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反中 정서, 보수진영의 그것과는 본질이 다르다 [이동수의 세대 진단]

2030세대 반중 정서는 ‘이념’ 아닌 ‘일상에서의 불편’이 원인 중국인 단체관광 개방으로 다시 불씨 살아나는 반중 정서

2025-10-25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 정부가 9월29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다. 관광은 내수 서비스업의 핵심축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건 내수시장,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숙박업에 호재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52만5396명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사실상 10월부터 무비자 정책이 시행된 만큼 4분기 여행 수요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10월3일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 나이 어릴수록 반중 정서 강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다는 건 고마운 일. 그런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온라인에선 제주 용머리해안에서 어린 자녀의 용변을 보게 한 중국인 관광객의 사진이 공유되며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한 고깃집에선 중국인 단체손님이 매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 양변기를 부수는 등 추태를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크루즈를 타고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중 몇 명이 사라졌다는 기사에는 “무비자 정책을 철회하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무비자 단체관광 허용이 반중 정서에 불을 댕긴 양상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올해 7월 중국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발표했다. 24개국 2만8333명이 대상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전년(31%) 대비 5%포인트 상승한 36%로 나타났다. 비호감도는 61%에서 54%로 하락했다. 전년보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건 2020년 팬데믹 발생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싸늘했다. 한국은 25개국 중 유일하게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전년보다 낮아진 나라였다.

눈여겨봐야 할 건 또 있었다. 바로 세대다. 대다수 나라에서 젊은 세대(18~34세)가 기성세대(50세 이상)보다 중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폴란드·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젊은 세대의 중국 호감도가 기성세대의 두 배나 됐다. 반면 한국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았다. 올해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의 조사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반중에는 남녀도 없다. 중국풍 논란을 빚은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여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총공세’에 못 이겨 방송 2회 만에 조기 종영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청년들의 대중(對中) 인식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중국발 호황 덕분이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중간재 수요가 폭발했다. 그중 적지 않은 몫이 우리에게 떨어졌다. 세계 무역의 확장은 상업용 선박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늘렸다. 이때 가장 큰 수혜를 본 게 우리나라 조선사들이었다. 중국 덕분에 기업 실적이 확대되고 일자리가 늘어났으니 청년들이 호감을 갖는 건 당연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다. 2010년 중국의 GDP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명실공히 G2로 발돋움한 중국은 ‘늑대 전사(전랑외교)’ 같은 자세로 주변국을 위협했다. 2017년 사드 배치가 촉발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과 관광 통제는 여전히 많은 이에게 위협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중국에서 1994년부터 시행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가 청년이 되면서 한복·김치 등의 유래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우리 청년들과 끊임없이 충돌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9월29일 크루즈를 타고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연수구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중국 눈치 보며 소극적 대응” 불만도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다른 외국인 대상 혐오와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흑인이나 아랍인에 대한 혐오가 익숙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너무 익숙하기에 커진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관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각국의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덩달아 교역량도 급감했다. 더 이상 투자와 수출만으로 먹고살 수 없게 된 중국은 소비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2011년 경제 발전에 관한 ‘제12차 5개년 규획’을 발표하고 내수 확대를 꾀했다. 이 시기에 중국의 가계소득이 빠르게 증가했다. 중산층이 대규모로 형성되면서 여행 수요도 폭발했다. ‘유커’라 불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인근 국가로 밀려들었다.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체증이 커다란 골칫거리가 됐다. “제주도가 중국 땅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게 이 시기였다. 이러한 불만은 역설적으로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사라졌다. 

오늘날의 2030은 적어도 대학 시절부터 중국인들과 부대끼며 지냈다. 2010년 즈음 정부가 등록금 통제를 강화하면서 각 대학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대폭 늘렸다. 외국인 유학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그런데 많은 대학이 이를 뒷받침할 시설과 수업 시스템은 갖추지 않았다. 한국인 학생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국인 유학생들과 한 강의에 묶여야만 했다. 조별 과제를 같이 수행할 때면 그들이 못하는 만큼의 부담을 추가로 떠안았다. 이건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2010년대 대학에 다닌 청년세대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느낀 불편들이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를 형성케 했다. 

최근 보수진영이 이념적인 문제로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본질과 거리가 멀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인 부정선거 개입’ 등의 논란은 일반적인 청년들 사이에선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일부 강성 보수 청년의 목소리가 미디어에 의해 과대포장됐을 뿐이다. 

국민이 중국으로 인해 일상에서 겪는 여러 불편에 대해,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인식은 반중 정서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대통령 당선 전엔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더니 그 뒤로는 말을 아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경찰의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허용 검토’ 논란도 맥락은 비슷하다. 경찰은 “한국인은 중국에서 임시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지만, 많은 이가 한국인은 중국에서 임시 운전면허를 받는 절차가 대단히 까다롭다는 사실을 들어 반기를 든다.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이 허용됨으로써 한중 두 국민의 접촉면은 한층 넓어지게 됐다. 침체된 내수시장을 생각하면 분명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일상에서의 마찰이 예전처럼 반중 정서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마찰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따라,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여론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