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지방선거 흔드나…3대 특검 수사에 좌우될 보수 정당 운명
이준석·윤상현 등 현직 의원 대거 강제수사…결과 따라 선거비 반환 가능성 내란 특검팀은 정당 자체를 겨냥…안철수 “없는 죄 뒤집어씌우는 정치적 수사”
대한민국 보수 정당이 갈림길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특검 수사의 폭풍은 전방위적이다. 국정농단 사태 6년여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 교체’ 선물을 안겨준 윤 전 대통령은 당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부메랑이 됐다.
한때 ‘친윤(親윤석열)’ 이름표를 발판 삼아 호가호위한 이들은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검사) 모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일부 정치인은 내란 특검의 수사 결과 경우에 따라 정당 존립과도 이어질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몰아칠 특검의 수사가 보수 정당의 숨통을 쥐고 있다.
선거법 사건, 약 394억원 대선 비용 직결
국민의힘이 긴장하고 있다. 우선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의 수사 범위에 ‘선거’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현직 국회의원들을 겨냥한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선거 총책임자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특히 이번 의혹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대표는 일부 사건에서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이다.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나온 윤 전 대통령의 발언 또한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보수 정당이 선거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지난 대선 비용 반환 문제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경우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비용을 토해 내야 한다는 의미다.
김건희 특검팀의 국민의힘 선거 관련 사건은 크게 두 갈래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대선후보 시절 방송 토론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홍준표 후보 등 당내 경쟁자들에게 “2010년 결혼 전 골드만삭스 출신이라는 사람에게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고 말한 것이다. 후보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직을 읽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약 394억원이다. 이와 관련한 시민단체의 고발장은 2022년 9월 접수됐다. 선거법 위반 범죄의 공소시효는 통상 6개월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3년, 최장 10년까지 가능하다. 김건희 특검팀은 조만간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른 하나는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 여사도 개입된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명씨로부터 불법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무상 여론조사 대가로 명씨가 요구했던 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는 의혹 역시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국민의힘 인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담당한 공천관리위원장부터 사무총장, 당대표 등은 공천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일부 드러났다. 지난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하면서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거론했다. ‘당내 반발이 있지만 윤 의원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이야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녹취록에 등장한 윤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 7월8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첫 강제수사였다. 이후 윤 의원은 7월26일 특검팀의 조사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 대표가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선거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및 이 대표 등과 소통한 명씨도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윤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직후인 7월28일과 7월30일 이 대표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명씨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문제를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의 허위 발언이든 당내 경선 개입이든 결국 선거법 위반으로 귀결된다.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윤 전 대통령이나 선거사무장 등 관련자들의 유죄가 확정되면 선거 비용 반환 등 국민의힘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선거 관련 당내 사정을 아는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 관련자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창원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윤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7월8일)과 관련해 “이미 조사가 끝난 사안”이라며 “특검팀의 정상 수사라기보다 야당 의원에 대한 망신 주기이자 정치탄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나친 정치 개입” 비판은 특검에 부담
보수 정당을 흔드는 파고는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파헤치는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칼날은 개별 국회의원을 넘어 정당 자체를 겨눈 듯하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의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와 관련해 국민의힘 현직 의원의 연루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당사에 모여있었는데, 당 지도부가 국회 표결 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이런 지시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 특검팀이 살펴보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동조 여부는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정당 해산 문제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정부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돼 활동한 정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라 정당 해산도 가능하다.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관 정원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은 해산된다.
수사선상에 오른 주요 인물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이다.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하려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혼란을 줬느냐가 관건이다. 추 전 원내대표는 당시 원내 사령탑으로서 윤 전 대통령과도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관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내란 방조 혐의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내란 특검팀은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관련 고발 사건을 넘겨받은 후 주변 정치인 조사부터 진행할 태세다. 박억수 특검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7월29일 참고인 조사 일정을 물어본 게 시작이다. 박 특검보는 “국민의힘 의원 중 다수가 계엄해제요구안 표결에 불참하게 된 경위 및 국민의힘 내 의사형성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안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7월3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없는 죄를 뒤집어씌울 건수를 찾으려는 의도로 파악했기 때문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혐의가 있는 분들을 먼저 불러 세밀하게 조사하는 게 수사의 기본 원칙”이라며 “현역 의원 중 관련이 없는 저부터 부르는 걸 보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안 의원은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앞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조사 대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내란 특검팀은 안 의원 조사 시도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혐의 여부를 따지기 위한 (사전 절차 중 하나인) 참고인 조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국회의원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 여지도 남겨뒀다. 다만 뚜렷한 혐의가 있지 않은 이상 국회의원들이 소환에 응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기에 전당대회(8월22일),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6월3일)를 앞두고 수사 결과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는 특검팀이 고심하는 부분이다. 특검법상 특검 기간은 최장 170일이다. 그러나 여권은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론 올해 초부터 이런 문제가 제기돼 왔다. 탄핵 정국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국민의힘 지도부 등 일부 국회의원의 비상계엄 방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 가능성도 있다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내란 특검팀은 7월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참고인 조사를 통보했다.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피의자 가능성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조사 등이 이어질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3대 특검은 개별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주 타깃은 친윤계 의원들이다. 우선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23년 고(故) 채아무개 해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은 통일교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 등 금품을 건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씨 등은 2023년 3월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의 당선을 돕기 위해 교단 관계자들을 당원으로 등록시키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7월30일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권 의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이 교단 측으로부터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게 김건희 특검팀의 판단이다.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들은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