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한 야당’ 앞세운 장동혁…이재명 정권과 운명 건  전면 투쟁 선언

“李 정권 조기 종식이 목표” 천명…강경 노선 통해 ‘보수 결집’ 꾀해 정청래와 마주 달리는 열차…‘권선동·한덕수 문제’가 첫 과제 ‘분당 시나리오’에 한동훈 움직일까…“韓, 등판은 지방선거 이후 가능성”

2025-08-29     정윤경 기자

“이재명 정권의 조기 종식을 통한 정권 재탈환이 우리의 목표.”

자당의 직전 대선후보를 꺾고 당권을 거머쥔 국민의힘 신임 대표 장동혁은 거침이 없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정부·여당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제1 야당 수장이 된 장 대표의 전략은 명확하다. 정권과의 정면충돌, 그리고 보수의 재건과 재편이다.

장 대표가 첫 승부수로 ‘더 강한 야당’ 노선을 띄운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자신을 뽑아준 친윤(親윤석열)계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응답하는 동시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강성 여당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만들어 보수 재건의 깃발을 들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반(反)이재명 노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한동훈계와 ‘찬탄’(탄핵 찬성)파의 내부 비판과 견제를 이재명 대통령을 돕는 행위로 규정할 명분을 쥐려는 속내도 포착된다. 관건은 원심력을 최소화하면서 내부 분열을 막아내고, 내년 지방선거를 분당 없이 치러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장동혁 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의도된 강 대 강 전선…영수회담도 거절

장동혁 대표의 당선은 이변이었다. 직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맞붙어 41%를 득표한 김문수 후보와 시작부터 체급 차이가 났다. 조직력에서도 크게 밀렸다. 장 대표 스스로도 “전당대회 기간 중 캠프를 차린 적도, 조직을 가동한 적도 없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승리를 거머쥔 배경은 강성 지지층의 결집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반(反)탄핵’을 내걸고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염원하는 ‘윤 어게인(YOON AGAIN)’, ‘싸우지 않는 자, 배지(의원직)를 떼라’ 같은 메시지로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강성 보수 유튜버 4명이 진행하는 ‘자유 우파 연합 토론회’에 가장 먼저 출연해 이른바 ‘전한길 면접’을 본 것도 강성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8월19일 TV토론회에서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로 한동훈이 아니라 전한길을 공천하겠다”고 한 발언에서는 강성 노선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이는 선거 막판 전한길씨의 공개 지지로 이어졌다.

강성 노선으로 당권을 거머쥔 장동혁 대표의 다음 스텝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권에 맞서는 제1 야당의 존재감을 당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강경파로 꼽히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는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강화법과 사법 개혁,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핵심 현안에서 장 대표는 강력한 반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직전 대선주자로 거론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특검의 칼날이 국민의힘을 전방위적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그의 강경 노선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 여당에 맞서는, 더 강한 야당’ 프레임으로 강성 지지층 결집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거절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8월27일 장 대표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초대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싶어 한다”고 대화 의지를 전했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중시하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협치에도 열려있다. 언제든 연락 주시면 쓴소리까지 여과 없이 듣겠다”는 메시지도 함께였다. 그러나 장 대표는 “야당의 이야기가 충분히 반영되는 자리가 아니라면 단순한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고, 우리는 비판만 하면 되는 야당”이라면서 “강 대 강으로 치달아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부담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야당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지지율 끌어올릴 수 있나

장 대표는 정권을 향한 거친 공세와 함께 내부 기강 다잡기에도 나선 모습이다. 다만 ‘찬탄 청산’에는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내부 총질에는 출당 결단”을 경고하며 찬탄파와 선명하게 각을 세웠지만 당대표에 당선된 뒤에는 “경선 과정에서는 과거 이슈가 부각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전대는 끝났다”며 메시지 톤에 변화를 줬다. 그는 “앞으로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을 견제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다. 과거를 논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관건은 이러한 ‘끝장 강경’ 전략으로 추락한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느냐다. 대선 직후 30%대를 기록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급락했다. 전국지표조사(NBS) 기준, 5월 4주 차 31%였던 지지율은 6월 2주 차 23%로 떨어졌고 7월 2주 차에는 19%까지 추락하며 20% 선마저 무너졌다.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같은 기간 TK 지지율은 53%에서 23%로 무려 30%포인트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18%에서 37%로 19%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장 대표는 강한 야당의 모습을 드러내며 영남 지지율부터 회복한 뒤 중원 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저희가 중원에서 민주당과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한다면 강원·부산 등이 우리 강세 지역이지만 싸움이 어려워지고 서울 싸움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원의 지도부로 구성된 민주당과 맞서서 제가 내년 지선에서 중원에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내부 분열 없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다. 장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찬탄파에 대한 공천 배제와 출당 조치 등을 시사해온 바 있다. 그는 8월20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공천 시스템에 반드시 반영하고 싶은 기준이 두 가지 있다”며 “‘잘 싸울 수 있는가’, 그리고 ‘당의 노선과 철학을 명확히 이해하는가’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동지에게 칼을 겨누는 사람은 공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동혁 대표의 당선은 결국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라며 “결선투표에서 가까스로 50%를 넘긴 것도 강성 당원들의 결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만큼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친윤계는 당선의 일등 공신을 자처할 것이고, 공천 과정에서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8월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사 압수수색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동상이몽…“지방선거 승패가 핵심 변수”

상황이 이렇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분당론’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지방선거 전 찬탄파를 중심으로 신당이 창당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8월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계 인사를 만났는데 장동혁이 대표가 되면 탈당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에게 직접 탈당 의사를 전한 의원은 한 명뿐이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며 분당 가능성을 ‘100%’라고 단언했다. 시점은 “전당대회 직후나 내년 지방선거 전”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분당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바른정당 사태’의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당 창당을 이끌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분당론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한동훈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만약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세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특히 김문수 후보가 마지막 순간 ‘한동훈을 품겠다’고 한 발언은 오히려 강성 당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 점을 한동훈 스스로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고, 지금은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친한(親한동훈)계 대다수가 초선·비례대표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조직 기반이나 정치적 중량감이 부족해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이 독자 노선을 걷기에는 아직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고, 당내 공천 과정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탈당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특히 친한계는 상당수가 비례대표라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을 잃게 된다. 당에서 제명해줄 명분도 뚜렷하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는 탈당이나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당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 뒤 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질 경우 찬탄 세력의 복귀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 시점에는 한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 역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금 당장 분당이 현실화하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윤 어게인’ 기조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당내 균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도 이를 의식하기 때문에 당장 찬탄 세력을 전면 배제하는 식으로는 공천을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정 계파를 통째로 잘라내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