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도덕성-後 정책 검증’ 인사청문회 2차례로 늘려 ‘내실화’해야 [최병천의 인사이트]

無자료·無증인 ‘맹탕 청문회’ 끝내야…허위 진술해도 無처벌이 ‘제도적 맹점’ 바꿔야 특별감찰관 임명 지시 한 李, DJ·盧처럼 청문회 개혁 주도하면 ‘성공한 대통령’에 한 걸음 바짝

2025-08-02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8명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낙마한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임명하면 청문회 전체가 마무리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때 임명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유임시켰다. 통합 지향적이고 능력주의를 중시하는 인사 원칙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청문회를 평가한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야당의 무능함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이 역대를 통틀어도 매우 부실했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적으로 청문회 제도 개혁을 추진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7월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진숙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7월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마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박은숙

인사청문회 역사, ‘민주당 정부’의 역사적 업적

첫째,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김대중(DJ) 대통령이 처음 도입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폭 확대했다. 청문회를 도입한 최초의 계기는 헌법에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공직자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국무총리, 감사원장이 대표적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는 청문회 없이 국회 동의를 요구했다. 그렇게 청문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소야대 국면이었음에도 DJ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2000년 2월부터 인사청문회가 도입됐다. 

오늘날의 인사청문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다. 2003년 2월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청문회가 도입됐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이다. 2005년 7월에는 모든 국무위원, 헌법재판관 전원, 중앙선관위로 청문회 대상이 확대됐다. 2007년, 2008년, 2012년, 2014년에도 청문회 대상자의 부분적인 확대가 있었지만, 인사청문회 제도의 큰 골격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완성된다. 

이처럼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불리함’에도, DJ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도입되고 확대된 역사였다. 청문회 제도를 ‘민주당 정부’의 역사적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이다. 크게 4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①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다. 한국의 경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은 법정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평균 70~90일 정도 소요된다. ②도덕성 검증에만 치우쳐 정책 검증이 부실하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정책 검증 부실에 대한 해법으로 그간 집권당은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검증만 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당연히 야당과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자신들이 집권당이 되면 ‘도덕성 검증 비공개’를 주장하다가, 야당이 되면 동일한 주장에 반대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③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도 부실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문회의 경우 자료 제출도 부실했고, 증인 출석도 매우 부실했다. ④후보자의 허위진술이 잦아지고 있다. 청문회 진술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고 있다. 이 법은 국회에 출석하는 ‘증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청문회 후보자는 증인이 아니다. 현행법에 의하면, 후보자는 허위진술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제도적 맹점이다. 

셋째,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어떠할까. 미국 헌법은 모든 연방 공무원을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인사청문회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은 다르다. 상원의 인준 대상이 1200명을 넘을 정도로 많다. 미국은 ‘의회 중심’ 대통령제다. 한국은 ‘행정부 중심’ 대통령제다. 미국 상원은 임기 6년, 대통령은 임기 4년, 하원은 임기 2년으로 설계돼 있다. 상원은 2년마다 3분의 1만 교체한다. 미국 상원은 임기와 선출방식 모두에서 ‘대통령 지배를 받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게다가 모든 연방 공무원의 상원 인준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에 행정부에 대한 ‘상원의 견제 기능’은 초당파적으로 강력하다. 미국 인사청문회는 의회 대 행정부 구도로 작동한다. 한국은 다르다. 의회 기능이 취약해 정부·여당 대 야당의 대립 구도로 작동한다. 

미국 인사청문회는 ①정부의 사전심사 ②의회의 사전심사 ③의회의 청문회로 구분된다. 정부의 사전심사와 상원의 사전심사 모두 막강하다. 정부는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 정부 윤리실의 사전심사를 진행한다. 의회는 FBI 보고서를 활용하고, 별도의 정보 수집 및 검증작업을 가동한다. 법사위의 경우, 별도의 조사요원을 둘 정도다. 미국은 감사원이 의회 소속이다. 의회 산하 감사원 조직도 인사 검증에 활용된다. 

 

비공개 청문회, 야당과 국민 수긍 어려워

흔히 미국은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도덕성 검증’에 대한 사전 검증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청문회에서는 ‘정책 검증’에 주력하는 것이다. 20세기를 통틀어 미 상원에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경우는 세 번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전 검증과 도덕성 검증이 강력하다. 

넷째, 청문회의 개선 방안이다. 4가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 ①‘도덕성 검증’에만 치중하는 부분이다. ‘정책 검증’은 아예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강선우 후보자의 ‘정책 능력’은 확인한 적이 없다. 집권당은 항상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검증만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야당과 국민이 수긍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현실적 해법은 도덕성 검증도 공개하고, 정책 검증도 공개하되, 분리해 2회로 실시하는 것이다. 1회 차는 도덕성 검증, 2회 차는 정책 검증을 제도화하면 된다. 

②정책 검증 강화를 위해, 청문회 주관을 일원화해야 한다. 현재는 ‘헌법’에 명시된 공직자는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를 따로 꾸리고, ‘법률’에 명시된 공직자는 소관 상임위원회가 한다. 소관 상임위로 일원화해야 한다. 예컨대,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무위원회에서 하고, 헌법재판관은 법제사법위원회가 하면 된다. 

③기간을 현행 20일에서 30일로 늘려야 한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2회 실시하려면, 추가적인 기간이 필요하다. ④자료 제출의 예외적 사유를 대폭 줄이고, 후보자가 허위진술할 경우 고발 조항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초반 전임 정부들은 지명하지 않았던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했다. ‘감시받는 정부’가 되는 게 정부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멋진 결정이다. DJ와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재명 정부가 청문회 제도 개혁을 주도한다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