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사태’에 ‘특검 보이콧’까지…검찰청 폐지 부메랑
수사지휘권 폐지로 ‘경찰 통제 불능’ 우려 불거져 3대 특검, 인력 충원 난항…“특검 파견 자격, 임은정 검사장이 유일” 檢 내부 조소
검찰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은 범죄 수사와 더불어 공소제기(기소) 및 유지, 사법경찰 지휘 등의 역할을 수행했으나, 내년부터는 공소청이 기소 및 재판 업무만 전담하게 된다. 사법경찰 지휘의 경우 이미 2021년 1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검찰 권한이 줄어들면서 경찰의 수사 업무량이 가중되고, 경찰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검사가 영장 반려하면 고발되는 게 현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50시간 체포·구금 및 석방’ 사태가 검찰청 폐지 이후 나타날 수도 있는 우려를 잘 드러낸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여당은 검찰청이 폐지돼도 공소청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통해 경찰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실무와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영등포경찰서는 10월2일 이진숙 전 위원장을 체포하기에 앞서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2차례 체포영장을 반려 당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전 위원장이 경찰에 출석하기로 한 9월27일 국회 출석이 반드시 필요했는지 재확인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아닌 다른 이의 대리 출석이 가능하다고 답변해 결국 체포영장을 받아냈다.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일반적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체포의 긴급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경찰의 영장 신청을 3차례 연속 반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여전히 경찰을 통제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영장 청구 이후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책임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해 “경찰의 체포·구속영장을 연거푸 거부한 검사들이 직권남용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앞으로 검찰청이 사라지고, 검사의 보완수사마저 허락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이진숙 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법조계는 경고한다. 이 전 위원장 법률대리인인 임무영 변호사는 시사저널에 “(검찰청이 폐지되면)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가 약화돼 이 전 위원장 체포·석방과 같은 사태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경찰의 기록 조작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문서의 전산화 및 사전 등록 의무화가 필요하다. 검찰의 보완지휘(수사)권 유지 및 적극 행사가 필요하고, 검찰 판단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굳이 나서서 수사하고 싶지 않다는 심정”
정부·여당 계획대로라면 2026년 10월2일부터 검사는 공소청과 중수청 가운데 한 곳에 가서 각각 수사와 기소만을 맡게 된다. 중수청으로 가는 경우 검사가 아닌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관이 된다. 중수청에 일선 검사를 강제 전환 배치할지, 사법경찰관이나 검찰 수사관으로 채울지, 외부에서 충원할지 어떤 것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동안 조직 개편, 인력 배치, 사무 분담, 형사소송법 개정, 형사사법시스템 정비, 예산 마련 등을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1년의 유예 기간은 검찰 내 모든 조직이 달려들어 논의해도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 검찰 내부는 계속된 ‘악마화’에 지칠 대로 지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검사는 자신들의 수사권을 빼앗겠다면서 동시에 3개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수사를 위해 인력을 추가로 빼내려는 모순적 상황에 날 선 반응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검사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검찰 개혁으로 인해 △사건 처리 지연 △민생 수사 공백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발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 채 거리두기를 하려는 모습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중수청에 자진해서 갈 검사들이 얼마나 있겠느냐. 대다수 검사가 공소청에 남을 것”이라며 “수사에서 손 떼도 월급은 그대로니, 만고땡(세상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상태)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 개혁이 차라리 반갑다는 말로 포장된 냉소적 반응이었다. 이 검사는 그러면서 “대다수 검사는 대통령을, 국회의원을, 대기업 오너를 만나본 적도 수사한 적도 없고, 그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처리하고 마약,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같은 민생침해범죄를 수사하던 사람들이다. 보완수사도 못 하게 한다는데, 굳이 나서서 수사하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일부 검사는 수사와 기소 완전 분리가 절대 원칙이라면서 3대 특검 수사의 경우 검사에게 의존하고 특검 종료 후 공소유지도 맡기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40명은 9월30일 원대 복귀를 요청하며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에 대해 민중기 특검에 공식 의견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내란 특검 파견 검사들 역시 비슷한 내용을 공론화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집단 반발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결국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입장문을 집단 항명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를 했던 검사들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방에 보내거나 탄핵도 불사했으면서 특검 수사 검사들은 정반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전했다. 3명의 특검과 14명의 특검보가 수사 종료 이후 정치적 후광을 얻는 동안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 책임은 결국 이름 없는 파견 검사들이 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한탄이라는 것이다.
3개 특검은 추석 연휴 이후 수사 속도를 내기 위한 인력 충원에도 나섰지만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범 때와 달리 검찰청 폐지가 확정된 이후엔 특검 수사에 나서겠다고 자청하는 검사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각 특검은 검찰 수사관이나 경찰·공수처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 검사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현재 특검에 파견 가서 수사를 할 자격이 있는 검사는 임은정 검사장이 유일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개헌 없이 법률안 개정만으로 이뤄진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법안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헌법상 국가기관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인데, 검찰청은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을 대표해 권한쟁의심판에 나설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전현직 검찰총장 등이 속한 검찰동우회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퇴직한 검사들을 기본권 침해의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