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경사 살릴 수 있었던 몇 번의 기회 다 놓쳤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현장 출동·구조 장비·구조 과정 등에서 총체적 문제 드러나 사건 발생 후 내부 은폐 의혹 제기…검찰, 수사에 나서

2025-09-27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인천 옹진군 영흥도 꽃섬 인근의 갯벌은 주말 밤에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갯벌로 향하는 도로에 차량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길가에 주차하면서 마치 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갯벌은 해루질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들은 하나같이 가슴까지 오는 긴 장화를 신고 머리에는 랜턴을 착용한다. 손에는 해루질용 도구와 잡은 해산물을 담을 양동이가 들려있다. 사람들 중 일부는 바다 쪽으로 깊게 들어가 해루질에 여념이 없다.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갯벌 고립 사고는 2021년 83건, 2022년 43건, 2023년 67건, 2024년 59건으로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조석간만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주요 원인은 해루질이다. 현행법상 허가된 지역과 어패류, 규정에 맞는 도구 등을 준수한다면 해루질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안전을 위해 2인 이상이 해루질을 해야 하고, 구명조끼를 꼭 입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9월11일 갯벌 고립 노인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의 드론 촬영 화면(왼쪽)과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재석 경사의 빈소 ⓒ연합뉴스

야간 당직자 6명 있었으나 혼자 출동

경기 옹진군 영흥도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산하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관할이다. 9월11일 오전 2시7분쯤 바닷가의 위험 구간을 순찰하던 민간 드론 순찰업체 측에 갯벌에 고립된 한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밀물이 빠르게 차오르는 갯벌에서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체되면 완전히 물에 잠길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업체 측은 곧바로 인천해양경찰서에 “갯벌에 사람이 앉아있다”는 신고를 한다. 이때 영흥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던 이재석 경사(34)는 홀로 순찰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한 후 무전으로 “요구조자를 확인했으며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당직 팀장에게 보고한다. 이때는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상태였다. 

오전 2시54분쯤 이 경사가 갯벌 안으로 들어갔는데, 허리 아래까지 물에 잠겼다. 고립자는 해루질에 나섰던 중국 국적의 70대 남성이었다. 발이 베여 거동이 쉽지 않았고, 상의는 벗은 상태였다. 이 경사는 고립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외근용 부력조끼를 벗어 이 남성에게 입혀준 뒤 함께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구조하는 모습은 드론 순찰업체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오전 3시9분쯤 순찰업체는 “(이 경사가) 육지로 이동 중 물이 많이 찼다”며 영흥파출소에 추가 인원 투입을 권고한다. 3시14분쯤 당직 팀장이 무전을 통해 “재석아, 교신 가능하면 언제든 연락해봐”라고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3시15분쯤 영흥파출소는 팀원들을 투입해 수색에 나선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오전 3시27분쯤 드론 순찰업체가 이 경사와 고립됐던 남성의 위치를 놓치면서 실시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구조 장비의 현장 투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경사가 위험한 상황에 내몰린다. 

당시 수색작업에 투입된 한 직원이 기동성이 좋은 ‘동력 서프보드’를 요청했는데, 이 장비가 투입되기까지 무려 40여 분이 소요됐다. 장비를 즉시 투입하기에는 준비가 미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파출소 측이 구조 장비인 동력 서프보드를 현장에 투입해 수색을 실시한 시각은 오전 4시5분이다. 이 경사가 최초 현장에 출동했을 때보다 1시간11분이 지나고, 드론 순찰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놓친 지 38분이 지난 후였다. 

구조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해경은 영흥파출소로부터 이 경사의 실종 상황을 보고받은 오전 3시30분부터 함정과 항공기 등을 투입했다. 또 군의 협조를 받아 열상감시장비(TOD)를 토대로 수색 지점이 공유됐다. 그러나 구조 헬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해 10분 넘게 혼선을 빚었다. 당시 무전기록에 있는 “헬기의 위치가 잘못됐다” “동서남북 기준으로 정확한 위치를 다시 보내달라” 등의 교신 내용으로 볼 때 이 경사의 위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고무보트에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장비의 배터리가 방전돼 일시적으로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경사의 구명조끼를 입은 중국인 남성은 오전 4시20분쯤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으나 구명조끼가 없었던 이 경사는 밀물에 휩쓸려 갔고, 결국 오전 9시41분쯤 꽃섬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사는 생존 수영을 하며 30분 넘게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故) 이재석 경사의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9월15일 이 경사의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근무일지 조작 정황까지 나와

