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대회’ 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컨벤션 효과 대신 역풍만 분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전당대회 기간에 16%의 역대 최저 지지율…중도 11%, 40대 6% ‘충격’  민주 37% vs 국힘 23%…TK도 등 돌리고, 전 연령대에서 與에 뒤져

2025-08-14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점입가경이다. 전당대회가 문제 해결의 기폭제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그 기대와 점점 멀어지는 양상이다. 8월22일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보다 전한길씨 이름이 더 많이 회자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전씨는 8월8일 합동연설회에서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연설하면 호응을 유도하고,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연설하면 “배신자”라고 외치라고 독려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씨를 향후 열리는 모든 전당대회 일정에 출입 금지시켰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8월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비전과 정책’ 대신 ‘욕설과 비방’만 난무

하지만 사태는 이미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다. 장동혁 후보는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의 좌파 선전·선동 수법에 빠져선 안 된다”며 전씨가 일으킨 논란을 ‘갈라치기’로 규정했다. 전씨에 대한 당권 주자들의 태도를 보면, 설사 국민의힘 윤리위에서 당 차원의 징계가 내려져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그렇게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전후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를 누리기는커녕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逆)컨벤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4개 여론조사업체(케이스탯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가 8월4~6일 실시한 NBS 정기조사(전국 1001명,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4.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를 물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4%, 국민의힘 16%,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3%, 진보당 1% 등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창당 이후 최저치다. 전당대회 진행 중에 지지율이 추락하는 역컨벤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70세 이상’을 비롯해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이 더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 40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6%로 이른바 ‘사포정(40대를 포기한 정당)’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그림①).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8월12일 밤 김건희 여사도 구속 수감되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등의 의혹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여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김 여사를 구속한 데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민중기 특검팀이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를 제시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나토 순방 때 6000만원대 반클리프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이 목걸이가 공직자 재산 신고에 누락돼 논란이 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수감에다 그 내용마저 파렴치해 여론의 동정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더 거세게 ‘내란 세력’으로 몰리면서 전당대회 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NBS 여론조사에서 지역별 분석을 해보면, 전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더 높다. 

‘여연 원장 사퇴’ 윤희숙 “尹 어게인 세력 막아야”

일각에서 ‘영남 자민련’을 이야기할 정도지만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조차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기 때문에 사실 ‘영남 자민련’이라는 표현조차 언감생심인 상황이다. 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전망마저 암담해진다.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7%, 국민의힘은 23%였다(그림②).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가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이었다. 윤희숙 여연 원장은 8월12일 “‘윤 어게인’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야 한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한 혁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원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물러나면서 탄핵 반대파를 직격했다. “더 큰 문제는 ‘계엄으로 죽은 사람이 없다’ ‘윤 전 대통령을 재입당시키겠다’며 민심에 반하는 선동과 난동으로 당권을 잡으려는 윤 어게인 후보들”이라며 “이들로부터 당을 지켜내야 한다. 혁신 후보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반응은 어떨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8월1일부터 12일까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논란’ ‘갈등’ ‘비판’ ‘부정선거’ ‘혼란’ ‘아수라장’ ‘비판하다’ ‘난동’ ‘욕설’ ‘우려’ ‘경고하다’ ‘비난’ ‘체포’ ‘영향력’ ‘범죄’ ‘반발’ ‘탈락’ ‘기대’ ‘얼룩지다’ ‘지지하다’ ‘실망하다’ ‘옹호하다’ ‘폭동’ ‘저항’ ‘위기’ ‘유감’ ‘물가상승’ ‘의심’ ‘반대하다’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둘러싼 정치적 관계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적인 해석이 훨씬 더 많다. 8월22일 새 당대표가 선출되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당의 입장, 당의 극심한 생각 차이에 대한 궁극적 통합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당대회 효과는 무색해진다. 메시지는 선명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