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윤도영·박승수 등 한국 축구 NEW 황금세대 뜬다

10대 유럽파들이 대세…EPL 등에서 팀 내 주축 선수로 맹활약 9월 열리는 U-20 월드컵에서 ‘3회 연속 4강 진출’ 기대감 부풀려

2025-09-07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이번 여름 한국 축구에는 새로운 유럽파가 다수 탄생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모은 선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공격수 박승수였다. 2007년생인 박승수는 윙포워드지만 184cm의 건장한 체격을 이용해 과감한 돌파를 즐기는 공격수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뉴캐슬은 박승수의 잠재력을 높이 사 이번 여름 2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이적료를 지불하고 수원 삼성으로부터 영입했다.

마침 뉴캐슬은 한국에서 열리는 친선전인 쿠팡플레이시리즈에 초청된 상태였다. 박승수는 수원의 홈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인 팀K리그를 상대로 뉴캐슬 유니폼을 입고 처음 경기에 나섰다. 이어진 토트넘 홋스퍼와의 친선전에도 출전했다.

유럽으로 돌아간 후 치른 친선전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뉴캐슬의 에디 하우 감독은 박승수의 훈련 태도와 잠재력을 높이 사며 예상과 달리 21세 이하 팀이 아닌 1군에 잔류시켰다. 결국 박승수는 원정으로 치른 애스턴빌라와의 EPL 개막 라운드 명단에 진입했다. 뉴캐슬 코칭스태프가 높은 평가를 했다는 방증이다.

(위부터)양민혁, 윤도영, 박승수 ⓒ연합뉴스·엑셀시오르 SNS 캡처

강민우·배승균·이경현 등 10대들 잇달아 유럽 진출

박승수에 앞서 윤도영이 EPL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에 입단한 뒤 네덜란드 1부 리그의 엑셀시오르 로테르담으로 임대됐다. 강민우는 벨기에 1부 리그의 KRC 헹크 21세 팀으로 임대 이적했다. 배승균은 황인범이 소속된 네덜란드의 명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에 입단한 뒤 2부 리그 FC도르드레흐트로 임대를 떠났다. 이경현은 덴마크의 FC코펜하겐에 입단했다. 정성빈은 과거 황희찬이 성장한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위성 구단인 2부 리그 FC리퍼링으로 임대 이적했다.

지난겨울 양민혁(포츠머스 임대)이 토트넘에, 김명준이 헹크에 입단한 데 이어 올여름에도 어린 선수가 대거 유럽으로 향한 것이다. 지난 1년간 탄생한 새로운 유럽파 중 80%가 10대 선수다. 양민혁·윤도영·김명준·강민우는 2006년생이고 배승균·정성빈·이경현은 2007년생이다. 어린 나이에 스페인에 가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올리고 있는 FC안도라 소속 김민수도 2006년생이다. 

9월27일 칠레에서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열린다. 대한민국 U-20 축구는 지난 대회(2019년 준우승, 2023년 4위, 2021년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에서 2회 연속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찌감치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참가한다면 대한민국은 3회 연속 세계 4강이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양민혁·윤도영·박승수 등이 포진한 청소년 대표팀의 전력은 이강인이 활약했던 2019년 대표팀을 능가하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지션도 다양하다. 김명준은 스트라이커이고 양민혁·박승수·윤도영·김민수는 측면과 2선 자원이다. 배승균은 중앙 미드필더, 강민우와 정성빈은 센터백을 본다. 이경현은 왼발잡이 측면 수비수다. 이 중 김명준·양민혁·윤도영은 2023년 17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해 자신의 경쟁력을 자랑한 바 있다. 국제 경쟁력을 지녔다는 인정을 받으며 스카우트 대상에 올랐고 결국 유럽에 진출했다.

최근 유럽 클럽들은 한국과 일본의 유망주를 주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미와 아프리카에 집중하던 스카우트 경향이 바뀐 것이다. 브라질·아르헨티나의 10대 유망주들은 빅클럽의 타깃이 돼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하고 기량과 태도가 우수한 한국과 일본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했다.

 

K리그가 키우고 유럽에서 증명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이런 현상이 맞물리며 유럽 클럽들은 한국의 10대 유망주를 주목했고, 자연스럽게 유럽파의 큰 흐름은 만 20세가 되기 전에 나가는 사례로 이어졌다. 현재 K리그에서 뛰는 신민하·정마호(이상 2005년생), 진태호(이상 2006년생) 등도 유럽 스카우팅 리스트에 올라있어 차기 유럽파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선수들은 이번 U-20 월드컵 활약을 통해 유럽 진출을 꿈꾼다. 과거 배준호(스토크시티)·김지수(카이저슬라우테른)·이영준(취리히) 등이 U-20 월드컵 대회를 통해 유럽파가 됐다.

한국의 선수 육성이 유럽으로부터 인정받는 데는 지난 10년 동안 육성에 초점을 맞춘 국내 축구계의 변화가 큰 힘이 됐다. K리그를 중심으로 유스 시스템 의무화, 22세 이하 선수 의무 기용 제도, 준프로 제도 도입 등이 차례로 이뤄졌다. 유스 시스템이 선수를 키우고, 22세 이하 제도와 준프로 제도는 선수를 실전에 기용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양민혁(강원FC), 윤도영(대전 하나시티즌), 김명준(포항 스틸러스), 강민우·정성빈(이상 울산HD), 박승수(수원 삼성)가 그 흐름을 탄 경우다.

이는 최종적으로 대표팀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의 세대 교체를 화두로 내세운 홍명보 감독은 오현규(헹크)·배준호·이태석·이한범(미트윌란) 등 젊은 유럽파를 앞세웠다. 현재 유럽에 진출한 10대 선수들도 2~3년 내에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도자는 22세 이하 의무 출전 제도에 반발한다. 최근 울산에 부임하며 13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신태용 감독은 “프로에 과연 이 제도가 필요한가”라는 의견을 표출했다. 하지만 세계 축구의 자금력이 집중되는 유럽으로 보내 대표팀 경쟁력을 높이는 육성이란 키워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최근 멕시코 프로리그는 20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제도를 가동 중이다. 아예 출전 시간까지 강제했다. 위반 시 승점 감점과 지원금 감소가 페널티로 주어진다. 최근 유망주 배출이 어려워지자 멕시코 축구계가 내린 결론이다. 한국보다 경쟁력이 월등한 국가도 선수 육성의 고민을 제도로 승화시킨 것이다.

국내에서는 다른 결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기 유럽 진출에 의미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서 실패하지 않을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K리그에서 우선 경쟁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선수에게 매겨진 이적료가 곧 팀 내 위상과 가치로 이어지는데 너무 적은 이적료를 받고 가면 쉽게 내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양현준(셀틱), 양민혁을 유럽에 보내며 120억원가량의 역대급 이적료 수입을 낸 강원FC 김병지 대표이사는 “현 추세라면 한국 선수의 가치는 더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직행하는 선수가 100억원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걸 위해선 한국 축구 시스템 안에서의 육성 비중을 키우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도 얘기했다. “구단과 지도자의 사고가 더 과감하고 개방적으로 변해야 한다. 같은 기량이라면 어린 선수를 적극 기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병지 대표이사의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