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트럼프의 본심’ 확인이 먼저다” [쓴소리 곧은 소리]
“지금은 한미 연합방위태세 공고화가 중한 시점…양국 동맹 신뢰 굳건함부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남짓인 7월10일, 대통령 주재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여러 질문을 했고, 논의가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대미 관세 협상 카드로 쓰려고 한다는 억측도 불렀다. 이 대통령은 2022년과 2025년 대선에서 전작권 환수를 공약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방 개혁 최우선 과제로 논의 중이라고도 한다. 의도된 노출로 읽힌다. 사활이 걸린 안보 의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사안의 민감성에 대한 국민의 염려와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듯, 위성락 안보실장이 곧바로 “협의가 개시된 것도 없고, 협상 카드도 아님”을 석명했다.
전작권 전환은 1950년 6·25, 북한의 남침으로 국가 소멸의 위기에 처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 국군 작전지휘권을 온전히 돌려받는 것이다.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가 환수해 합참의장이 행사 중이며,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양하는 구조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요청해 ‘2012년 전환’ 방침이 정해졌지만, 2010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으로 정정’한 데 이어,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환 결정’에 합의했다. 2018년 10월 트럼프 1기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으로, 미군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연합사로 재편하며,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 계속 주둔, 한국 방위공약을 확고히 이행한다”고 결의했다. 그리고 2022년 5월,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재확인해 오늘에 이른다.
李의 ‘대북 억지-평화공존’ 양립은 고차방정식
역대 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방향은 같되, 다른 두 렌즈가 보수와 진보 정권을 오가며 교차한다. 한쪽이 북한의 핵 능력과 중국·러시아의 관여 증대를 중시해 늦출 이유를 늘 찾는 반면, 다른 한쪽은 ‘군사 주권과 완전한 자주독립’의 리트머스시험지로 여기며 앞당기려 한다. 미군의 주도권을 떼어내려는 인식도 깔려있다.
그런데 첫째, 새 정부가 공약한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환수 추진’은 엄혹한 안보 상황이 그 조건 충족의 변수다.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력 △동맹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확보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부합의 3대 조건은 그 실현이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은 ‘군사력의 일부로 핵무기 역량을 가진 국가’(뉴클리어 파워)로 불린다. 대러시아 추가 파병 등 밀착하는 북·러는 미국 등 서방의 대척점에 있다. 북·중·러 전선은 강고해 간다.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대북 억지와 평화공존’의 양립은 고차방정식이다.
또 임무능력 평가는 모순을 내포한다.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과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에 이어, 3단계 완전임무능력(FMC)으로 진전하려면 한미 연합훈련이 필수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외교·안보라인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위협 인식과 대적 관념이 미국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언행을 쌓아간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유인하는 용도로도 거론한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가 전환을 진정 원하는지, 재임 중 한미 연합태세의 중대한 변화를 감내하려는지, 한국 정부를 믿는지의 본심 확인이 먼저다. 알아낼 수 있는 데까지는 알아내야, 주고받기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 멘토들은 “한국의 새 정부가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느냐, 아니냐의 O·X를 확인하고 난 뒤에 그다음 행동을 취하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트럼프가 한국 정부 신뢰하는지부터 확인해야
3월29일 워싱턴포스트가 공개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잠정국방전략지침(INDSG)’에 따르면, 펜타곤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거부와 미 본토 방어가 ‘유일한 시나리오’다. 동맹국들에는 각자의 전구에서 중국 억제 역량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 지침을 작성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3월 상원 인준청문회 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서면 답변에서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 노력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 정책기조를 전작권 전환의 속내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 현대전은 러시아와 중동에서 그렇듯, 수평으로 확대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북한의 남침으로 이어질 경로는 많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반도의 남부,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와 괌 등 미군의 증원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2개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질 위험은 더 커지고, 한국이 참전을 피할 길은 적다. 이러한 시점에 미국이 전시 작전지휘체계에 변화를 준다? 현실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7월11일 ‘주한미군 감축과 전작권 전환은 국방부 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서 보증하기 전까지는 금지’를 적시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했다. 합참의장과 인도태평양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에게는 독립적으로 리스크 평가를 지시했다. 같은 날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댄 케인 미 함참의장은 “북한과 중국이 전례 없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민감한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3국의 억제력 재확립을 위한 협력과 책임분담을 강조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위협에 국한하지 않고, 대중·러 견제와 동북아의 역내 안정에 이바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한다. 이들이 리스크 평가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짐작이 간다.
셋째, 군사력의 개념은 공간적 영토를 넘어 네트워크화하고, 분업화하며, 복잡하게 얽히고 확장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권과 내정 간섭 금지를 신앙처럼 믿던 시대는 갔다. 주일미군과 일본군은 병렬형 지휘의 동맹이다. 나토는 32개 회원국의 집단방위체제다. 대등한 협력이 요체요, 자주보다는 자립이다. 동맹·파트너들과의 신뢰 축적 및 윈윈(Win·Win)의 노력을 요구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한 장면을 그려본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마주한다. 전 세계의 미디어가 지켜본다. “전작권을 가져가면 뉴클리어 파워, 김정은을 더 잘 대적할 수 있습니까? 중국인민해방군의 북부전구, 칭다오 북해함대와 다롄의 항모전단, 그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태평양함대와 하바롭스크 동부군관구사령부 지상군의 개입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나요?” 지금은 연합방위태세의 공고화가 중(重)하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경환은 누구인가?
외교부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와 국정원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행정학 박사다. 세종연구소와 통일연구원 등에서 북핵과 외교·안보, 신안보 연구를 이어간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 자문위원이며, 성균관대 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