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일터부터 줄인다 [라정주의 경제터치]
정규직- 비정규직, 근로 시간 격차 더욱 확대 최저임금 9.9% 인상 시 연 136시간 차이…취약계층 타격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6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최초 제안한 시간당 1만1,500원(현행 대비 14.7% 인상)에서 1만1020원(9.9% 인상)으로 한발 물러섰고, 경영계는 기존의 동결 입장에서 1만150원(1.2% 인상)으로 상향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1% 인상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 근로시간 격차는 평균 1.15시간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직의 근로시간은 월 0.03시간 감소하는 데 비해,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은 1.19시간 줄어들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근로시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일상의 현장에서도 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필자가 자주 찾는 한 커피숍은 예전에는 자정까지 운영했지만, 최근 오후 10시로 영업시간을 앞당겼다. 매장 사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주된 이유였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양측의 6차 수정안에 대입해 보면 그 차이는 뚜렷하다. 노동계가 제시한 9.9%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시간 격차는 월 11.4시간, 연간으로는 무려 136.6시간까지 벌어진다. 반면 경영계의 1.2% 인상안을 적용하면 월 1.4시간, 연간 16.6시간의 격차로 그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해당 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최저임금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장기 추세도 함께 검토했다. 이 기간 최저임금은 3480원에서 9860원으로 약 2.8배 인상됐으며, 같은 기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 근로시간 격차도 21.8시간에서 56.4시간으로 2.6배 늘었다.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85%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다. 즉,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근로시간 격차도 함께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으며,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는 0.9%에 그쳤다. 같은 기간(1~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평균 2.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9.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인 비정규직에게 오히려 ‘일할 기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 수준 못지않게, 근로시간이라는 또 다른 격차에도 주목하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