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정권 R&D 예산 삭감에 中企 지원과제 2년 만에 ‘68%’ 급감

“R&D=카르텔” 중기 R&D 예산 깎이자 지원사업 유형도 1년 새 ‘16→4개’ 축소 23년엔 5033건 과제 지원했는데…24년 3956건→올해 8월 기준 1612건 그쳐 얼어붙은 중기 연구현장…“신기술 개발 대출까지 받았는데 지원 선정 가시밭길” 서왕진 의원 “尹 한마디로 R&D 생태계 무너져…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 시급”

2025-10-10     변문우 기자
왼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 오른쪽은 R&D(연구개발) 관련 사진.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 당시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여파로 정부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R&D 과제 수가 연일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삭감 전인 2023년 5033건에 달했던 지원과제 수는 지난해 3956건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8월 기준 1612건에 그쳤다. 불과 2년 만에 3분의 2 수준인 68%나 급감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 기조로 얼어붙은 중소기업 연구 현장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 R&D 지원사업’은 정부에서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나 인력·기술 교류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기업들의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한 취지에서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이 신청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탄소중립 등 다양한 분야별 기술 개발 과제들을 검토 후 선정해 지원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기업의 업종이나 발전 단계가 천차만별인 만큼 지원사업 유형도 세분화돼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해당 사업도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6개에 달했던 지원사업 유형 수는 2023년 16개로 줄어들었다. 이후 R&D 예산 삭감 후인 2024년엔 4개로 급감했고 올해(8월 기준) 역시 4개에 그치고 있다.

자연스레 중소기업들도 지원사업 신청을 꺼리는 분위기다. 2021년 1만8858건에 달했던 신청과제 수는 2022년 1만5264건→2023년 1만6891건→2024년 1만4145건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8월까지 단 9347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과제들 중 정부의 지원 승인을 받은 과제 수도 2021년 3950건→2022년 5525건→2023년 5033건→2024년 3956건→2025년(8월 기준) 1612건까지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2년을 기점으로 연일 하락세다.

반면 해당 기간 기업들의 지원사업 통과 경쟁률(신청과제 건수/지원과제 건수)은 대폭 증가했다. 2022년 2.8:1→2023년 3.4:1→2024년 3.6:1을 거쳐 올해 8월 기준 5.8:1까지 급증했다. 결국 예산 삭감 공포에 기업들의 신기술 연구 개발 의지가 꺾인 것은 물론, 그나마 지원사업을 신청한 과제들도 6개 중 5개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다.

ⓒ시사저널 변문우

이 같은 상황이 된 데는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 기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21년에 1조5305억원 수준이었던 중소기업 R&D 예산은 2023년 1조7573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1조38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를 삭감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R&D 생태계를 ‘카르텔’로 규정하며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예산 삭감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이듬해인 2025년에는 예산이 1조4805억원으로 일부 복원됐으나 여전히 삭감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R&D 지원사업 현황을 비롯한 중소기업 연구현장 관련 지표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한 AI 분야 스타트업 임원도 시사저널에 “정부 지원을 전제로 대출까지 받으며 새로운 기술 개발 계획을 세워놨는데 윤석열 정부 (예산 삭감) 기조로 지원사업 통과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사업을 신청할 엄두도 안 난다”며 “빚만 떠안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관련해 서왕진 의원은 시사저널에 “대통령의 한마디가 수십 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생태계를 무너뜨렸다”며 “중소기업 R&D 예산의 일부 복원에도 불구하고 한 번 무너진 현장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원사업 구조를 다양화하고 기술 수준·업종 특성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중소기업의 연구 환경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 정부도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 R&D 예산을 내년인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000억원으로 편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확대된 예산은 ‘돈이 되는 R&D’, 즉 유망한 중소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중소벤처 R&D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지난해 R&D 예산 삭감으로 현장에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R&D로 혁신해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