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팬덤은 싸우라 한다” 양당의 예고된 충돌…유튜브 선동이 극단적 진영화 부추겨 [박동원의 시시비비]

‘민심’ 대신 ‘당심’만 좇는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담론’ 대신 ‘선동’ 판치면 국민만 피해 유튜브, 정청래·장동혁 승리의 1등 공신…다양성 대신 획일화 택하면 늘 위기 맞아

2025-09-05     박동원 폴리컴 대표

2019년 조국 사태 때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태극기’와 ‘촛불’로 격돌했던 양 진영은 2025년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유튜브’로 전장을 옮겨와 구독, 클릭, 댓글로 격돌했다. 20일 간격으로 치러진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주도한 것도 유튜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들이 지원한 ‘대통령 이재명이 미는’ 박찬대 의원(이후 존칭 생략)이, 구독자 223만으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뉴스공장 김어준이 미는’ 정청래에게 패배했다. 오랫동안 SNS와 유튜브에서 꾸준히 밭갈이하며 정치 고관여층과 소통해온 정청래의 승리였다. 국민의힘도 소위 ‘자유 우파’ 유튜버들이 일방적으로 지지한 장동혁이 당선됐다. 

최종 결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승리 전망을 깨고, 80% 반영 당원투표에서 52.9%를 얻은 장동혁이 국민 여론조사에서 60.2%를 얻은 김문수를 0.54%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 내부 총질 세력을 솎아내고 단일대오로 싸우라는 우파 유튜버들의 강경 주장에 동의하는 강성 보수층의 지지가 장동혁의 주요 승리 요인이 됐다. 전체 당원의 10% 정도가 참여하는 당대표 선거는 유튜브에 선동된 소수에 의해 얼마든지 좌우될 수 있다. 시대착오적 비상계엄 배후로 지목되는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정보 전달과 정치 플랫폼, 정치인 개인의 미디어 소비 습관이 아닌 정치를 지배하는 ‘빅 브러더’가 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지층을 배반한’ 이 대통령의 실용 노선과 ‘지지층에 충실한’ 정청래 대표의 초강경 노선이 지속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경선 기간 중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 사퇴에 대한 찬반, 검찰 개혁을 두고 벌어지는 신중론과 강경론의 대립에 이르기까지 소위 ‘명청전쟁’으로 비유되는 당정 갈등은 이 대통령의 복심인 정성호 법무장관과 우상호 정무수석까지 참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 대통령, 지지층을 상대로 내년 지방선거 주도권과 선거 승리, 그리고 이후 정치 영향력 확장을 염두에 둔 정 대표의 정치적 이해관계 상충이 당정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20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에 포획된 대한민국 정치의 딜레마

당정 갈등은 역대 정권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인사 문제나 정책 갈등도 있지만, 공천을 두고 벌어지는 대통령과 당의 이해 충돌, 각종 게이트와 정책 실기로 인한 국정 지지율 하락 등 주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갈등이었다. 당정 간 본격적 갈등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성과와 실기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 집권 중반 이후부터 주로 불거졌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정권의 당정 갈등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강성 팬덤과 지지층을 실망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심과 당심 사이의 딜레마가 빚어낸 갈등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조짐이다. 장동혁 대표는 당선 직후 “자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이재명 정권의 폭정을 막겠다”고 했다. 분위기는 8월27일 조경태의 탈당을 강권한 다음 날 의원 연찬회를 기점으로 바뀌었다. 정책위의장에 계파색이 옅은 김도읍을 임명하더니, 9월2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선 대여 투쟁을 위해 한동훈, 조경태를 품고 당내 통합에 나서겠다며 ‘지지층의 배반’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고성국 TV’ ‘신의 한수’를 비롯한 우파 유튜브와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자 “좌클릭이 아닌 중도가 매력을 느끼는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실패한 대표가 돼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장 대표는 민심과 자신을 당대표로 만들어준 강성 지지층의 요구 사이에서 딜레마에 점점 빠져들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투표 진출 당시 장동혁 후보(현 대표)가 8월22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서 내려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에 공천권 내놓으라는 ‘고성국 TV’

이미 ‘고성국TV’에선 내년 지방선거에 국민의힘이 자유공화당 등 자유우파 정당들에 30개 지자체 공천을 양보하지 않으면 전 지역에 후보를 내어 ‘낙선시키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연일 민심과 배치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김민수 최고위원의 도발 속에서 장 대표가 통합 노선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전한길 등 극단적 강성 세력의 효용성은 이미 4·2 재보궐선거에서 증명됐다.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신시켜온 전한길 등이 보수 기독교 단체와 함께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가 이겨야 윤석열이 돌아온다”며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부산시교육감 보수 후보뿐 아니라 아산시장과 거제시장 재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큰 차이로 패배했다. 

국민의힘은 2017년 탄핵 이후 8년간 혁신 없는 강경 투쟁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있다. 대구·경북 제외 전 지역에서 대패한 홍준표 대표의 2018년 지방선거, 103석이라는 사상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황교안 대표의 2020년 총선은 위기를 쇄신과 통합으로 타개하기보다 강경 투쟁으로 일관한 데 따른 뼈아픈 결과였다. 반면 의원 경험조차 없던 젊은 대표 이준석은 파격적 혁신으로 2021년 서울·부산 시장 선거 압승에 이어 2022년 정권 교체까지 이뤄냈다. 그리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면서 더 큰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다양성이 공존할 때 승리했고, 획일화될 땐 어김없이 위기에 빠졌다. 

비상계엄은 정치 유튜브를 단기간에 확대시켰다. 격동의 정치 환경이 점점 유튜브를 통해 정치를 보게 만들고 있다. 이제 새로운 미디어 환경, 즉 유튜브의 영향력을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다. 유튜브가 전체 여론을 주도해서가 아니다. 획일화와 강한 정파성으로 강성 지지층을 선동하고 결집시켜 당내 각종 경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시작된 여론조사 경선,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도입된 모바일 투표로 당내 선거에 접근하기도 쉬워졌다. 유튜브에 선동된 강성 지지층이 모바일을 통해 좀 더 손쉽게 각종 당내 경선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양당 대표 선거는 계엄 이후 확장된 유튜브의 영향력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유튜브 영향력을 잘 아는 정치인들은 유튜브 친화성을 더 강화한다. 정청래가 그랬고 장동혁도 그랬다. 대다수 정치 유튜브는 공공선을 위한 공론장의 기능보다 영향력 강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담론’이 아닌 유튜브의 ‘선동’이 정치를 선도한다. 더욱이 당권을 잡기 위해 정치인들이 강성 팬덤에 호응하면서 정치는 점차 격화되고 극단적 진영화는 더욱 심화된다. 대안으로 당과 당원 사이의 소통과 접촉 면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 실효성이 없다. 그나마 현실적 방법이 각종 당내 경선에서 당심보다 민심 비율을 강화해 유튜브의 영향력을 줄여나가는 것이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정치인 개인의 노력 같은 것들 외에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딜레마다. 어쨌든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