심으로 보면,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심상정’의 합계와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권영국’의 합계 격차는 0.08~0.55%p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에 강했던 중도·보수층 견제 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을 했고, 탄핵을 당했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탄핵 반대’ 김문수가 나왔는데 왜 이토록 격차는 적었던 것일까?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재명에 대한 중도 및 보수층의 견제 심리가 강했다고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원래 유권자의 정당 지지 성향이 잘 바뀌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진실은 둘 다이거나, 둘 중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구도는 아직, 여전히 ‘51 대 49’의 팽팽한 구도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을 했다고,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믿고 ‘전부’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열린우리당 152석, 민주노동당 10석, 민주당 9석이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합치면 162석이었다. 의석 점유율 54.2%였다. 그러나 의석 숫자만 믿고 민심과 동떨어진 국가보안법 폐지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2004년 겨울이 지나면서 개혁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권력을 가진 직후에는 전부를 가진 것 같지만, 권력을 잃는 것도 한순간이다. 의석수도 중요하지만, 민심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유능하고, 겸손하고, 통합 지향적인 정부가 되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는 유리한 국면에서 치르겠지만,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은 다시 팽팽한 초박빙 구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