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국민의힘…지지율 17%로 또 바닥 뚫어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TK 뺀 모든 지역에서 與보다 지지도 낮아… 서울에서 28%p, 인천·경기에서 30%p 뒤져 70대 이상만 국힘 지지율 30%대… 30대는 8%, 40대는 11%, 중도층은 12% 그쳐
국민의힘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얼마 전까지 집권여당이었고, 오랫동안 보수를 대표한 정당이 계파 갈등이라는 사분오열 속에 민심과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사태를 전당대회로 수습할 수 있을까. 8월22일 열리는 전당대회에는 지난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장동혁 의원, 안철수 의원, 조경태 의원, 주진우 의원, 장성민 전 의원, 양향자 전 의원 등이 도전한다.
‘전한길 영향력’ 커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현재 판세는 누구에게 무게가 실려있을까.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를 받아 7월27~28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무선자동 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2.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34.9%가 김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이어 장동혁 의원 19.8%, 조경태 의원 11.0%, 주진우 의원 8.8%, 안철수 의원 8.0%로 나타났다. 양향자 전 의원과 장성민 전 의원은 각각 2.8%, 1.7%였다(그림①).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민주당 지지층은 제외하고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다. 정치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김문수 전 장관(32.0%)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장동혁 의원(15.2%), 조경태 의원(11.2%) 순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판세는 분명해진다. 직전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장관이 가장 경쟁력 있고 그다음을 장동혁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즉 1순위는 김문수, 2순위는 장동혁이라는 의미다. 한동훈 전 대표가 불참하는 이번 전당대회에 전한길씨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면서 성격은 ‘윤 어게인(YOON Again)’ ‘탄핵 반대’ ‘반(反)한동훈’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성격의 전당대회가 국민의힘에 요구됐던 과제들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나칠 정도로 많은 혁신안을 내놓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수용되기는커녕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현실적인 국민의힘 경쟁력은 어디쯤일까. 4개 여론조사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7월21~23일 실시한 NBS조사(전국 1001명,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7.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내려간 17%로 나타났다.
중도층, 민주 42% vs 국힘 12%
이러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20년 NBS 조사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대선 직전(31%)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TK(대구·경북)를 제외한 모든 지역과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에서도 민주당(39%)과 국민의힘(11%)의 격차가 컸다. 민주당 지지율이 43%로 나왔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그림②).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의 논란에도 국민의힘은 어떤 정치적 반사이익도 지지율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3대 특검(내란, 김건희, 채 해병)까지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의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민의힘 처지가 오죽 초라하면 민주당 당권 주자들로부터도 겁박을 당하는 상태다. 정청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가능토록 한 ‘국민 정당해산심판 청구법’을 내놓은 상태다. 헌법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정당 해산을 거대 정당이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박찬대 의원은 7월25일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1월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대통령 관저 앞에서 이를 저지했다는 이유다.
당대표가 되겠다는 ‘선명성’ 경쟁으로 해석되지만 적어도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 일부는 공감하는 모양새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국민의힘 상황이지만 그 내부는 당권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혁신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NBS 정당 지지율에서 18~29세(18%), 30대(8%), 서울(11%), 경기·인천(17%)은 ‘폭망’ 수준이다. 70대 이상(30%)과 TK(35%)에서만 30%가 나오는데, 그야말로 ‘노인과 TK만의 정당’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인적 쇄신 대신 계파 갈등, 혁신 대신 구태와 갈등만 반복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에게 기대할 만한 호방한 결기는 온데간데없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7월1일부터 30일까지 국민의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국민의힘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의혹’ ‘비판하다’ ‘논란’ ‘우려’ ‘범죄’ ‘신뢰’ ‘기대’ ‘반발하다’ ‘표절’ ‘갈등’ ‘갑질’ ‘혐의’ ‘일방적’ ‘위기’ ‘반대하다’ ‘의문’ ‘거부하다’ ‘패배’ ‘내로남불’ ‘불법’ ‘포퓰리즘’ ‘알려지다’ ‘유감’ ‘낙마’ ‘강행’ ‘혼란’ ‘역차별’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국민의힘을 둘러싼 정치적 관계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적인 해석이 훨씬 더 많다.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국민의힘이다. 절대적 위기 상황에도 8월22일 열리는 전당대회는 켜켜이 쌓인 내부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반이재명’ 깜빡이만 켜고 달리는 폭주열차 같다. 그렇게 국민의힘 지지율에는 노인과 TK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