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안철수 ‘우리가 주류’ 쌍권 ‘정중동’ 한동훈 ‘재도전’ 김문수

‘쌍권 출당’ 거부에 安 “혁신위원장 사퇴”…판 커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장동혁-조경태, 친윤-친한 대리전 가능성도…TK 당심의 선택에 ‘주목’

2025-07-11     정윤경 기자

“국회의원 한 번 더 연장하려는 생각이 팽배해 있지 않나”(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총선 참패하고도 백서 하나 못 낸 당”(홍준표 전 대구시장), “국민의힘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이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의 절체절명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다.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민심마저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에 뒤처졌다. “지금 TK 지지율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野 화두로 떠오른 ‘인적쇄신론’

난관에 봉착한 보수를 구할 구원투수는 누가 될까.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가운데, 유력 당권 주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전당대회 ‘단골손님’인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친윤(親윤석열)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부정선거론에 휩싸여 있는 점이 현재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한 핵심 이유라는 진단에서다. 계엄·탄핵 국면에서 줄곧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로 불렸던 구주류 세력과 각을 세웠던 자신이 당 쇄신을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혁신위원장 사퇴 전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으로 상징되는 친윤계 핵심 세력의 퇴진을 본격 추진하려고 했다는 점도 계속 환기시키고 있다.

쇄신의 타깃으로 지목된 쌍권도 역습에 나선 모습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주류’라는 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60여 명에 달하는 친윤계 의원, 그들을 여전히 지지하는 당원 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자신감의 배경이다.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권성동),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권영세) 등 자신들의 축출을 주장하며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한 안 의원을 향해 맹공을 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 다른 ‘찬탄파’(탄핵 찬성)이자 유력한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출마 여부를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①출마하면 당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지 ②당대표가 되면 당 쇄신을 동력 삼아 내년 지방선거에 이길 수 있는지 ③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지 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측근들이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밝지 않고, 친윤계의 저항이 아직 거센 점 등을 들어 출마를 만류하는 점은 그의 고심을 깊게 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는 당권 도전에 대해 아직 분명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대신 꾸준히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며 당원과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친한계 인사인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최종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최근까지의 기류, 분위기로 봐서는 신중론이 시간이 갈수록 좀 더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후보로 나섰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점점 당권 도전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직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뛰어 41%라는 득표율을 얻었다는 점이 그의 특강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설적으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약점이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 문제로 당의 주류인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운 점이 부담이다. 김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시사저널에 “단일화 사건으로 친윤계 의원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며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이 고민을 깊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친한’ 공격 장동혁, ‘친윤’ 정조준 조경태

장동혁 의원은 김 전 장관 대신 친윤계의 새 얼굴을 자처하는 인물이다. 장 의원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손을 맞잡고 탄핵 반대 집회 연단에 선 적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45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계엄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시대적 명령”이라고도 했다. 그는 친윤이라 불리기 전에 ‘친한계’(親한동훈)로 통했다. 장 의원은 친윤계 ‘새 얼굴’을 노리는 동시에 ‘한동훈 공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장 의원이 ‘친한계’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면 조경태 의원은 ‘친윤 저격수’로 통한다. 조 의원은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지시해 놓고 지금은 발을 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친윤계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대통령 파면, 구속까지 갔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정치를 국민이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 계파 정치를 끝내고, 상식이 통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조 의원은 친한계 좌장으로 꼽히면서도 이번 당권 도전에 한해서는 ‘따로 또 같이’라는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친한계라는 우군을 등에 업고 친윤계와 각을 세우는 동시에, 이번 타이밍은 자신이 당을 쇄신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조 의원과 한 전 대표가 서로의 출마 여부를 사전에 조율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한 명의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의 가장 큰 자산은 높은 인지도다. 판사 출신의 5선 중진으로 2018년 여성 최초로 보수정당 원내대표를 맡았다. 높은 인지도는 그 자체로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그러나 나 의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지명 철회와 법제사법위원장직 양보 등을 요구하며 6박7일 동안 농성에 들어가는 등 현 정부 비판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나 의원의 행보를 ‘당대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다만 이번 농성을 포함해 계엄·탄핵 국면에서의 나 의원 행보를 두고 당내의 비판 여론도 적잖은 만큼 그의 출마가 얼마나 소구력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많다. 

그렇게 지금 국민의힘의 시선은 다시 ‘보수 텃밭’ TK로 향한다. TK 민심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캐스팅보터’가 아닌 ‘구도 자체를 흔드는 핵심 축’이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김 전 장관을 강제 단일화하려던 친윤의 무리수를 막판에 막아세운 주체가 바로 국민의힘 당원들이었다. 그 중심에 바로 TK가 있다. 국민의힘 당원 상당수가 몰려 있는 TK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국민의힘 호’를 이끌 ‘선장’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문수 전 장관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를 찾겠다고 한 것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투표 비중이 80%에 달해 당심의 비중이 크고, 이 가운데 TK 민심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민주당이 대선 패배 땐 ‘폐족’이라고들 했는데, 우리도 사실상 폐족이 됐다”며 “지금 TK에서도 지지율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지향적으로 머물러서는 국민들이 계속 국민의힘을 버릴 수 있다”면서 “처절하게 반성하고 개혁하고 변화하는 지도부가 나와서 국민에게 호소했으면 좋겠다”고 자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