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격랑에 법인세-상법-노란봉투법 ‘삼각파도’ 쓰나미 [쓴소리 곧은 소리]
만만한 게 법인세? 정부, 최고세율 다시 올려…민주당은 상법·노란봉투법 밀어붙이기 주한 미국·유럽 상공회의소 “기업인이 잠재적 범죄자인가…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어”
‘역시나’였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올리는 걸 보면서다. 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돈을 쓰기 시작했다. 13조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포함해 3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서둘러 편성했다. 올해도 관리재정수지가 100조원 이상 날 전망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재정적자도 100조원 남짓이었다. 나랏빚 역시 최근 4년간 연평균 100조원씩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세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대상은 법인세일 것으로 생각했다. ‘역시나’라고 한 까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인세의 조세 저항이 제일 작기 때문이다. 소득세나 재산세는 쉽게 올리지 못한다. 부가가치세도 그렇다. 이것들은 시민 개인이 내는 세금이다.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저항이 거세다. 역사적 경험도 있다. 제4공화국의 내리막길을 재촉한 게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를 궁지로 몬 건 종합부동산세 도입이었다. 2015년 연말정산 논란도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었다. 증세는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문제다.
만만한 게 법인세다. 반발할 계층이 없다. 그래서 새 정권이 들어서면 법인세를 손댄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고, 문재인 정부는 25%로 다시 올렸다. 윤석열 정부가 24%로 1%포인트 낮췄고 이재명 정부는 25%로 환원했다.
법인세율 올려도 겅기 침체 땐 세수 줄어
손대는 이유도 단순하다. 세율을 올릴 때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 내릴 때는 투자와 성장 증대 효과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도 차고 넘친다. 법인세율을 내리면 투자와 성장이 늘어날까? 늘어난다는 분석도 많다. 2008년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릴 때 국내총생산(GDP)이 3.4% 더 늘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성장과 투자 증대 효과가 미미했다고 평가하는 학자도 상당수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렸기 때문에 법인세수가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 세수가 줄었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근거도 있다.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던 2008년에 법인세도 3.3% 줄었다. 당시 세율 인하 때문이 아니라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주장이 훨씬 우세했다. 그렇다면 반대 논리도 가능하다. 법인세율을 올렸기 때문에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틀릴 수 있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법인세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이 우리나라는 5.4%다(2022년).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3.8%다. 또 우리는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이 상승세다. 2014년 24.2%에서 2023년 26.4%로 올랐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은 25.2%에서 23.7%로 내렸다(이상 2022년 기준). 반면 법인세와 더불어 3대 세목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다른 나라보다 부담이 훨씬 적다. 소득세의 경우 우리는 GDP 대비 6.6%지만 OECD 평균은 8.2%나 된다. 부가가치세는 우리는 GDP 대비 4.9%지만 OECD 평균은 7.2%다.
증세한다면 법인세가 아니라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먼저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과 조세 저항이다. 그러니 법인세에만 집착한다.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추종주의)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기업만 닦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만만해서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단적인 예다. 법인세와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이 한국 기업을 뒤흔들고 있다. 삼각파도다.
이미 통과했지만 개정 상법은 기업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게다. 이전에는 이사가 회사에 충실(忠實) 의무를 다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주주에게도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송이 빈번할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거나 주주 중심 경영에 어긋난다고 주주가 생각할 경우 ‘충실 의무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게 두려워 경영진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지만 단기적으로 주주에게 손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 등 당장 돈 되지 않는 혁신이 위축된다.
지금은 노란봉투법이 휘몰아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와 3조의 개정안이다.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했고 8월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유럽연합상공회의소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며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경영 개입’ 독소조항 추가된 노란봉투법
왜 그럴까? 사용자의 범위 확대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용자를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로 봤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통과하면 사용자에는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한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쟁의를 할 수 있고, 고발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인들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법적 책임을 넓히는 것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파업의 범위도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임금 등 근로조건만 노동쟁의 대상이었다. 앞으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된다. 독소 조항이다. 임금 인상뿐 아니라 회사 구조조정, 해외 생산시설 투자 등도 대상이 된다.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했지만 국내 생산물량이 줄어든다면 파업 대상이다.
법인세를 늘리는 데는 세율보다 경기가 우선이다. 기업이 장사가 잘돼 이익이 많이 나면 세율이 낮더라도 법인세가 늘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세율이 높아도 법인세가 감소한다. 최근 법인세가 급감한 것은 삼성전자 탓이 크다. 많을 때 연간 6조원의 법인세를 내던 기업이 적자가 나서 한 푼도 안 내면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잇따르면 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투자가 줄고 성장이 정체되면 법인세 역시 줄어든다.
게다가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나. 세수를 늘리겠다면 노란봉투법 등 다른 규제들은 상황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삼각파도 치듯이 몰아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하물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기업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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