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국’ 정계개편 핵으로…범여권 권력구도 재편 가능성 [최병천의 인사이트]
민주당-조국혁신당, 지방선거 앞두고 ‘합당’부터 ‘선거연합’ 시나리오 솔솔 차기 총선 공천권이 미래권력 결정…내년 전당대회는 정계개편 분수령
8월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을 앞두고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상자는 2188명이었다. 주요 대상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 전 의원,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정치인을 대거 선정했고,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조국 전 대표를 일찌감치 포함시켰다. 궁금증은 세 가지다. 첫째, 조국 전 대표를 왜 이렇게 일찍 사면했을까? 둘째,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일까? 셋째,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은 향후 정치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를 왜 이렇게 일찍 사면했을까?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동병상련의 가능성이다. 오랫동안 이 대통령은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 대상이었다. 조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 될 때, 그에게 맡겨진 주요 미션은 ‘검찰 개혁’이었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직후 검찰의 집중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검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을 느꼈을 수 있다. 동병상련은 검찰 조직에 대한 강한 불신을 의미한다.
두 번째 가능성은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포석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문법은 차기 대선후보는 임기 중반 이후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러나 다른 발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7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고, 이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 중반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지지층이 ‘지지 연합’을 이뤘기 때문이다. 조국 전 대표의 사면 역시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팬덤 있는 조국, 범여권 대선주자로서 존재감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 전 대표는 ‘2030년 대선’에서 범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총 6명이다. 민주당 계열은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이다. 국민의힘 계열은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이다. 이들 6명을 통해 ‘패턴’을 도출해 본다면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박근혜 4명의 경우는 ‘팬덤 있는’ 정치인이었다. 비율로는 무려 67%다. 이명박, 이재명의 경우 이슈를 주도했던 ‘광역단체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6명 중에서 2명, 비율로는 33%다. 문재인, 이재명, 박근혜의 경우 ‘총선 시기 공천권을 행사했던’ 진영의 주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6명 중에서 3명, 비율로는 50%다.
이러한 접근법에 의하면, 우리는 2030년 대선의 잠재적 후보군을 대략 추려볼 수 있다. ①팬덤 있는 정치인으로는 한동훈, 조국, 이준석이 대표적이다. ②2026년에 당선되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도 잠재적 대선후보다. ③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표도 잠재적 대선후보다. 이 중에서 ‘팬덤 있는’ 정치인에 해당하는 한동훈, 조국, 이준석이 서울시장 혹은 경기지사에 당선되거나, 2028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혹은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다면 ‘더 유력한’ 잠재적 대선후보가 될 것이다.
조국 전 대표 사면은 향후 정치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쉬운 것부터 살펴보자. 먼저 ‘여론조사’에 미치는 영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24년 총선 결과를 통해 한 차례 확인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에서 24.3%였고, 약 690만 표를 받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끈 개혁신당은 3.6%였고, 약 100만 표를 받았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의하면 조국혁신당은 20대 남성, 30대 남성, 20대 여성, 30대 여성 모두에서 ‘청년층 지지를 받았다’는개혁신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2030세대가 조국 전 대표에게 유독 더 비판적이라는 주장은 검증된 적이 없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이 과잉 반영되는 ‘전당대회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호남에선 ‘경쟁’, 타 지역에선 ‘연합’할 수도
다음으로 지방선거, 민주당의 차기 당권 구도, 2028년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지점은 서로 연계되어 작동한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은 ‘범여권’이 선거연합을 하느냐, 각개약진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범여권이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의미한다. 2028년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하는’ 민주당 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 직후인 8월에 선출될 예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범여권 정계개편’ 가능성이 대두된다. 범여권 정계개편의 실제 전개 양상에는 조국 전 대표,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친명 쪽 판단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될 것이다.
가능성은 모두 열려있다. 크게 3가지 ‘경우의 수’를 살펴보자. ①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개약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하고, 조국혁신당이 불리할 것이다. 호남에서는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박빙 가능성이 존재한다. ②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을 하는 경우다.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는 경쟁하고, 다른 지역은 선거연합을 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범민주당 역사에서 선거연합은 ‘명분 있는’ 제안이고, ‘승리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리더십 대결 관점에서 보면, 선거연합에 공세적인 쪽은 좋은 평가를, 소극적인 쪽은 비판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③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시기적 임박성을 고려한다면 선거연합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고, 지방선거 직후 합당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조국 전 대표가 사면·복권되지 않았다면, 2026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정계개편 가능성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조국 전 대표의 특별사면으로 ‘고차방정식’이 시작됐다.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2026년 8월경으로 예정된) 민주당 대표 선거에 대한 각 세력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정치적 역동성이 작동할 여지가 커졌다. 조국 전 대표 특별사면으로 ‘다이내믹 코리아’ ‘다이내믹 한국 정치’가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