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조국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이동수의 세대진단]
수시 세대인 청년층, 학력고사·수능 세대인 4050보다 입시 비리에 민감 ‘수시에 부모 개입’ 조국 가족 감싸는 중장년층에 분노
7월3일, 이재명 대통령은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비교섭단체 야 5당 지도부와 오찬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선 야당 지도부로부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들, 그리고 검찰에 의해 피해를 본 건설노동자나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사면·복권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수형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 문제에 대해선 즉답하지 않았다.
이번 특별사면은 사실 이 대통령으로선 껄끄러운 일이었다. 보통의 국민은 정치인 사면에 긍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앞선 정부들은 대체로 취임 첫해엔 생계형 사범에 한정해 특별사면을 진행해 왔다. 조 전 대표의 포지션도 달갑지만은 않다. 그는 진보진영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야당의 리더다. 특별사면에 따르는 비판은 이 대통령이 받는다. 정계 복귀에 따르는 과실은 조국혁신당이 챙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은 구심점을 되찾게 됐다. 호남에서 다시 한번 ‘조국 돌풍’이 불지 말란 법이 없다. 7월3일 오찬에서 이 대통령이 보인 침묵은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찬성하지도 않는다’는 뜻을 내포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국 사태 당시 청년층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다”
상황이 바뀐 건 더불어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부터다. ‘명심(明心)’ 박찬대와 ‘당심(黨心)’ 정청래의 대결은 당심을 등에 업은 정청래 대표의 압승으로 끝났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이 민주당의 주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당원 여론을 움직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당무에 개입했다간 자칫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 때와는 다르게 이제 국정 운영에 집중하며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중 하나가 바로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복권이었다.
조국이 어떤 인물인가. 그는 2010년 발간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으로 단숨에 진보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잘생긴 외모에 재력과 학력을 겸비한 덕분이었다. ‘강남 좌파’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때마침 사회적으로도 멘토가 주목받았다. 보통의 사람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명망가들로부터 위안을 얻으려 했다. 학자 조국은 사업가 안철수와 함께 그 열풍의 선두에 선 인물이었다.
4050세대 중장년은 조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다. 이들은 15년 전 조국을 멘토로 삼았고, 그보다 10년여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상으로 여겼다. 노무현과 조국을 잇는 키워드는 검찰 개혁이다. 여권 지지층 입장에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집단이다. 조국은 그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가장 강력히 주장해 왔던 사람 중 하나다. 더군다나 그 역시 검찰 개혁이라는 사명을 띠고 법무부 장관이 되려는 과정에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으며 큰 상처를 입었다. 검찰의 수사가 거세질수록 지지층은 강하게 결집했다. 노무현에 이어서 또 한번 진영의 아이콘을 잃을 순 없다는 방어기제였을 것이다.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청년층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서울 서초동에선 ‘조국 수호’ 집회가, 서울 광화문에선 그를 규탄하는 태극기 집회가 한창이었다. SBS가 서울시 생활인구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참여한 20대는 5% 남짓이었다.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선 약 1%에 그쳤다. 서초동은 중년, 광화문은 노년이 중심이 됐다. 청년들 사이에선 이때부터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다’는 정서가 급속히 확산했다. 중장년 세대가 검찰 개혁의 아이콘으로 여기는 조국 전 대표도 이들에겐 ‘입시 비리’ ‘내로남불’의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
20대의 여권 지지율, 조국 사면으로 더 낮아질 듯
조국 전 대표를 바라보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30대는 20대와 40대 중간에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이들의 여론은 20대와 유사하고, 40대와는 상당히 다르다. 현재의 2030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났다. 30대와 40대의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30 청년 다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검찰에 대한 증오도 없다. 그 시절 청소년기 또는 영유아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라는 의제의 필요성 자체에 공감하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핵심 집단은 4050세대다. 2030세대에선 검찰 개혁 지지 여론이 대단히 낮다.
수시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은 이들이 조 전 대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한다. 그의 핵심 지지 집단인 4050은 학력고사 또는 수학능력시험으로 대학에 간 세대다. 그땐 불법 고액과외 같은 건 있었어도 터무니없는 입시 비리가 발생할 일은 많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시험을 치렀고, 거기서 나온 점수로 줄 세워서 대학을 보내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2030세대, 그중에서도 1990년대생들이 자라나던 시대의 학교는 달랐다. 2002년 28.8%에 그쳤던 수시 비율은 점점 늘어 2020년 77.3%까지 확대됐다.
2010년 전후로는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속속 도입됐다. 수능과 같은 양적 평가는 개인의 잠재력이나 가정 환경 등을 두루 살필 수 없으니, 질적 평가를 확대해 학생의 다양한 면모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정성평가는 역설적으로 부모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늘린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 기상천외한 이력을 가진 고등학생이 속출했다. 대학생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을 척척 써내거나, 저명한 교수의 연구 결과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것들은 대표적 유형 중 하나였다. 여권 지지층은 조 전 대표 가족의 입시 비리에 대해 “당시엔 흔한 일이었다”거나 “불법은 아니지 않냐”고 항변한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건 이 지점에 있다. 부모가 개입해 자녀의 입시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화나는데, 심지어 그게 불법도 아니고 한때 흔하게 벌어진 일이었다니 말이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대목을 보여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20대의 지지율이다. 굳이 어떤 걸 콕 집을 필요도 없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민주당 지지율은 60대보다도 낮게 나온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70대 이상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복권은 청년층에서 2019년 조국 사태 때의 여론 지형을 재현하게 될까. 어떻게 되었든 이 대통령은 골치 아픈 처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