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청년 창업가에게 ‘기회의 땅’…수요 없다 생각하면 오산”

[인터뷰] 지방 소멸 위기 ‘전국 2위’ 경북 의성군의 청년 창업가 4인을 만나다

2025-07-26     경북 의성 = 이강산 기자
(왼쪽부터)양진영 꽃이 숲을 이루다 대표, 박지원 박가정 대표, 김영재 산들물 대표, 김현주 안계미술관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양선영

지방의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소멸 위기 전국 2위 지자체인 경북 의성군 역시 청년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경북 22개 시군 중 의성군의 청년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8.3%로 봉화군(8.2%)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럼에도 의성에서 성공적인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청년 창업가 네 명이 있다. 양진영 꽃이 숲을 이루다 대표, 박지원 박가정 대표, 김영재 산들물 대표, 김현주 안계미술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 업종은 다르지만 의성군의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의성에 자리를 잡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21일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지원 대표와 김영재 대표는 대도시를 두고 의성에서 창업을 한 이유로 ‘의성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았다. 육가공업체 박가정을 운영 중인 박 대표는 “2020년 청년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까지 의성군의 지원을 네 차례나 받았다”며 “물론 아무나 지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과 열정이 있다면 의성에서 창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퓨전 한식 전문점 산들물의 김 대표 역시 “의성에 오기 전 대전과 대구 등 대도시에서도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며 “하지만 의성만큼 청년 창업 지원금 규모가 큰 지역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의성군의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 시작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의성 특산물인 마늘을 비롯해 가지, 양파, 소 등 다양한 의성의 농축산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유통비를 절감하는 등 경제적인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마늘과 양파뿐만 아니라 많은 축산물들이 의성에서 나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고 유통비 역시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재 대표는 “마늘 외에도 마늘쫑과 양파 등 좋은 원물들이 많으니 쓰기가 좋다”라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의성에 오기 전 미국에서 거주하던 김현주 대표는 예술가들의 지방 정착을 돕는 ‘살아보기’ 프로그램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체험하다 의성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도시에서 살다가 의성의 농촌에서 지내보니 삶이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며 “그러다 2021년 의성 안계면에서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이웃사촌 시범 마을’ 사업을 통해 이 곳에 정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양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의성군의 도움을 받아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준비하게 될 수 있었다”라면서도 “처음에는 마땅한 상가 건물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생각보다 임대료가 높아 상가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현주 대표 역시 “안계미술관의 건물을 임대할 때 시골임에도 임대료를 낮추기까지 설득의 과정을 오래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창업 과정뿐만 아니라 청년과 부모로서도 의성에서 사는 것에 불편한 부분이 있음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아이를 둔 부모이기도 한 박 대표는 “의성에 소아청소년과가 있긴 하나 이용 시간에 제한이 있고 의사 수도 적다”며 “아이가 아프면 안동까지는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 대표는 “문화 시설 자체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에서는 쉽게 이용할 수 있던 영화관, 서점, 전시회 등이 의성에는 거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영재 대표 역시 “의성의 어르신들은 도시를 다녀오는 것이 어려우니 (인접 도시로) 나갈 때 생필품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사 오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의성을 시작점으로 해볼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김영재 대표는 “저도 도시에서 사업을 해봤지만, 도시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며 “의성은 경쟁이 심하지 않으면서도 생각보다 수요가 있고 지원도 타 지자체보다 훨씬 좋다. 도시에서 애매하게 시작할 바에는 의성에서 확실한 지원을 받아 시작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서울에서 의성으로 가기 전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서울과 달리 소중하고 행복했다”며 “의성군의 지원 사업을 잘 이용하면 초보 창업가들이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청년 사업가 네 명의 이야기를 듣고 같은 세대인 기자 역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박 대표는 “이 말을 꼭 도시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성이 수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성은 정말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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