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모욕·사법부 공격으로 정권이 얻을 건 무엇인가 [쓴소리 곧은 소리]
사법부의 통제조차 받지 않는 더 강력한 정권? 국회 법사위의 빗나간 국정감사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가 하나로 결합…삼권분립 파괴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
조희대 대법원장은 9월30일 있었던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 탄핵소추를 하겠다 으름장을 놓았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동행명령장은 조 대법원장이 불응할 가능성이 높고 영장과 달리 강제력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탄핵소추는 과거 정치적 남발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뿐 아니라 소추 사유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나온 막연한 주장만으로 직무집행상 위헌·위법을 인정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런데 10월1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관례대로 인사하러 나왔던 조 대법원장에 대해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막으면서 의원들의 각종 질의와 망신주기가 계속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에 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직접적인 타깃이었다. 똑같은 행태가 10월15일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도 벌어졌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여당 법사위원들의 모욕과 공격은 수치심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이 사건은 현재 종결되지 않은, 즉 진행 중인 재판이다. 국회가 이런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사법부 독립 침해이며, 삼권분립 위반이다. 더욱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 문화혁명 때의 ‘조리돌림’ 연상
결국 대법원의 특정 재판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것이 명백하다. 더욱이 어떤 여당 의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우리나라 대법원장의 합성 사진을 들고 나와 무슨 거리의 시위자처럼 행동했는데, 문화혁명 시대 중국 홍위병들의 조리돌림을 연상시켰다. 대한민국 국회의 국정감사를 저질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정부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법원의 재판은 국정감사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호는 감사의 대상이 되는 국가기관을 “정부조직법,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대상이 아니며, 더욱이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이 아닌 것을 대법원장에게 따져묻는 것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위반되는 것이다.
그런데 10월15일 이른바 현장 국감을 하면서 여당 의원들은 판결 관련 자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선출된 권력 우위론에 힘입어 국회가 대법원의 상급기관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인가?
제왕적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제왕적 국회라는 말은 근래에 등장한 것이다. 특히 제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의석이 반수를 훌쩍 넘은 상태에서 입법권의 폭주가 사실상 통제 없이 계속되면서 제왕적 국회라는 말이 널리 공감을 얻었다.
그래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나름으로 균형을 이룬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가 사실상 하나로 결합한 상황이 되었다.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삼권분립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헌 요소인데, 대통령과 국회가 사법부 무력화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출된 권력 우위론과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 망신주기는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다. 이미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국회의 힘은 더욱 강력하게 행사되고 있으며, 유일하게 통제 장치가 될 수 있는 사법부를 무력화함으로써 사실상 통제받지 않는 권력 집중을 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미 오래전 영국의 액튼 경이 말했던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되새기게 되는 작금의 현실이다. 권력이 부패한다는 것은 경험적 통계일 수는 있어도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51대49의 통계가 아니라, 99대1의 통계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해도 매우 드물다면 액튼 경의 명언은 99% 진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권력은 이미 절대적이다. 마치 이제는 부패할 일만 남은 것처럼. 아니,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서 이미 부패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닐까? 늘 스스로 견제하고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당,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 새기길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입법 폭주의 결과로 세계적인 비판의 대상이었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대북전단 금지법까지도 최근 국회에서 재추진되고 있다. 이는 정부·여당이 이미 스스로의 권력에 취해 자정력을 잃었다는 것이고, 이미 내부의 부패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가.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이용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붙잡아두고, 합성 사진으로 조롱하는 행위는 도대체 왜 했을까? 이미 권력에 취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급기관으로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이 정권을 탄생시켰고, 막강한 권력을 안겨준 것은 국민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도 국민주권이 선출된 권력보다 위에 있는 최상위 권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인 국회가 국민을 무시하고, 위임된 권력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외면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조만간 여러 가지 문제가 헌법재판소에서 다투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도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 임명된 권력이기 때문에 상위 권력의 위헌성을 감히 따져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인가?
하지만 헌법은 위헌성 판별을 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헌법의 규정에 따라 헌재는 선출된 권력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심판으로 파면했다. 그때 박수 치며 환영하던 민주당이 이제는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권력의 서열을 주장하면서 사법부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무리수일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여당의 권력은 민주화 이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강하다. 그런데 이런 무리수를 둠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일까? 사법부의 통제조차 받지 않는 더 강력한 정권? 정작 이 권력을 만들어준 국민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다음 선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다음 선거 이전에 벌써 정권의 독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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