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품은 MLS의 야망, 세계 축구의 중심을 꿈꾼다

MLS 구단 가치 50배 상승, 리그 매출 15배 증가 ‘눈부신 성장’ ‘베컴 룰’ 만들어 슈퍼스타 모시기…무서운 성장세로 유럽 빅리그 위협

2025-08-15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낸 10년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산업적인 면에서 부동의 세계 1위 스포츠 시장이다. NFL(미식축구), MLB(야구), NBA(농구), NHL(아이스하키) 등 4대 리그는 각 종목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세계 스포츠의 흐름까지 좌우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스포츠 선수 랭킹 TOP10 중 5명이 현재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3위였고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지아니스 아데토쿤보·스테판 커리, 그리고 미식축구 최고의 쿼터백 라마 잭슨이었다. 나머지 5명 중 호날두, 벤제마, 네이마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는 특수성이 반영됐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 중 이 랭킹에 든 건 레알 마드리드의 음바페가 유일했다. 나머지 1명도 사우디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국적 골퍼 존 람이었다. 

손흥민이 8월10일(한국시간) 미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와 시카고 파이어의 경기에 교체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모습 ⓒLAFC SNS 캡처

승강제 없고, 샐러리캡 시행하는 미국식 시스템

미국의 프로축구 리그인 메이저리그사커(이하 MLS)는 아직은 미국 4대 리그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에서 축구 리그는 한번 실패한 상품이었다. 1968년 창설했다가 1984년 폐지된 북미사커리그(NASL)가 MLS의 조상 격이다. 독일 출신의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 조지 베스트, 에우제비오 등 당대 슈퍼스타를 불러모아 17개 팀이 참가하는 등 1970년대에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별들의 전장은 과도한 선수 인건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리그 수입으로 인해 16년 만에 문을 닫았다.

1994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미국 프로축구 리그는 부활했다. MLS는 과거의 실패를 돌아보며 철저한 준비를 거쳤고, 1996년 출범했다. 후발 주자로 출발한 만큼 안정성을 도모하며 각 구단과 리그 전체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정책을 시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이다. 과거 NASL의 실패를 돌아본 MLS는 지나친 선수 인건비 지출을 통제했다. MLS는 595만 달러(약 83억원)의 샐러리캡을 시행 중이다.

대신 리그 흥행을 이끌 슈퍼스타 영입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지정선수제를 통해 팀당 3명의 선수는 연봉 총액 상한을 넘어서는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 2007년 데이비드 베컴이 LA 갤럭시 입단을 추진할 당시 이 제도가 탄생해 일명 ‘베컴 룰’로 통한다. 이 제도를 통해 베컴 이후에도 즐라탄, 티에리 앙리,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 카카, 가레스 베일 등이 MLS에 진출할 수 있었다. 2023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메시도 사우디가 아닌 MLS 진출을 택했다. 손흥민도 지정선수에 해당돼 리그에서 메시 다음으로 높은 160억원의 연봉을 LAFC로부터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과 달리 1·2부 승강제가 없는 미국식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채택한 것도 MLS의 특징이다. MLS라는 대형 법인이 각 구단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승인하듯 구단을 허가한다. 한번 입성하면 그 권리가 쭉 유지되는 것이다. 승강제 부재는 리그의 역동성 부족이라는 평가로 이어지지만, 대신 1억 달러 이상의 자금과 전용경기장, 클럽하우스 소유 시에만 프랜차이즈 출자를 허용함으로써 장기적인 투자와 연고 기반 운영을 유도했다. 유럽식 육성 시스템(홈그로운)은 존재하나 대학 출신 선수는 드래프트를 거치는 것도 MLS만의 풍경이다.

단일체 구조도 눈에 띈다. NBA나 MLB처럼 공동의 이익을 위한 거버넌스의 위상이 높다. 상업적인 계약권을 리그가 소유하고, 각 구단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MLS 전 구단의 유니폼 스폰서가 아디다스라는 점이다. 유럽은 각 구단이 다양한 유니폼 스폰서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지만, MLS는 미국의 다른 프로스포츠 리그처럼 통합 스폰서를 체결해 상업 규모를 높였다. 아디다스는 사실상 종신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선수인 메시, 손흥민의 MLS 진출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 마이애미 소속 리오넬 메시(왼쪽 사진)와 밴쿠버 화이트캡스 소속 토마스 뮐러 ⓒAFP연합·XINHUA

손흥민 영입으로 아시아 팬들 끌어당기는 효과 노려

상업적 성과를 위해 MLS는 자회사인 SUM(Soccer United Marketing)을 설립했다. SUM은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주관, 중계권 등을 운영한다. 멕시코 대표팀이 대부분의 친선 경기를 미국에서 치르는 것도 SUM 때문이다. 미국 남부에 히스패닉계 주민이 많기 때문에 높은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 MLS는 시즌 중 멕시코 프로축구 리그인 리가MX 팀들과 함께 치르는 리그컵 같은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국제화 전략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MLS는 30년 사이 구단 수가 10개에서 30개로 3배 증가했다. 최근 10년 사이에만 11개 팀이 새로 창단했다. 손흥민의 소속팀 LAFC도 2018년 MLS에 입성한 팀이다. 구단 평균 가치는 50배 이상 상승했고, 리그 전체 매출은 20억 달러로 출범 당시보다 15배 증가했다. 평균 관중은 2만3000명으로 세계 축구 리그 5위에 해당한다.

2023년 메시가 베컴이 구단주인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하면서 MLS는 상업적으로 한 번 더 올라섰다. 애플TV+와 10년간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스트리밍 중계 계약을 체결했다. 메시 효과 덕에 MLS 전 경기의 평균 티켓 값은 10배가량 상승했다. MLS는 메시를 장기적인 동반자로 인정하고 향후 MLS 구단을 창단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지분까지 별도로 제공했다. 메시 효과를 인터 마이애미만이 아니라 리그 전체가 누린 것이다.

MLS는 글로벌 전략을 이어가며 브랜드 파워를 한층 높이길 원한다. 내년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월드컵이 최고의 기회다. 북중미월드컵은 MLS 각 구단의 연고지에서 열려 그 후광 효과가 거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앞두고 손흥민을 영입하며 아시아권, 그리고 미국 내 엄청난 한인과 아시아 팬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MLB에서는 과거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 그리고 현재 오타니 쇼헤이가 첨병 역할을 한다. NBA는 야오밍을 영입해 중국 시장을 비롯한 국제화 전략을 완성했다. 이미 일본 축구의 수비 레전드인 요시다 마야가 2023년부터 LAFC의 라이벌 구단인 LA 갤럭시에서 뛰고 있어 자연스럽게 손흥민과의 맞대결에 초점이 맞춰진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리그를 떠났지만, 대신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했다. 최대 2029년까지 LAFC에서 뛸 수 있는 손흥민은 세계 스포츠의 중심인 미국에서 MLS의 고속성장을 이끄는 새 주역이 될 것이다. 메시 다음으로 높은 대우를 받는 것도 LAFC를 넘어 MLS 전체가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