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수사 없는 기소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서민의 권리다 [쓴소리 곧은소리]
여당의 ‘검찰 개혁 4법’, 가해자 빠져나가고 피해자 지치는 ‘악순환’ 구조 만들 우려 ‘법 앞의 평등’ 무색하게 하는 법안 강행되면 ‘없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타격
검찰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국무총리 산하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이른바 ‘검찰 개혁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번 입법 중에는 수사 절차의 기본 틀인 형사소송법의 수사 부분을 들어내며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수사절차법’이라는 법을 제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 수백 개에 달하는 특별법은 여전히 검찰에 고소·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런 법률에 대한 정비 계획은 없다. 검찰의 공익적 기능 역시 사라질 우려가 크다. 지금도 피해아동 보호 명령, 친권 상실 청구, 후견인 선임 등의 공익적 사법절차는 검찰이 역할을 해 왔다. 이 역할을 누가 이어받을지에 대한 설명은 법안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이 법안들의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 토론을 외면한 채 무조건 ‘추석 전 전부 통과’를 공약하고 있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보호하는 국가 권력의 핵심이다. 정치적 선전구호나 이상적인 실험 대상으로 다룰 수 없는 국가의 본질이기에 실무와 법이론, 제도 간 정합성을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법안 추진 방식은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형사사법체계 개혁은 정교해야 한다
형사사법체계는 수사, 재판, 형 집행으로 이어지는 정밀한 구조며, 하나의 절차만 바꿔도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변화시킬 필요가 발생했더라도 충분한 점검과 논의 속에 이뤄져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이 모든 국민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형사절차는 일단 한번 얽히면 개인의 의지로 돌이키기 어렵다. 설계가 서툴면 그 결과는 곧 국민의 불편이 되고 불이익이 된다.
여기에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고통을 겪는 쪽은 언제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돈이 없고, 정보에 어둡고, 도움을 청할 인적 자원이 없는 평범한 서민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가진 자들은 법 제도의 허점 앞에서마저 일정 부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힘 없는 이들에게 형사사법의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알지도 못했던 변화’가 하루아침에 그들을 덮친다. 복잡해진 수사 절차, 사라진 1차 수사 통제 장치, 길어지는 수사 기간 속에서 피해자들은 지쳐가고, 가해자는 빠져나간다.
수사와 기소 분리? 수사의 개념에 대한 오해
4개 법안의 핵심 명분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그러나 이 법안들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오히려 독일·프랑스·일본 등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은 모두 검사의 수사권과 지휘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이 부여한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은 단순한 ‘선택 권한’이 아니라 수사를 통제·감독하는 책임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면 기소의 질이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인데 경찰 수사가 미진한 경우에는 기소를 위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입법안들을 보면, 이제 검찰은 공소청에서 송치된 사건 기록을 눈으로만 읽고, 설령 그 내용이 불완전하거나 의심스러워도 물어보거나 보완하지 말고 그대로 기소 여부만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 피해는 누가 보게 될까.
입법안은 검사의 수사 통제 기능을 없애면서 대신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수사 통제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고 정의롭지도 않다. 현재 경찰 불송치 사건은 이의신청을 하면 검찰에 송치돼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조차도 불가능해진다. 수사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송치 이후 검사에 의한 재검토와 정리 과정은 형사절차의 신뢰성을 높이는 필수 단계다.
수사 통제 없어지고 수사 구조 복잡해져
2023년 한 해 동안 약 160만 건의 범죄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입건 전 종결 등을 제외한 약 125만 건이 경찰의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가운데 고소나 고발을 통해 수사가 시작된 사건은 22%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 약 75% 이상은 단순한 피해자 신고나 주변인의 신고로 수사가 개시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있어야만 사법절차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 구조는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을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초기에 배제시킨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피해자가 정보를 몰라서, 시간이 없어서, 혹은 법률적 조력을 구할 여유가 없어서 단지 ‘신고’에 그친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은 이후 절차에서 ‘이의신청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간주된다. 이는 형사사법 절차가 사실상 자원과 정보의 격차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법 앞의 평등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수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면 안 돼
경찰 조직 안에는 뛰어난 수사 역량을 가진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처럼 인지 수사에 능한 부서에서는 때때로 검찰 특수부 못지않은 전문성과 집요함이 발휘된다. 하지만 수사 시스템의 설계는 ‘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제도의 정상 작동 여부는 최상위가 아니라 ‘하위 평균’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지금 경찰 수사의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18개 시·도 경찰청이 있다. 각 시·도 경찰청 산하에는 경찰서가 총 259개 존재한다. 그 안에서 수사 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은 약 3만6000명이다. 수사관의 역량 차이가 크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과부하와 경력 수사관의 수사 현장 탈출 현상으로 하향 평준화 경향도 커졌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많이 뽑거나 뽑힌 사람을 잘 교육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리스크다. 수사기관이 어떤 사건을 얼마만큼의 자원과 집중력으로 다루느냐는 결국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갈리는 구조가 돼버렸다.
어떤 수사관은 자기가 하고 싶은 사건, 눈에 띄는 사건은 열심히 한다. 하지만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외면받는 사건이 생긴다. 특히 피해자가 장애인이나 노약자이거나, 사건 규모가 작고 사회적 관심이 적을 경우 수사가 아예 시작되지 않거나 진행이 더디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입건조차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는 사건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이미 존재하는 현실적 대안, 왜 외면하나
비용이 적게 들면서 절차가 복잡해지지 않는 합리적인 대안은 이미 제시돼 있다.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는 없애되, 일반사법경찰관, 특별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한 모든 1차 수사기관의 사건 기록을 검찰이 다시 보게끔 하는 것이다. 검찰 제도 본연의 목적인 ‘법률 전문가로서의 수사통제 기능’을 강화하면서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일반 국민들도 그 절차를 예측하기 수월한 방법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이 내용을 검찰 개혁의 방향으로 설정한 바 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떠받치는 양대 축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손을 맞잡고 완성하는 게 올바른 구조다. 경찰과 검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한쪽을 악마화해 없애는 것이 과연 평범한 시민을 위한 개혁일까. 복잡한 사건일수록 수사기관 간 긴밀한 협력과 정보 공유, 기능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민은 수사기관들이 협력해 실체적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가길 원하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사건이 방치되길 바라지 않는다. 국민은 ‘이념’이 아닌 ‘작동하는 시스템’을 원한다는 점을 입법자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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