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3대 딜레마…‘尹 어게인’ 안고 ‘한동훈’과 싸우며 ‘지방선거’ 승리해야 [최병천의 인사이트]
국민의힘 새 대표, ‘결단’ 말하지만 ‘일정 지분’ 확보한 한동훈계 축출 가능성 낮아 분당 시나리오도 현실화 할 확률 희박…‘탄핵 찬성파’는 지선까지 ‘전략적 잠행’ 할 듯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났다. 당대표 후보는 4명이었다. 김문수, 장동혁, 안철수, 조경태 후보였다. 8월22일 1차 개표에서 김문수 후보와 장동혁 후보가 결선에 올라갔다. 8월26일 결선투표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은 김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지만, 장 후보가 당선됐다. 종합 득표 기준으로 장 후보 50.27%, 김 후보 49.73%였다. 둘의 격차는 0.54%포인트다. 초박빙 결과였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장 후보 39.82%, 김 후보 60.18%였다. 김 후보가 약 20%포인트 앞섰다. 당원 투표에서는 장 후보 52.9%, 김 후보 47.1%였다. 장 후보가 6%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국민의힘 대표 선출 방식은 당원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 비율로 반영한다. 당원투표는 말 그대로 당원들이 투표하는 것이고, 국민 여론조사는 ‘지지층 여론조사’ 성격이 강하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역선택 방지로 인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층 여론은 거른다. 국민의힘과 무당파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장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에게 약 20%포인트 뒤졌음을 의미한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당원투표는 조직투표 성향이 작동한다. 이번 결선투표 투표율은 39.75%였다. 2024년 총선 이후 치러졌던 7월 전당대회 투표율은 48.51%였다. 투표율은 약 9%포인트 더 낮아졌다. ‘짠물’ 당원 비중이 더 커지고, ‘민물’ 당원은 떠나거나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찬탄파’ 안철수·조경태의 낮은 인물 경쟁력
두 후보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고, 탄핵을 반대한 후보였다. 안철수 후보와 조경태 후보는 탄핵을 찬성한 후보였다. 소위 ‘탄핵 찬성파’였다. 8월2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해 지지율을 살펴보면 안 후보 8%, 조 후보 7%였다. ‘찬탄파’ 후보 둘을 합쳐도 15%밖에 되지 않는다. 탄핵 반대파였던 김 후보는 30%, 장 후보는 33%였다. 둘을 합치면 63%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 ‘탄핵 찬성파’ 비율은 고작 15%밖에 안 된다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5월초에 있었던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결선투표에서 얻었던 한동훈 후보 득표율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당시 결선투표에서 한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38.8%, 국민의힘 지지층이 중심인 여론조사에서는 48.2%를 받았다. 즉, ‘탄핵 반대파’ 김 후보는 51.8%를 받고, ‘탄핵 찬성파’ 한 후보는 48.2%를 받았다. 당시에는 지지층 여론조사에 국한할 때 김 후보와 한 후보의 격차는 4%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 합계는 63%였고,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합계는 15%였다. 이러한 현격한 격차는 왜 생긴 것일까? ‘인물’ 요인이 크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탄핵에 찬성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이 보기에도 안 후보와 조 후보의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된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첫째, 안 후보와 조 후보가 단일화했으면 결선에 갈 수 있었을까? 8월21일 발표됐던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두 후보의 합계는 15%였다. 김 후보 30%, 장 후보 33%였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합쳐도 김문수·장동혁 후보를 이기지 못한다. 막판에 단일화를 했어도 결선에 못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장 대표는 탄핵 찬성파를 내쫓는 선택을 할까? 장 대표는 선거운동 중에 탄핵 찬성파를 ‘내부의 적’으로 지목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밖에 있는 50명의 적보다 안에 있는 1명의 적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발언도 했다. 탄핵 찬성파를 내쫓는 것을 연상시키는 ‘결단’ 필요성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정말 탄핵 찬성파를 내쫓는 선택을 할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탄핵 찬성파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대통령후보 선출과 관련된 결선투표에서 한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38.8%,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약 48.2%를 받았다.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만 본다면, 김 후보와 4%포인트 격차에 불과했다. 지지층의 약 48% 지지를 받았던 정치인을 내쫓는 게 바람직할까? 혹은 가능할까? 만에 하나 실제로 내쫓으려는 행동을 한다면 여론의 반발은 물론, 내부에서도 큰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셋째, 장 대표 체제의 출범은 2026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시점’이다. 집권 1년 차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에 유리하다. 1995년 이후 최근까지 지방선거 경험이 그랬다. 지방선거에 국한해 보면, 집권여당은 집권 초반에 패배한 적이 없고, 집권 후반에 승리한 적이 없다.
분당 감행할 이유도 필요도 적은 한동훈
다른 하나는 ‘리더십’이다. 지방선거는 당대표 리더십 대결이기도 하다. 12·3 불법 계엄 이후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계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3대 딜레마를 돌파해야 한다. 장 대표는 3가지 모두에서 ‘민심’과 반대 방향이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 및 민주당과 맞서 싸우기 이전에 ‘민심과 싸우는’ 리더십이다.
넷째,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극히 희박하다. 분당은 에너지도 있어야 하고, 필요성도 있어야 한다. 일단, 필요성 자체가 별로 없다. 정치인들에게는 총선 공천이 중요하다. 총선은 아직 3년이나 남았다. 장 대표 체제는 2026년 지방선거를 지휘하게 된다.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은 민주당이 승리하고, 장 대표의 국민의힘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기 요인과 리더십 요인이 모두 그렇다. ‘탄핵 찬성파’가 위험을 감수하고 분당할 이유가 없다. 이들에게 장 대표는 어차피 지방선거가 끝나면 ‘날아갈’ 가능성이 높은 리더십이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2021년 4·7 재보선과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등장하면서 ‘탄핵의 강’을 건넜다. ‘탄핵의 강’을 건너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국민의힘이 ‘계엄의 바다’를 언제 건너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아직 ‘그 바다, 깊은 곳’에 침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