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다, 그러나 나는 다시 살아났다”

평정과 휴식으로 이끄는 마음 기술 제시한 함영준의 《우울탈출법》

2025-08-03     조철 북 칼럼니스트
우울탈출법|함영준 지음|북스톤 펴냄|304쪽|2만원

“마음이 납덩어리처럼 무겁다가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탈하다가 우울, 상실감, 자책감, 후회, 죄책감 등이 하루에도 수없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했다.”

22년 동안 일간지 기자 생활을 하고 현재 《마음건강 길》이라는 정신 건강 전문매체를 창간한 함영준 대표가 경험한 일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사고 패턴을 ‘우울증적 반추(depressive rumination, 루미네이션)’라고 한다. 함 대표는 최근 펴낸 《우울탈출법》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서술하면서, 루미네이션이 어떻게 마음을 잠식하며 자신의 존재마저 흔들 수 있는지 토로한다.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하루 24시간, 나를 향한 비난과 자책이 이어졌다.”

루미네이션이 극단으로 폭발하며 감정이 신체로 흐를 때 겪은 공포와 절망은 단순한 감정의 기복이 아닌 목숨까지 위협받는 심리 상태였다고 말하는 그는, 루미네이션의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기자 본능으로 자신의 우울을 취재했다. 뒤늦게 병원 치료를 시작하는 한편, 마음의 흐름과 구조를 들여다보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감정을 객관화하고 자기 관찰자(self‑observer)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우울, 불안, 무기력, 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약이나 조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내 마음을 내가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 신체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센터에 가듯, 마음 피트니스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자.”

함 대표는 의사, 심리학자, 명상가, 영성가, 종교인, 예술가 등 다양한 이를 인터뷰하고, 대학에 편입해 공부를 병행하고 명상 수련을 하면서 서서히 회복의 원리를 깨달아갔다. 한때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다시 우울해지려는 마음을 그때그때 다스리며 조금씩 살아갈 힘을 되찾았다. 우울증은 큰 고통이었지만, 그의 삶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우울증을 계기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했으며,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우울탈출법》은 단순한 치료서가 아니라, 삶을 재설계하는 여정을 담아 우울을 겪는 이에게는 깊은 공감과 실질적인 회복 기술을, 감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명쾌한 통찰을 전하는 기록이다.

함 대표는 또다시 우울감이 찾아와도 휘둘리지 않고 이겨낼 면역력도 갖게 되었다. 그러기까지 걸린 시간을 바탕으로 그는 힘주어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진짜 인생은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