해양경찰청은 고(故) 이재석 경장의 계급을 경사로 1계급 특진했다. 이 경사는 갯벌에 고립된 남성을 구조하다 순직한 한 명의 해경으로 남는 듯했다. 이 경사의 장례는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이 경사의 영결식을 앞둔 9월15일 오전 사고 당시 이 경사와 함께 당직을 섰던 동료 4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 내부에서 진실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영흥파출소장(경감)은 이 경사가 구조된 뒤 응급실로 이송 중일 때 파출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뒤로 팀원 4명과 수색으로 비상 소집된 다른 팀원들을 불러냈다. 이때 파출소장은 (인천해양경찰서) 서장(총경) 지시사항이라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 ‘유족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 경사 지인을 만나자 서장과 소장이 ‘어떤 사이냐’고 물은 뒤 ‘유족들한테 어떠한 얘기도 하지 말라’는 추가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동료들은 또 사고 당시 함께 당직을 섰던 팀장(경위)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했다. 해당 팀장은 휴게시간을 마치고 팀원들이 복귀했는데도 이 경사의 상황을 전혀 공유하지 않고 있다가 몇 분 후 드론 업체로부터 신고를 받고 나서야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서장은 입장문을 내고 “진실 은폐 주장은 사실무근이고 전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내부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해양경찰청은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또한 의혹의 중심에 선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 영흥파출소 팀장 등 지휘부에 대해 대기 발령 조치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해경이 아닌 외부 독립기관 조사를 지시했고, 대검찰청은 ‘인천 해경 순직 사건’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은 “사안의 중요성과 일선 청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해 대검 반부패기획관(차장검사급)을 수사팀장으로 인천지검에 급파하고 대검 검찰연구관 1명, 인천지검 반부패 전담 검사 등 3명을 팀원으로 하는 수사팀(검사 총원 5명)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이번 사고의 대처에 총체적 부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매뉴얼을 지키고 제대로 대응했다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었던 인재였던 것이다. 

우선 영흥파출소는 2인1조 출동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현행 해양경찰청 훈령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규칙’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명 이상이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8시간 근무에 1시간, 야간에는 최대 3시간까지 휴게를 허용한다. 통상적으로 당직 근무 시에는 휴게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배치하고 있다. 

사고 당일 영흥파출소에는 당직 팀장을 포함한 근무자 6명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에는 당직 팀장과 이 경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휴게 중이었다. 문제는 휴게자들이 규정보다 많은 시간을,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휴게를 부여받으면서 파출소에는 이 경사와 당직 팀장만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9월10일 영흥파출소 근무일지에는 야간 당직 근무자 6명이 3명씩 두 개조로 나눠 3시간씩 휴게시간을 갖도록 기재돼 있었지만, 실제와는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팀원들은 “실제로는 6시간의 휴게를 지시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실제와는 달리 근무일지가 허위로 기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출소가 규정 위반을 피하려고 근무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경사의 마지막 모습이 드론 영상에 포착된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 근무일지에는 ‘오전 3시27분 드론 모니터링 중 구조자 및 요구조자 위치 소실’이라고 적혀있지만, 해양경찰청은 오전 3시49분으로 보고 있다. 파출소 근무일지보다 22분이나 늦은 시각이다. 영흥파출소가 이 경사의 현장 출동과 실종 상황을 상급기관에 늦장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출동 원칙과 휴게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조 장비 투입이 지연됐고, 구조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던 것이다. 

9월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의 근무기강 해이 문제 수면 위로 떠올라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영흥파출소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해경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다 이재석 경사가 숨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다. 

보통 해경에서 파출소를 점검하거나 감사할 때 주로 업무일지에 기록된 내용을 근거로 한다. 이번처럼 실제로는 근무규정을 어겼어도 폐쇄회로(CC)TV나 순찰차 블랙박스 등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사실과 다르게 업무일지를 조작하고, 근무자들이 입을 맞추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해경의 규정 준수와 근무 실태, 구조 장비 관리 현황 등을 철저하게 점검해 동일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격한 기강 확립과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이재석 경사는 2021년 7월 해양경찰 순경으로 입직했다. 경찰관이 되고 싶어 대전대 경찰학과에 진학했고, 재학 중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대학 졸업 후 오랜 기간 경찰관 임용시험을 준비하다 꿈을 이뤘다. 이후 경비함정과 파출소 등에서 근무 경험을 쌓았고, 중부해양경찰청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 표창 등 여러 번의 표창을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제대로 꿈을 펼쳐보지 못한 채 입직한 지 4년, 생일을 맞은 지 일주일 만에 순직해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