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초유의 19% 지지율…TK도 6070도 등 돌렸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민주 43%와 ‘더블스코어 격차’…TK에서도 민주 34% vs 국힘 27% 혁신안 두고 ‘자중지란’ 계속…대선 참패에도 ‘기득권 유지’ 위한 당권 투쟁만
국민의힘은 지금 벼랑 끝 위기다. 대선은 패배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는 처지다. 당 지도부는 내우외환 속 좌충우돌 중이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7월16일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현역 의원 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취 정리를 요구했다. 윤희숙 위원장은 당대표와 최고위원들로 구성되는 지도 체제를 당대표 1인의 단일 지도 체제로 바꾼다는 혁신안도 내놨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정해온 비례대표 후보 중 일부는 앞으로 당원 투표로 정하겠다고 했다. 윤 위원장의 혁신 방향과 속도를 두고 국민의힘은 깊은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7월8~10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1.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19%,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3%, 진보당 1%, 이외 정당·단체 2%, 무당층 2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20% 미만의 지지율 정당이 되었다.
길 잃은 국민의힘, 5년 만에 20% 밑으로
한국갤럽 정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20%를 밑돌기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지역과 연령에서 국민의힘 위기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보수진영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았고 연령대별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와 7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더 높았다. 보수적 성격이 강한 주부층에서도 민주당 41%, 국민의힘 23%로 나왔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5%, 국민의힘 11%로 민주당이 네 배 이상 앞서는 결과로 나왔다(그림①).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여대야소의 집권여당을 견제할 야당의 실력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인 상황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인사청문 논란으로 위태로웠던 국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로텐터홀에서 ‘배추 총리, 장롱 총리’라고 비판하며 농성을 했다. 웬만하면 대통령의 인사 논란에 대해 국민의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나 의원의 농성은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김민석 총리 인사청문에서 주진우, 곽규택, 김희정, 배준영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맹활약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관련 논란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칼끝은 그렇게 예리하거나 결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무기력한 국민의힘 모습 때문이다. 견제 세력이 사실상 부재한 가운데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3%로 대선 득표율인 49.42%보다 14%포인트가량 더 높았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3%로 나타났다(그림②).
국민의힘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첫째로 당이 권력에 대항하려면 적어도 정당 지지율이 35%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현주소는 20% 미만이다. 추락하는 지지율에는 날개가 없다. 두 번째로 당장 지지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혁신을 위한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혁신위원장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로 혁신 방향과 속도에 대해 당의 의견은 불일치 그 자체다. 세 번째로 아무리 당이 어렵고 위기 국면이더라도 상호 존중하며 뭉쳐야 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공명지조(共命之鳥)’다. 이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극심한 분열과 대립으로 인해 서로에게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인사청문회 한창인데…안 보이는 야당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국민의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7월1일부터 16일까지 국민의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국민의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의혹’ ‘비판하다’ ‘논란’ ‘우려’ ‘범죄’ ‘신뢰’ ‘기대’ ‘반발하다’ ‘표절’ ‘갈등’ ‘갑질’ ‘혐의’ ‘일방적’ ‘위기’ ‘반대하다’ ‘의문’ ‘거부하다’ ‘패배’ ‘내로남불’ ‘불법’ ‘포퓰리즘’ ‘알려지다’ ‘유감’ ‘낙마’ ‘강행’ ‘혼란’ ‘역차별’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국민의힘을 둘러싼 정치적 관계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적인 해석이 더 많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에 대한 결과를 보더라도 긍정 15%, 부정 82%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 추세였고 2012년에 실시될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해질 찰나였다. 그때 등장했던 것이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였다. 위기감은 절박감으로 바뀌었고 바뀌지 않으면 망한다는 인식으로 변했다.
박근혜, 김종인, 이준석 등으로 구성되었던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듬해 있었던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성공작이었다.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상황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하나가 되었다는 부분이 자리한다. 당이 직면한 혁신 과제에 대해서도 눈감지 않았다. 인적 쇄신도 단행했고 ‘경제 민주화’라는 걸출한 개혁 카드도 빼들었다. 무엇보다 2011년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겸손하고 공손한 자세였다.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실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