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반칙에 우군도 등 돌렸다…李가 스스로 만든 李 정부의 첫 고비
李의 ‘높은 눈’ 인사, ‘국민 눈높이’는 못 맞춰…與 엄호, ‘여론 악화’ 부메랑으로 높은 지지율 믿고 ‘마이웨이’ 인사?…李, 강행 땐 ‘불통’, 낙마 땐 ‘검증 실패’ 비판 직면
“대통령님의 눈이 너무 높으십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소회를 남겼다.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고 검토해 인사를 추천해도 이재명 대통령이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고 돌려보냈다며 강 비서실장이 밝힌 일화는, 인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청문회 정국을 거치면서 그 눈높이가 국민 눈높이와 얼마나 맞닿아 있었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여권 내부와 진보진영까지 일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은 출범 후 ‘첫 고비’로 번지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는 강선우 여성가족부·이진숙 교육부·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보좌진 갑질’ ‘논문 표절’ ‘태양광 투자’ 등 각종 의혹이 청문회에서 제대로 소명되지 못한 채 의혹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인 부족, 자료 미비 등으로 청문회는 흐지부지된 상황에서 세 후보자의 거취가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이재명 정부의 인사에 대한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상치 않은 여론…청문회 이후 더 커진 논란
이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지명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 다소 늦었다. 6월23일 장관 후보자 11명을 처음 발표하기까지 19일 동안 정치권엔 하마평만 무성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7일 차에 피우진 보훈처장, 11일 차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여기엔 취임 전부터 실용과 통합 인선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신중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취임 닷새 만에 ‘차명 부동산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고위 공직자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시행하며 남다른 인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일주일간의 추천 기간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이 7만 명에 달하는 추천 인사를 검증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됐다.
신중함이 엿보인 인사 검증에 비해 후보자들은 지명되자마자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휘말리며 여론이 악화됐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청문회를 반전의 기회로 삼았지만, 청문회는 오히려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된 형국이다. ‘보좌관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덕의 소치”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사실이 왜곡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보좌진에게 사실상 화살을 돌렸다. 자택 쓰레기 처리 지시 등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해선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진숙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및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의 의혹에 대해 “학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론”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교수와 학술단체 등 학계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스스로 교육자이길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자 역시 ‘가족의 태양광 사업 이해충돌’ 등을 둘러싼 논란이 청문회에서 명쾌히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정 후보자는 가족의 태양광 투자가 “생활비 마련을 위한 호구지책”이라고 밝혔지만,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맹목적인 엄호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문회에서는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등이 충분했다며 후보자를 감싸다가, 청문회가 끝나자 ‘결정타는 없었다’는 결론을 지은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 청문회 이후 SBS라디오에서 “국민과 마음에 상처받았을 보좌진에게 사과·소명했다”며 “청문회가 예상보다 무난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여권의 자평과 달리 청문회 이후 여론은 악화일로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여권은 물론 시민사회 등 진보진영 전반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권과 반칙이 ‘국민주권정부’와 어울리나”
대통령실은 다시 신중 모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7월16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일부 후보자의 경우에는 여론 동향이 굉장히 안 좋게 흘러가는 것을 대통령께 보고하고 있다”며 “일단 청문회가 다 끝나봐야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하면서 얘기를 들어봐야 되겠다”고 했다. 이어 “공개적으로야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특별한 기조를 밀고 나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의 후폭풍을 감안하면 관망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후보자들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임명을 강행하거나 낙마를 결단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파상 공세 역시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을 위해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여론에 민감한 이 대통령의 성향상 부정적 여론이 계속되면 결국 낙마를 결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낙마가 현실화할 경우 임기 초반부터 국정 운영에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 도입 후 첫 현역 의원 낙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는 점에서 ‘무리한 현역 의원 기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다만 오히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후보자들이 사퇴할 경우 ‘국민 눈높이’를 의식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물론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 내부에서 의혹에 휘말린 후보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정면 공격을 하는 흐름이 주류가 아니라는 점이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여당의 기류에 동조하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세도 여전히 공고한 모습이다. 그러나 ‘불통과 불공정’의 정치 문법을 깨겠다고 천명한 이 대통령이, 인사에서조차 국민과 괴리된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도 냉정한 견제와 감시 대신 무조건적인 적극 엄호에 나선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의원은 “강선우, 이진숙 후보자는 하루짜리 맹탕 청문회로 고비를 넘겼고, 그렇게 이재명 정부에 첫 고비가 생겨났다”며 “특권과 반칙, 갑질 논란은 국민주권정부라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낙마할 거라고 보고, 낙마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정권의 부담 재료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