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9개국과 미국·일본, 수사권·지휘감독권 없는 검찰은 없어

프랑스 대혁명 때 ‘검찰’ 탄생…정부­·여당의 검찰 개혁 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 멀어 중국은 문화혁명 시기 검찰 폐지…1978년 복원됐으나 수사 주도권은 여전히 공안이 쥐어

2025-09-12     김종민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변호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8년간 형사사법의 근간을 이루어왔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방침을 확정하고 9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우리나라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분산해 경찰과 견제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되어야 하고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인데, 법조계와 형사법 학계에서조차 논의가 통일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를 중심으로 한 주요국 검찰제도를 비교법적으로 검토해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 방향이 적절한 것인지 살펴보자.

검찰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만든 1808년 형사소송법(Code d’instruction criminelle)에 의해 탄생되었다. 이 법은 구체제 시대 규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근대적 형소법인데 사법기능의 분리원칙에 따라 소추는 검찰이, 예심수사(instruction)는 수사판사가, 재판은 판결법원이 각각 관장하도록 했다. 검사가 형사사법의 중심으로서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수사지휘·기소·공판과 형집행까지 모든 단계에 관여하도록 규정했고 이후 독일, 일본, 우리나라 등 대륙법계 형소법의 모델이 되었다. 대륙법계 국가는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로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이 모두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8월6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미법계인 영국은 1985년 검찰 창설

프랑스 형소법은 “검사는 형벌 법규에 반하는 범죄의 수사 및 소추를 위하여 필요한 일체의 처분을 행하거나 이를 행하게 한다”고 규정하고(제41조 제1항), 독일도 “검사는 범죄보고 또는 다른 방법에 의해 범죄가 범해졌다는 인상을 창출하는 사실관계를 알게 될 경우,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즉시 사실관계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독일 형소법 제160조 제1항). 검찰을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헌법 제112조에 “검찰은 형사소송 절차를 개시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네덜란드 형소법 제149조도 검사의 수사개시 의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CEPEJ)’는 정기적으로 각국 사법제도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2016년 보고서에는 46개 회원국 중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to conduct investigation) 나라는 35개국,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감독하는(to conduct or supervise police investigation) 나라는 39개국으로 나와 있다.

영국은 1985년 왕립기소청(Crown Prosecution Service)이 설립되기 전에는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는 나라였고 검찰제도 자체가 없었다. 1985년 검찰을 창설해 경찰이 독점하고 있던 수사·기소권을 나눠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게 됐지만 중대 사건의 경우 1988년 수사권과 기소권·공소유지 기능을 통합한 중대범죄수사청(SFO)을 신설했다. 2022년 9월22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영국 중대범죄수사청을 방문해 부정부패 범죄의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의 상호 교류협력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미국도 법무부 연방검사 직무규정(U.S. Attorney’s Mannual) 9-1.010조에 “연방검사는 해당 관할 구역에서 최고 법집행기관으로서, 적절한 연방수사기구 등에 대하여 연방법 위반 사건의 수사를 개시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뉴욕 맨해튼을 관할하는 뉴욕남부 연방검찰청의 경우 형사국 산하에 ‘테러 및 국제마약범죄 수사부’ ‘증권 및 상품사기 TF’, 중대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Complex Fraud Unit’, ‘조직범죄 수사부’ ‘공직자 부정부패 수사부’를 두고 활발한 수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 검찰청도 마찬가지인데 뉴욕 브루클린 지방검찰청에는 ‘부패범죄 수사부’ ‘마약수사부’ ‘조직범죄수사부’ ‘자금세탁수사부’ ‘중요사기범죄 및 방화사범 수사부’ 등을 두고 있다.

검찰제도에도 국제표준이 존재한다. 1990년 쿠바 아바나에서 개최된 제8차‘범죄예방과 범죄자 대응에 관한 회의’에서 채택한 검사의 역할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검사는 공소제기를 포함하여 법령과 실무에 의해 인정되는 수사, 수사에 대한 감독, 법원의 재판 집행에 대한 감독, 기타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정되는 다른 기능의 행사 등 형사 절차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제11조). 2000년 10월6일 유럽평의회 각료위원회가 채택한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검찰의 역할’ 권고에서도 “검찰이 형사사법제도와 형사사법 분야의 국제협력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함을 인식하여 검찰제도에 관한 회원국 공통의 원칙을 정의하여 입법과 실무에서 기초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면서 검사의 수사권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중국식 공안통치’ 경로 따라가기

이재명 정권의 검찰 개혁이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 문화혁명기의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면서 중국식 공안통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1966년부터 약 10년간 진행된 문화혁명 때 각급 인민검찰원을 폐지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75년 개정된 중국 헌법에서는 “인민검찰원(검찰)의 직권은 공안기관(경찰)에서 행사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검찰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문화혁명에 대한 반성과 함께 현대적 사법제도와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실감한 중국은 1978년 헌법을 개정해 인민검찰원 제도를 복원했지만 현재 수사의 주도권은 경찰인 공안에 주어져 있다(중국 형소법 제3조, 제19조). 검사의 주된 역할은 수사보다 기소심사다. 검사의 수사권은 직권이용 인권침해범죄 등 일부 범죄에 한정되어 있다. 중국 공안은 기소의견인 사건만 검찰에 송치함으로써(동법 제162조) 불기소 사건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검사는 공안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고 송치 이후 기소심사 후 공안에 보충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동법 제175조).

수사권-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은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검찰 해체는 검찰을 무력화하고 경찰에 권력을 집중시킨 뒤 집권 정치권력이 공안을 통제하는 중국식 공안통치 방식과 100% 일치한다. 헌법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도 곧 현실화된다.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벼랑 끝에 섰다. 

김종민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