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대한 바른 이해가 바른 미래 이끈다”
한반도 평화운동에 전념해온 전순영 연구원의 《한반도의 기억》
올해 해방 80년, 한국전쟁 75년, 광주민주화항쟁 45년을 맞았다. 한반도 남쪽에 살아온 이들에게 역사는 쉽지 않은 굴레였다. 이런 사건은 모두 큰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그중 가장 강렬한 것은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일제 침략기는 물론 5·16 군사쿠데타, 1980년 광주까지 모든 한국의 주요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국민의 트라우마로까지 남아 정치나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깊게 작용한다.
북한, 통일, 탈북민과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전환기 정의, 용서와 화해, 트라우마 치유, 갈등 전환을 주제로 한 인문학적 연구에 힘써온 전순영 연구원의 책 《한반도의 기억》은 한국전쟁이 만들어낸 상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한국 사회가 전쟁의 기억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진단하에 그 치료 방법으로 재기억화를 시도하고, 외상 후 성장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다…이제는 반공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더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저자가 책 전반에서 시도하는 것은 ‘재기억화’다. 한국전쟁같이 큰 역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재기억화 단계 첫 번째는 이 트라우마를 인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여 ‘재통합’하는 재기억화, 세 번째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사회적 치유 메커니즘 만들기 등으로 시작해 교육을 통해 사회적 연대로 성숙하게 하는 것을 포괄한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성숙, 인권 향상과 같은 궁극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적 자료 연구를 통해 한국전쟁의 구조를 설명하고, 민간인 피해자 등 당사자들의 증언, 유엔군은 물론이고 북한의 기록까지 광범위하게 소개한다.
저자가 가장 크게 강조하는 것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이 국민의 마음에 어떻게 각인됐는가다. 전쟁 전에 공산주의 등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반감이 많지 않았던 국민이 전쟁을 통해 그 실상을 파악하고, 변화했다는 것이다. “남침 구십 일간에 공산주의가 민중에게 실제로 보여준 것은, 물질적으론 전체적인 기아와 대량적 인명의 살상, 정신적으로 극도의 암흑감과 간단없는 협박·초조·전율, 이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기억의 집산을 통해 저자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을 제시한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는 수 세대에 걸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우려면,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려면, 우리는 올바르게 기억해야 한다. 5·18의 기억이 12·3 계엄을 막아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